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2026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상법 개정에 발맞춰 정관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가 5일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정기주총 주요 안건을 확인한 결과,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이사회 독립성과 감사기능 강화에 나선다.
이번 주총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기존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전환하고 이사회의 실질적 감시 기능을 강화한 점이다. 이는 최근 추진된 상법 개정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개정 상법은 상장회사의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의무 선임 비율을 기존 '4분의1이상'에서 '이사 총수의 3분의 1 이상'으로 상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GC녹십자, JW중외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광동제약, 대원제약,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안국약품 등은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구성 요건을 강화한다. 한독은 기존 '사외이사 2인 이상' 규정을 '독립이사 3분의 1 이상'으로 개정할 방침이다.
독립이사가 대주주나 경영진 영향력에서 벗어나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된다. 개정 상법에 따르면 이사의 책임을 감경할 경우 일반 사내이사는 최근 1년간 보수액의 6배를 초과하는 금액을 면제할 수 있으며, 독립이사는 보수액의 3배를 초과하는 금액부터 면제할 수 있도록 차등 규정했다. 이에 JW생명과학, 광동제약, 대원제약, 셀트리온제약, 안국약품, 한독 등은 관련 정관 개정을 추진한다.
아울러 JW중외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광동제약, 대원제약, 동아에스티, 한독은 감사위원회를 대표하는 위원장을 반드시 독립이사 중에서 선출하도록 정관에 명문화했다. 이를 통해 이사회 내 위원회 독립성을 강화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한 5개사는 주주총회 결의 시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임하는 감사위원 수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한다. 이는 대주주의 영향력을 구조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상법 개정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특수관계인 합산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된다. 이에 광동제약과 대원제약은 최대주주·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이 3%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정관을 정비한다.
이 외에도 지배구조 투명성을 제고하고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도입이 확대된다.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해 이사 선임 과정에서 주주의 의사가 보다 반영되도록 했다. GC녹십자, JW중외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한독은 전자주주총회 개최 근거를 정관에 신설했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는 경영진 전문성 강화를 위한 이사·감사 등 신규 선임도 추진된다. 특히 약가제도 개편 등 정부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 출신 인사 영입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JW생명과학은 제11대 식약청장을 역임한 이희성 후보자를 상근감사로 선임할 예정이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제5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지낸 이의경 후보자를 감사위원으로 영입한다. 동아에스티는 제1대 식약처 차장 출신 장병원 후보자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할 방침이다.
한독은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진엽 사외이사가 재직 중인 가운데,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이자 에스투시바이오 대표인 한균희 후보자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해 의학·약학 전문성을 보강한다. 이 외에도 동아에스티도 가천대 약대 학장 신동윤 후보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 ESG 등급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제약·바이오 업계의 ESG 평가 현황을 살펴보면 환경, 사회 부문의 등급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지배구조 부문의 등급이 낮은 상황이다. 실제로 2024년 대비 2025년 등급이 하향된 기업은 공통적으로 지배구조 부문 등급 하락이 동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향후 ESG 등급 상향 조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