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8.04 07:15최종 업데이트 26.08.0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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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료 살리겠다던 전남 국립의대, 결국 ‘유치전’으로…정치 논리에 흔들리는 의대 신설

목포대·순천대 통합 협상 난항…의대·대학병원 위치 놓고 동서부 지역 갈등 격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남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하고 지역에 정착할 의사를 양성하겠다며 추진된 국립의과대학 신설 논의가 정작 ‘어느 지역이 의대를 가져갈 것인가’를 둘러싼 유치 경쟁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립목포대학교와 국립순천대학교는 당초 대학을 통합해 하나의 국립의대를 설립하기로 합의했지만 통합대학 본부와 의과대학, 대학병원 소재지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대와 대학병원 기능을 목포와 순천에 나눠 배치하는 절충안까지 등장했지만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전남에 국립의대를 만드는 목적이 특정 지역에 ‘의대 간판’을 달아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양성하고 지속 가능한 필수의료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는 만큼, 지역 간 정치적 안배보다 의학교육과 진료체계의 실현 가능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의대 합의했지만 결국 ‘목포냐 순천이냐’…동서부 유치 경쟁으로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목포대와 순천대가 최근까지 대학본부와 의과대학, 대학병원 설치 문제를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협상 데드라인이 다시 일주일 후로 연기됐다.

앞서 목포대와 순천대는 2024년 11월 대학을 통합하고 통합대학에 국립의대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에 각각 대학병원을 설치하는 방향에도 뜻을 모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면서 대학본부와 의과대학, 대학병원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양측 입장이 엇갈렸다.

갈등은 대학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로 확산하고 있다.

무안군과 무안군의회는 목포대가 1990년부터 의대 신설을 요구해 왔다는 점을 내세우며 목포대 의대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수·순천·광양 등 동부권에서는 인구와 중증환자 분포, 상급병원 접근성 등을 근거로 순천대에 의대와 대학병원이 들어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국립의대와 대학병원 소재지는 권역별 민심과 직결되는 핵심 현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지역의료 인력 양성이라는 당초 정책 목표보다 ‘우리 지역이 의대를 가져와야 한다’는 유치 논리가 앞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대와 대학병원이 지역 발전의 상징이나 정치적 성과물처럼 다뤄지면서 지역 간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대는 목포·병원은 순천’ 절충안까지…정치적 안배로 의학교육 나눠도 되나

더 큰 문제는 지역 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의대와 대학병원, 교육기능을 지역별로 나누는 방안까지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과대학은 기초의학부터 임상교육과 실습, 연구, 대학병원 진료와 전공의 수련까지 하나의 교육·의료체계로 연결돼 있다.

의과대학은 한 지역에 두고 대학병원은 다른 지역에 설치하거나 기초의학교육과 임상교육까지 분리할 경우 교수진과 학생 이동, 시설 중복투자, 교육과정 운영과 임상실습 연계 등에서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의대 본교와 임상실습병원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거나 여러 협력병원을 활용하는 사례는 흔하다. 그러나 교육적 필요가 아닌 지역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처음부터 핵심 교육기능과 병원을 분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의료계 지적이다.

특히 신설 의대는 교수진을 새로 확보하고 기초의학·해부학·임상술기 교육시설과 연구 인프라, 임상실습병원 등을 갖춰야 한다. 의학교육 평가인증도 받아야 한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30년 개교까지 대학 선정과 의대 설립 인가, 교수 채용, 교육시설 구축, 부속·협력병원 확보 등 적지 않은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정치적 안배를 위해 구조를 복잡하게 설계할수록 교육과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남 동·서부에 각각 대학병원을 설치하는 구상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역에서 필수의료 전문의와 교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새 대학병원 두 곳을 운영하기 위한 의료인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문제다.

‘어디에 의대 둘까’ 논쟁에 가려진 질문…졸업생은 어떻게 지역에 남길 것인가

이번 전남 국립의대 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의대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어떤 의사를 길러 어떻게 지역에 남길 것인가’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대 신설의 핵심 명분은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고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의대를 새로 만든다고 졸업생이 자동으로 지역에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인재 선발부터 지역 수련병원에서 전문의가 될 수 있는 수련체계, 전문의 취득 이후에도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과 보상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지역에서 교육받은 학생이 수도권으로 수련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는다면 의대 소재지가 목포인지 순천인지는 지역의료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에서는 부차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 역시 의대와 대학병원 설치 논의에 앞서 실제 지역에 필요한 의료기능과 지속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의과대학 자체보다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중증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의 병원”이라며 “새 병원을 짓는다면 경영뿐 아니라 의료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지역 의료진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신설 의대와 대학병원이 교수와 전문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역 의대 교수들까지 수도권 병원으로 스카우트되는 상황인데 신설 의대와 병원에 필요한 인력을 누가 채울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현재 확정한 것은 2030년부터 지역의대 정원 100명을 신설한다는 큰 틀로, 어느 지역과 대학에 의대를 신설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 회장도 “신설 의대 100명이 곧바로 전남 국립의대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지역 간 유치 경쟁이 정책 논의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는 신설 의대 선정 과정에서 지역의 정치적 요구보다 의료취약도와 의료수요, 학생·교수 교육환경, 임상실습 여건, 대학병원의 지속 가능성, 전공의 수련체계와 졸업생의 지역 정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남 국립의대가 또 하나의 지역개발사업이나 정치적 성과물이 아니라 실제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누가 의대를 가져가느냐’보다 ‘어떤 의료체계를 만들 것이냐’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남 국립의대 # 목포대 # 순천대 # 지역의대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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