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8.02 16:46최종 업데이트 26.08.0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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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응급실 위기, ‘대출’이 아니라 ‘국가 책임’이 답이다

비수도권·취약지 응급의료기관 1000억 원 정책융자 지원의 문제점과 과제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사진=보건복지부 8월 2일 배포 보도자료 

[메디게이트뉴스] “지방 응급실 위기는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적자 문제다. 대출은 시간을 벌 수는 있어도, 공공적 직접지원 없이는 응급의료망을 살릴 수 없다.”

정부가 비수도권·취약지 응급의료기관 94개소에 총 1000억 원 규모의 정책융자를 지원하겠다고 2일 발표했다. 연 1~2% 저리,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시설 개선, 장비 교체뿐만 아니라 인건비·운영비, 심지어 기존 차입금 대환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은 역설적으로 지방 응급실이 처한 경영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직접 재정 지원이 아닌 ‘융자(대출)’라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가 명확하다. 구조적 적자에 시달리는 응급의료기관에 다시 빚을 지게 하는 방식으로는 무너져가는 지역 응급의료망을 결코 살릴 수 없다.

1. 빚으로 빚을 갚으라는 미봉책… 5년 뒤 상환 폭탄으로 작용

정부가 발표한 1000억 원 정책융자는 당장 숨통을 틔우는 응급처치는 될지언정, 결코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 본질은 어디까지나 보조금이 아닌 ‘대출’이며, 의료기관이 미래에 상환해야 할 금융 부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방 응급실의 경영 난맥상이 일시적인 자금 막힘이 아니라, 저수가 구조 속에서 24시간 필수의료 인프라를 유지해야 하는 ‘구조적 적자’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인건비와 운영비, 기존 대출 상환까지 다시 빚을 내 메우도록 하는 것은 위기를 미래로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 5년 거치 기간이 끝난 후에도 수가 체계와 인력 난맥상이 그대로라면, 지방 응급의료기관들은 더 큰 원리금 상환 부담에 직면해 집단 폐업 위기로 내몰릴 것이다.

2. 시설·장비 지원으로 해결 안 되는 ‘사람’과 ‘배후 진료’의 붕괴

응급의료 위기의 핵심은 단순한 시설이나 장비의 부실이 아니다. 바로 ‘사람’의 문제, 즉 전문의·당직의·간호 인력의 이탈과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외과 등 필수과 배후 진료 체계의 붕괴에 있다.

융자금을 풀어 응급실 간판과 외형을 유지한다고 해서, 응급 환자의 생명을 최종적으로 살려낼 배후 진료 인프라가 자동으로 복원되지 않는다. 진정으로 지역 응급의료망을 살리고자 한다면, 금융 지원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국가와 지자체가 '응급의료 기본 유지비’와 ‘필수 당직 인력 인건비’를 직접 보전하는 공공적 재정 투입 체계로 대전환해야 한다.

3. 더 많은 빚이 아닌, 빚 없이도 버틸 수 있는 구조 개혁 필요

지방 응급실의 위기는 개별 병원의 경영 실패나 미숙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국가 필수의료 안전망 자체가 가진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결과다.

정부는 임시방편식 대출 확대를 성과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실질적 구조 개혁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 

첫째, 국가 책임형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 융자 방식이 아닌 응급실 유지 및 필수 당직 인건비에 대한 국비·지방비를 직접 보조해야 한다. 
둘째, 수가 체계의 획기적 개편이 필요하다. 야간·휴일·취약지 응급처치 및 필수의료 수술에 대한 지역수가·정책수가의 대폭 신설 및 현실화를 해야 한다. 
셋째, 배후 진료 인프라 연계 확충이 동반돼야 한다. 응급실과 필수과 수술·입원 체계가 함께 작동할 수 있는 지역 완결형 필수의료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지금 지방 응급의료 현장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빚이 아니라, 빚 없이도 필수의료를 소신 있게 이어나갈 수 있는 공공적 보전 구조다. 미봉책을 넘어선 정부의 대담한 정책 전환을 기대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융자 # 지역필수의료 # 지필공 # 보건복지부 #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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