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국내 바이오제약기업들이 글로벌 기술이전을 위해 활발하게 연구개발(R&D)을 이어기고 있는 가운데, 최근 빅파마와의 대규모 기술이전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올해 체결된 기술이전 계약 5건 가운데 4건이 빅파마와의 계약이었고, 그 중 2곳은 신규 거래라는 점에서 향후 더 많은 기업의 기술이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메디게이트뉴스가 2022년 이후 국내사의 기술이전 거래 계약 내역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와의 계약이 15건 이뤄졌고, 그 중 총 계약 규모가 1조 원이 넘는 거래는 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건수 역시 2022년 2건에서, 2023년 3건, 2024년 6건, 2025년에는 5월 기준 4건으로 계속 증가했고, 특히 올해 계약 규모 총합은 이미 2024년 수준을 넘어섰다.
대상 기업 수를 보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LigaChemBio)가 ▲암젠(Amgen) ▲존슨앤드존슨(J&J) ▲오노약품공업(Ono Pharmaceutical)과 알테오젠(Alteogen)이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 ▲MSD(Merck & Co)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과 계약해 가장 다수 기업과 기술이전을 성사시켰다.
계약 규모 측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ABLBio)는 GSK, 사노피(Sanofi)와 각각 27억8000만 달러, 10억6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해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기술이전 대상 기술은 이중항체와 항체약물접합체(ADC), 표적 단백질 분해(TPD), 유전자 치료제, RNA 편집 치료제, 백신 등으로 다양하게 분포됐다.
리가켐, ADC 플랫폼 바탕으로 암젠·J&J·오노 등과 계약 체결
국내 대표 ADC 기업 중 하나인 리가켐은 2015년 중국 포순제약(Fosun Pharma)에 HER2 표적 ADC LCB14(FS-1502)를 기술이전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ADC 플랫폼과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체 누적 계약 규모는 10조 원에 가깝다.
최근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2022년 12월 암젠에 ADC 플랫폼에 대해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암젠이 자체 보유한 항체와 리가켐의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5개 표적 대상 ADC 치료제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갖는 조건이다.
이듬해인 2023년 12월 존슨앤드존슨의 제약부문 얀센 바이오텍(Janssen Biotech)과 Trop2 표적 ADC LCB84를 개발 및 상용화하기로 했다. 다른 경쟁약물과 달리 암세포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잘린 형태의 Trop2 항원을 표적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지며, 1/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2024년 10월 오노약품과는 L1CAM을 표적하는 고형암 대상 비임상단계 ADC LCB97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과 더불어 ADC 플랫폼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리가켐의 ConjuAll 플랫폼 기술을 사용해 오노약품이 선택한 복수의 표적에 대한 ADC 후보물질을 발굴 및 개발할 수 있는 글로벌 독점권을 제공한다.
알테오젠, SC 제형 변경 플랫폼 계약 확대…올해 첫 제품 시판 기대
알테오젠은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인 하이브로자임(Hybrozyme)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6개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ALT-B4는 하이브로자임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인간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엔자임으로, 대용량의 항체의약품이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로도 투약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 기술이 적용된 첫 제품으로 키트루다SC가 올해 시판될 예정이다. 알테오젠은 2024년 2월 MSD와 기존 라이선스 계약을 변경해 항PD-1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SC 제품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해 ALT-B4에 대한 전 세계 독점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같은해 11월 다이이찌산쿄와 손잡고 ADC 치료제 엔허투(Enhertu, 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의 SC 제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사용권을 부여했다. 항체치료제는 SC 제형으로 개발된 품목이 다수 있는 것과 다르게 ADC 치료제는 아직 SC로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히알루로니다제 활용의 확장성 측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자회사 메드이뮨(MedImmune)과 SC 항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플랫폼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또한 하이브로자임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동주사기 제조기업과 전략적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BBB 셔틀 플랫폼으로 30억 달러 가까운 기술이전 성공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는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기반으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에 대한 기술이전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그랩바디-B는 BBB를 통과하기 어려운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 수용체(IGF1R)를 통해 약물이 BBB를 효과적으로 통과하고, 뇌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
2022년 1월 사노피와 ABL301(SAR446159)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ABL301은 높은 뇌조직 내로의 통과능과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체에 대한 선택적 결합 기전을 가진 이중항체 후보물질이다. 현재 미국에서 1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4월에는 GSK와의 빅딜을 성사시켰다. 퇴행성 뇌질환 치료를 위해 siRNA(small interfering RNA), ASO(Antisense Oligonucleotide)를 포함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Oligonucleotide) 또는 폴리뉴클레오타이드(Polynucleotide), 항체(Antibody) 등 다양한 모달리티를 활용해 복수의 새로운 표적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릴리, RNA 치료제 개발 위해 올릭스·알지노믹스와 연이어 계약 체결
올해 2월과 5월 RNA 치료제 개발 바이오텍 2곳이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와 계약을 체결한 점도 눈길을 끈다.
RNA 간섭(RNAi) 치료제 분야의 선두주자인 올릭스 파마슈티컬스(OliX Pharmaceuticals)는 대사이상관련지방간염(MASH) 및 기타 심장대사 질환 적응증을 표적하는 1상 단계 후보물질 OLX75016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손을 잡았다.
OLX75016은 대규모 집단에서 유전체 변이를 식별하는 연구 방법인 전장유전체분석(GWAS)을 통해 발견된 표적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현재 호주에서 진행 중인 1상 완료를 위해 릴리로부터 초기 투자금을 받는다.
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인 알지노믹스(Rznomics)는 독자적인 트랜스-스플라이싱 리보자임(trans-splicing Ribozyme) 플랫폼을 활용한 신규 RNA 편집 치료제 개발을 위해 릴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업은 유전성 난청질환에 대한 RNA 편집 치료제의 발굴 및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알지노믹스는 양사 간 합의된 계획에 따라 초기 연구개발을 수행하며, 릴리는 후속 개발 및 상업화를 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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