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강화'라고 말하지만 ‘필수의료 말살’로 해석한다.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가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전면 개편안을 발표했다. 27년만의 제도 개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정부는 '보상체계 합리화'와 '검사 질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반발의 목소리는 이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개편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 숫자 뒤에 감춰진 현장의 현실 정부 발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위탁검사관리료(검사료의 10%)를 폐지하고 위·수탁기관별 수가를 새로 신설한다. 둘째,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 보상 비율을 35대 65로 강제로 분리한다. 2024년 기준 연간 3억 4000만 건, 2조 6000억 원 규모의 위수탁 검체검사 시장이 재편되는 것이다. 정부는 기존 관행이 '보상체계 왜곡'과 '검사 질 저하'를 야기했다고 진단했다. 위탁기관이 일괄 청구한 뒤 수탁기관과 상호 정산하는 과정에서 검사료 할인과 과잉 경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오랫동안 상호정산을 시행중인 국가인 일본 2026.06.27
통합돌봄의 열쇠, ‘방문진료 배뇨관리’에 길을 묻다
[메디게이트뉴스]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환자를 찾아가는 방문진료 현장은 언제나 치열하다. 만성질환 관리부터 욕창 드레싱까지 손길이 닿아야 할 곳이 천지지만, 그 중에서도 현장에서 가장 자주, 그리고 급박하게 터져 나오는 문제는 다름 아닌 ‘배뇨’다. 유치도뇨관(소변줄)을 삽입한 채 가정에서 지내는 와상 환자들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소변줄이 갑자기 막혀 방광이 터질 듯한 고통을 호소하거나, 환자가 무의식중에 소변줄을 잡아 빼면서 요도 손상과 출혈이 발생했다는 긴급 연락이 오면 방문진료 의사의 발걸음은 다급해진다. 휴일에도 소변줄 관련 연락이 온다. 필자는 시간과 의료 소모품이 있으면 방문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장기간 소변줄을 착용하면서 지속적 압박으로 요도 아랫부분이 찢어지는 요도 손상이나 요도 누공 같은 물리적 변형이 발생해 뒤늦게 비뇨의학과적 처치에 애를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요실금 관리가 되지 않아 늘 젖어 있는 피부는 고령 환자의 가장 2026.06.26
지금은 참의료가 필요한 때
[메디게이트뉴스]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서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마저 넘는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로 인해 붕괴된 대한민국의 교권과 교육현장을 지키기 위해 ‘교권보호국’이 창설됐고, 논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불사해서라도 문제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이른바 ‘참교육’을 한다는 내용이다. 사안에 따라서 다소 거칠거나 시빗거리가 될 수 있는 방법들이 나오는데도 시청률이 올라가고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지난 수십여 년 간 우리나라의 교권과 교육현장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당자사인 학교나 교사,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부나 국회조차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해왔던 것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오랜 세월동안 우리 교육이 서서히 무너져온 것은 한두 가지 이유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교적인 인습과 전근대성, 일제 치하에서 도입됐던 경직된 교육제도, 지나친 교육열 2026.06.22
공급자 쥐어짜기식 의료 개혁을 넘어 '재정의 국가 책임'을 묻는다
[메디게이트뉴스] 대한민국 보건의료 체계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 중인 이른바 '의료 개혁'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깊은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며 내놓은 대책들이 본질적인 재정 총량의 확대나 구조 개혁 없이, 행위별 수가제를 억제하고 비급여를 통제하는 등 '의료 공급자 압박을 통한 비용 절감'에만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건보 재정의 거시적 한계를 외면한 채 진행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공급자 통제 정책은 다가오는 초고령 사회의 거대한 파고 앞에서 모래성에 불과하다. 정부의 일방적인 독주 속에서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 사회를 통과하며 최근 건강보험법을 전면 개정한 일본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단행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재정 절감과 구조조정의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는 대신, '국가의 재정적 책임 강화'와 '수요자의 합리적 분담''을 법제화한 것이다. 우선 일 2026.06.20
초고령 사회의 경고음, 일본의 건강보험법 개정이 던지는 화두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의 핵심은 검사 수가를 인하해 마련한 재원으로 필수의료 영역을 메우는, 이른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의 재정 조정이다. 의료계의 일방적 희생이나 한정된 파이 쪼개기에 의존하는 이러한 방식이 과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화와 재정 위기를 맞이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해 온 일본의 최근 입법 사례는 우리 보건당국이 추진해야 할 보건의료 개혁의 실질적인 방향성에 대해 몇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지난 6월 5일 공포된 일본의 '건강보험법 등 일부 개정 법률(2026년 법률 제31호)'의 주요 내용을 통해 우리 의료 개혁의 지향점을 객관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1.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의 조건: '공평한 부담'과 '재정 합리화' 그간 "부담 능력이 있는 계층에게 더 걷고, 불필요한 재정 지출은 줄인다"는 가치는 글로벌 보건의료 개혁의 보편적인 과제였다. 일본의 이번 개정안은 이 2026.06.19
표가 되는 탈모, 건강보험만은 안 된다
[메디게이트뉴스]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는 보험급여의 대상을 분명히 한정한다.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 그리고 출산·사망·건강증진이다. 탈모가 질병이 아니라면 이 조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급여 대상이 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탈모를 급여화하려면 먼저 탈모를 질병으로 규정해야 한다. 순서가 그렇게 된다. 탈모는 표가 된다. 호소력이 강한 이슈는 정치공학적으로 이용되기 쉽다. 정치인이 여기에 돈을 쓰려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것은 철저하게 정치인의 영역이다. 다만 그 돈을 어디서 끌어다 쓸 것인가, 그리고 그러기 위해 무엇을 질병으로 만들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미셸 푸코는 어디까지가 질병인지는 의학적 진리가 정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것은 권력이 정하는 것이다. 그는 '광기의 역사'에서 근대 사회가 노동할 수 없는 자들을 광인으로, 정신질환자로 분류해 치료 대상으로 다뤘다고 보았다. 사회적, 직업적 기능의 손상을 질병의 영역으로 밀어 넣었 2026.06.17
탈모 치료제 급여화? ‘머리칼’ 심기 전에 ‘민주주의 신뢰’부터 심어라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이 정부 출범 1주년 정책간담회에서 만 20세부터 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 검토안을 발표했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은 뽑는 게 아니라 심는 것"이라며 화제를 모았던 대통령의 공약이 공식적인 이행 궤도에 오른 셈이다. 대통령은 청년 소외감과 생존의 문제를 운운하며 보건의료 자원의 전격적인 배분을 지시했다. 하지만 탈모 치료 정책의 기묘한 타이밍과 노골적인 수혜층 설정은 정책적 합리성보다 거대한 정치공학적 의구심을 자아낸다. 보건의료적 관점에서 탈모 치료제 급여화 정책은 한정된 국가 재정의 우선순위를 짓밟는 전형적인 선심성 포퓰리즘이다. 탈모 치료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가 아니며, 장기 복용 혹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만약 2030 청년층을 대상으로 급여가 무분별하게 적용된다면 왜곡된 '가수요'가 폭발할 것은 자명하다. 미미한 증상을 가진 이들이나 단순 예방 목적의 청년들까지 대거 병의원 2026.06.16
관리 소홀도 처벌 대상일까? 향정신성의약품 관리 시 주의점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의료현장에서 프로포폴, 미다졸람,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 관리와 관련한 형사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상당수 의사들은 “실제 불법 투약이나 유출에 관여한 적이 없는데 왜 형사처벌까지 받느냐”고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향정신성의약품 관리에 관하여 의사에게 상당히 높은 수준의 관리·감독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인천지방법원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가 마약류 재고관리 및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보고 업무를 담당하면서 허위 보고를 한 사건에서 의사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의사가 저장시설 점검, 점검부 작성, 실제 사용량과 보고량 대조 확인 등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성형외과 간호조무사가 마취기록지를 변조하고 NIMS에 허위 입력을 하여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을 은폐했다. 해당 의사는 재고를 형식적으로만 확인하였을 뿐 실제 수량을 점검하지 않았고 기록 변조도 발견하지 못했다. 법원은 이러 2026.06.11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진정한 의미의 환자 안전(patient safety)과 선진국의 Just Culture
[메디게이트뉴스] ‘환자 안전’은 의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방 가능한 위해(preventable harm)를 감소시키는 활동을 의미한다. 전체 입원환자의 약 10% 포인트 범위에서 예방 가능한 위해를 겪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시스템 개선을 통해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현대적 의료가 갖는 위해의 특성에 맞춰 선진국은 환자 안전을 단순한 의료인의 주의 의무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의료제도와 의료문화, 그리고 데이터 시스템이 결합한 보건의료의 주요한 거버넌스 문제로 인식하여 접근하고 있다. 특히 덴마크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처벌 중심(blame culture)’이 아닌 ‘학습 중심(learning system)’의 Just Culture로 환자 안전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여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측정 및 평가 체계를 구축했으나 높은 의료소송 부담이라는 극복하기 힘든 한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환자안전법 시행 이후 어느 정 2026.06.10
동전의 양면 현대 의료가 품고 있는 위해(Harm) 현상
[메디게이트뉴스] 20세기 이후에 등장한 ‘현대 의료’는 혁신적인 진화와 발전을 통해 인간의 ‘기대수명’을 과거에 비해 빠르게 늘려 나갔다. 현대 의료는 다수의 전문직, 첨단기술, 복잡한 진료 과정, 거대한 의료기관 및 보험제도가 복잡하게 결합한 사회적 시스템으로 발전하였으며, 이러한 구조로 인해 그 이면에는 환자에게 상당한 수준의 ‘위해(harm)’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도 내포하고 있다. 현대 의료가 효율성을 지니면서도 매우 효과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할 수 있다는 말과 일치한다. 의료의 발전이 역설적으로 보면 새로운 위험도를 함께 증가시키는 것이다. 과거에 의료적 오류는 주로 개별 의료인의 실수로 받아들여지고 이해됐다. 그러나 미국 의학한림원(IOM)이 지난 1999년에 발표한 ‘To Err is Human’이 공개된 이후 환자 안전에 관한 연구는 의료의 오류 상당수는 개인의 문제나 무능력함보다는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현대 의료’는 진단 202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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