[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선정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각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바이오 벤처 기업이 지원하면서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들의 연구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머크 라이프사이언스는 '2025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 발굴 공모전'에서 4개 스타트업을 선정했고, 암젠코리아의 '2025년 골든티켓(Golden Ticket) 시상식'에서 2곳, 한국BMS제약의 '서울-BMS 이노베이션 스퀘어 챌린지(Seoul-BMS Innovation Challenge)'에서 2곳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각 프로그램에 선정된 유망 바이오 기업에는 어떤 곳이 있고, 다국적 제약사들이 어떤 기술을 가진 기업을 지원하고자 하는지 알아봤다.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의 선택은 상트네어·셀리드·니오테스·아테온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의 유망 스타트업 발굴 공모전은 올해 3회째를 맞았다. 국내 바이오 및 합성 신약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머크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수상 기업은 연구의 혁신성, 개발 성숙도, 과제 해결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머크 바이오프로세싱 전문가 그룹의 종합 평가를 통해 선정된다.
올해는 상트네어바이오사이언스(Centenaire Biosciences)가 'Merck Grand Award'를 차지했다. 상트네어는 메디톡스 관계사로, 메디톡스로부터 혁신 항체 기술을 이전 받아 암, 면역질환, 뇌신경질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HER2 저발현 유방암을 적응증으로 개발중인 HER2 표적 항체 'CTN001'은 전임상시험에서 허셉틴에 반응하지 않는 HER2 저발현 암종에 강력한 효능을 나타냈다. 2024년 1차 국가신약개발사업(KDDF) 비임상개발 과제로 선정됐으며, 2026년 임상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 향후 머크와의 협업을 통해 생산 공정을 개선하고 상업 생산 역량 강화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셀리드(Cellid, Merck Excellence Award) ▲니오테스바이오(NeortesBio, Merck Best-in-Class Award) ▲아테온바이오(Atheonbio, Merck Impact Award)가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셀리드는 백신 개발 전문기업으로 자체 개발한 셀리백스(CeliVax)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항암 면역치료백신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2025년도 제2차 국가신약개발사업 신약 임상개발 과제에 선정돼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 치료제 'BVAC-E6E7'의 임상 1상 개발을 본격 추진한다.
니오테스는 혈관 정상화를 유도해 환부의 혈류를 개선하고 치료제 전달을 향상시키는 Tri-VasTrap 기술을 사용해 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wAMD)과 같은 안과 질환 치료제와 비정상적인 혈관 성장으로 인한 고형암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다.
아테온은 종양 미세환경(TME)를 조절해 난치성 고형암을 치료할 수 있는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션(Johnson & Johnson Innovation)이 개최한 제이랩스 싱가폴 퀵파이어 챌린지(JLABS Singapore QuickFire Challenge)에서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수상했다.
BMS, 지바이오로직스·쓰리브룩스가 자사 기조에 부합 판단
한국BMS제약은 서울특별시, 서울바이오허브와 개최한 제4회 서울-BMS 이노베이션 스퀘어 챌린지에서 면역질환 분야 지바이오로직스(GBIOLOGICS), 신경과학 분야 쓰리브룩스테라퓨틱스(Threebrooks Therapeutics)를 우승 기업으로 선정했다.
BMS는 자사의 신약 개발 중점 영역인 ▲종양질환 ▲혈액질환 ▲세포치료 ▲심혈관질환 ▲면역질환 ▲신경과학 ▲중개의학 ▲연구조사기술 등 8개 분야에서 참가 기업을 모집했고, 역대 최다인 61개 스타트업이 지원했다. 한국BMS제약 사업개발팀과 글로벌 사업개발 및 연구개발 팀의 심사를 차례로 거쳐 5개 후보가 결정됐고, BMS와 서울시, 서울바이오허브가 참여한 최종 평가에서 2개 기업을 선정했다.
지바이오로직스는 안정화된 재조합 갈렉틴-9(sGal-9) 플랫폼을 기반으로 면역세포의 과도한 활성과 염증을 억제하는 새로운 자가면역질환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류머티즘 관절염(RA)과 루푸스를 주요 적응증으로 개발 중이며, sGal-9을 통해 병리적 RA 섬유아세포 유사 활막세포(RA-FLSs)를 직접 표적하고 TLR 신호를 조절함으로써 면역과 염증 반응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 기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접근법은 BMS를 포함한 글로벌 제약사가 주목하는 병리적 세포 제거 방식과 방향이 일치하며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쓰리브룩스테라퓨틱스는 오토파지-리소좀 신호 경로의 핵심 조절 이온채널인 TRPML1을 활성화해 뇌 신경세포의 노폐물 청소(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단백질,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및 신경 염증을 동시에 제거하는 혁신적인 기전을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아직 초기 개발 단계에 있지만, 치료 가설은 매우 관련성이 높고, 구조적 타당성과 명확한 연구 계획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신경과학 분야에 주력하는 BMS의 기조에도 부합한다고 판단됐다.
한국BMS제약 측은 "우수한 아이디어와 역량을 보여준 국내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돕고 협력하는 것은 혁신을 가속화하는 핵심 동력인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환자를 위한 솔루션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암젠이 선택한 포트래이, 과거 다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선정 눈길
암젠코리아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과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골든티켓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프랑스에 이어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해당 프로그램을 도입한 국가다.
올해는▲차세대 기술 신약 ▲새로운 표적 발굴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 기술 등 3개 분야를 대상으로 참가기업을 모집한 결과 총 40여개 기업이 지원했다. 암젠 글로벌 임원단의 심사 과정을 거쳐 포트래이(Portrai)와 비엘멜라니스(BL Melanis)가 각각 1위와 2위에 선정됐다.
포트래이는 공간생물학(Spatial Biology)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융합분석해 조직 내 세포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규명함으로써, 암과 같은 복잡질환에서 혁신적인 타깃과 약물을 발굴한다.
2022년 존슨앤드존슨이 개최한 '서울 이노베이션 퀵 파이어 챌린지(Seoul Innovation QuickFire Challenge)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올해 8월 셀트리온(Celltrion)의 '2025 서울바이오허브-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3기 참여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비엘멜라니스(BL Melanis)는 비엘팜텍의 자회사로 분자접착제(Molecular Glue) 기술을 기반으로, 전체 암의 약 10%를 차지하는 대안적 텔로머라아제 유지 기전 암(ALT암)과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림프종을 대상으로 한 혁신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암젠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바이오리더로서 암젠은 혁신 의약품 공급과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국내 우수한 생명공학 이 환자들에게 의미있는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기업, 학계 등과의 폭넓은 협력을 통해 국내 바이오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혁신의약품을 통해 환자들의 삶을 개선함으로써 한국 사회에 공헌하겠다"고 말했다.
노바티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발굴에 집중…AZ, 다양한 기술 및 치료 영역 대상 모집
이 밖에도 한국노바티스가 서울바이오허브와 '2025 헬스엑스챌린지 서울(Health X-Challenge Seoul)'을 진행하고 있다. 노바티스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혁신기술 경진대회인 '헬스엑스 월드 시리즈'를 국내에 도입한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올해 주제는 '개인 맞춤형과 의료접근성을 강화한 헬스케어에서의 자기주도성 강화'로, 모집 대분야는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헬스케어 핀테크 분야다. 10월 28일까지 참가 기업을 모집했고, 최종 2개 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서울바이오허브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2025 한국아스트라제네카-서울바이오허브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의 참여기업 모집을 시작했다.
종양학, 심혈관·신장·대사 분야, 호흡기·면역학, 희귀질환 등 치료 영역과 신약 표적 발굴, 조직 특이적 약물 전달 기술, 지속가능성 바이오테크 등 기술 분야에 해당하는 기업이면 신청 가능하다. 전임상부터 임상 단계까지 모두 지원할 수 있고, 11월 30일까지 온라인 접수를 받은 뒤 올해 중 2개 기업을 선발한다.
또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는 지난해 개최한 'K-바이오 익스프레스웨이(K-bio expressway)'의 연장선으로 국내 바이오텍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오픈이노베이션 'NOVA 프로젝트' 운영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프로그램은 상시 모집과 VC 연계의 이원화된 트랙으로 운영된다. 상시 모집 트랙에서는 진흥원 공지를 통해 접수된 지원서를 월별 또는 분기별로 취합·전달하고,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정보 수령 후 약 1개월 내 초기 평가 결과와 피드백을 제공한다. VC 연계 트랙에서는 국내 유수 VC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사업개발 리뷰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오픈이노베이션 가치를 기반으로 국내 바이오텍 기업과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실제 글로벌 파트너십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면서 "특히 최근 주목받는 AI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의 협력 기회도 한국 정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