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4.29 08:04최종 업데이트 25.04.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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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 사로잡은 에이비엘바이오가 4조 규모 기술이전에서 배운 노하우는?

"바이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각 회사 문화 이해도 필요"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가 바이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타이밍을 놓치는 순간 딜의 기회가 사라질 수 있는 만큼 협상에 속도가 붙었을 때는 약간의 욕심은 버리고 빠르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원활한 협상·계약을 위해서는 각 회사와 나라의 문화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대표는 24일 오후 6시 30분 경기도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에서 열린 '혁신신약살롱'에서 에이비엘바이오를 소개하고, 라이센싱 아웃의 후일담 등을 공유하며 이같이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최근 자체 개발한 뇌혈관장벽(BBB) 셔틀 기술 '그랩바디-B(Grabody-B)'를 기반으로, 사노피에 이어 GSK와 새로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특정 후보물질이 아닌 플랫폼을 기술이전한 사례며, 총 계약 규모는 약 4조1000억원이다.

BBB는 유해한 물질과 인자가 뇌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는 난제로 꼽혔다.

기존의 트랜스페린 수용체(TfR)나 CD98hc 기반 BBB 셔틀 기술은 전신에 넓게 발현돼 뇌 외 조직에서의 비의도적 약물 분포나 독성 등의 위험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에이비엘바이오는 뇌에 선택적으로 발현되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수용체(IGF1R)를 표적으로 하는 이중항체 기반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개발했다. 이는 뇌에 특이적으로 발현돼 표적 선택성이 높고 부작용 우려가 적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 발표 자료 중 일부.


이날 이 대표는 사노피, GSK와의 기술이전 과정을 소개하며, 빅파마와 기술이전 계약 시 각 나라·회사의 문화를 파악하고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거래가 개시된 이후에는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노피와의 계약을 회상하며 '딜이 어려웠던 회사'라고 평가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사노피의 인연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약 5년간 사노피를 만나 연구 데이터를 업데이트 했다. 그 결과 2021년 1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기술이전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됐고, 3월에는 실사가 이어졌다.

이 대표는 "회사마다 실사(Due Diligence)와 관련한 논의 과정이 많이 다르다. 미국은 슬라이드와 데이터 룸을 전부 보여주면, 몇 번의 미팅을 진행하고 (계약을) 끝낸다. 하지만 프랑스 기업은 한글로 작성된 보고서까지 전부 제출하라고 한다"며 사노피에는 80건의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실사가 끝난 뒤 7월 텀시트(term sheet)를 받았다. 8월에는 2차 실사, 9월에는 MTA를 제안받았다. 일반적으로 항체 관련 MTA는 결합친화도(binding affinity), 시험관 내 시험(in vitro) 정도만 진행한다. 하지만 BBB 셔틀은 뇌혈관장벽을 통과해야 하므로 동물 실험이 필수다. 이에 실험을 진행했지만, 첫 번째 MTA는 실패로 끝났다. 이는 ▲프랑스 내 동물실험 ▲독일 내 조제 ▲미국 내 샘플 분석의 커뮤니케이션 부재에 따른 결과다.

이에 에이비엘바이오는 R&D 리뷰를 통해 분석 방법에 문제가 있었음을 사노피 측에 전달했고, 두 번째 MTA에서 기술을 인정받으며 계약이 체결됐다.

이 대표는 "사노피의 7월 텀시트 이후 사인을 금방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사노피는 JP모건에서 1000개가 넘는 회사를 검토하고, 3개월마다 200개, 100개로 줄여나갔다. 그리고 그다음 해 여름에 후보자를 더 줄였다. 가을에는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때도 최종 후보를 추린 것 같다"며 "사노피와의 계약을 통해 '빅파마는 1년 1~2개 계약만 체결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언급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GSK의 계약은 거래 개시로부터 3개월만에 성사됐다. 단기간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거래로 비춰지지만, 이들은 앞서 한 차례 논의를 진행하고 중단했다.

이 대표는 "2022년 GSK와 한 차례 논의를 진행했지만 논의는 무산됐다"며 "당시 성급하게 GSK와의 딜이 곧 성사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GSK는 11월 논의를 중단하자고 했다. 그리고 2년 뒤 다시 연락이 왔고, 지난해 JP모건에서 재회했다. 1월 13일 1차 미팅을 약 1시간 진행하고, 15일 2차 미팅을 이어갔다. 2차 미팅에서 현재 공개된 전반적인 계약 구조와 타임라인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사노피는 '계약을 할 것처럼 하다가 말고'를 반복하면서 딜 성사까지 1년의 시간이 걸렸다. 반면 GSK의 실사는 완전히 달랐다"며 "각 나라와 회사만의 문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술이전 계약 시 로열티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한다"며 "회사마다 예산이 정해져 있는데, 그 안에서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다른 파트너사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에 따라 협상력이 달라진다. 단 이는 리스크가 있다. 협상 대상이 협상을 포기하지 않도록 끝까지 잡고 가는 것 역시 하나의 기술"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바이오 비즈니스의 라이선스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타이밍을 놓치는 순간 딜의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며 "협상에 속도가 붙었을 때는 약간의 욕심은 버리고 빠르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향후 지분투자까지 연결되는 기술이전 딜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단순한 라이선스 아웃을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동반성장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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