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6.26 07:23최종 업데이트 25.06.2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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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제·충실의무 확대 등 상법 개정 재추진에 제약업계 촉각

오너 경영 체제 많은 제약 업계 지배구조 흔들리나? "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일부 기업엔 부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상법 개정의 재추진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오너 중심의 경영 구조를 가진 기업이 많은 만큼 제도에 따른 직·간접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신뢰도와 주주가치를 높여 코스피 상승세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업지배구조를 선진화해 기업가치와 투자 신뢰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전자주주 총회 규정 추가'를 반영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당시 한덕수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하면서 재의결이 불발됐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 재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국회 계류 중인 개정안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사 충실의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상법 개정은 위기가 아닌 기회"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 규정하고 있어, 실제 경영 판단에서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뤄져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에 소액주주나 일반주주의 권익 보호 한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이정문, 이소영, 윤준병, 백선희, 차규근, 신장식 의원 등이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고 있다. 이들의 개정안은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이소영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전체 주주의 이익'을 추가해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하고 특정 주주의 이익을 우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윤준병 의원 등 13인이 발의한 법안은 충실의무의 범위를 주주까지 넓히는 동시에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전자주주총회 병행 개최 등을 포함한다. 일정 자산 규모 이상의 상장사는 전자주주총회 병행 개최를 의무화하도록 명시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상법 개정은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니라,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율촌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집중투표제 활성화 등은 주주 중심의 기업 운영 전환을 촉진하는 제도적 기반”이라며, “기업은 이를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경영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투자자들은 ESG나 지배구조의 선진성을 투자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보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해외 투자 유치와 국제 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당장 큰 영향 없지만, 부담 적지 않아 예의주시"

상법 개정 재추진 움직임에 제약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직·간접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그간 오너 중심의 경영 구조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실제로 고려제약, 광동제약, 국제약품, 대원제약, 동화약품, 삼일제약, 삼진제약, 유유제약, 이연제약, 환인제약 등은 창업자 혹은 오너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를 유지해왔으며, 이들은 이사 선임과 감사위원 선출 등에 있어 영향력을 가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사 충실의무 확대와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 등은 오너의 경영권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제약 업계는 상법 개정의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적용에 있어 부담감도 적지 않다고 토로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주주 권한 강화와 주식시장 투명화라는 측면에서 상법 개정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다"면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의무가 강화되는 부분은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제약업계뿐 아니라 모든 업계가 공통적으로 가진 과제"라고 설명했다.

최근 잇따른 제약·바이오 기업의 인적분할 움직임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법 개정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보여질 수 있다"며 "다만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와 지분을 나누는 방식이라 주주의 권리를 보다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이 7월 4일까지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업계 전반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집중투표제 도입 등 일부 조항은 오너 경영 체제가 많은 제약업계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집중투표제 도입은 일정 자산 이상 상장사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당장 모든 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닐 수 있다"며 "하지만 회사 규모는 성장하면서 제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지배구조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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