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다가올 특허 만료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빅파마들이 파이프라인 확장을 위해 외부 자산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단일 기업으로는 노바티스(Novartis)가 오픈 이노베이션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바티스는 신경학과 심혈관질환 분야 자산에 관심이 높았고, 면역학과 염증 질환 치료제에 대한 투자도 이어졌다.
유럽 생명공학 웹사이트 라바이오텍(Labiotech) 자료에 따르면 11월 기준 2025년 전세계 인수합병(M&A) 및 라이선스 거래 규모는 2550억 달러(약 376조7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를 이끈 기업 별로는 전년 대비 규모가 크게 줄었음에도 노바티스가 291억4500만 달러(약 43조122억 원)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노바티스는 432억4350만 달러에 달하는 인수 및 라이선스 거래를 진행했다. 공개된 자료 기준 선급금 지불 금액은 지난해 31억3250만 달러였고, 올해 역시 23억7500만 달러에 이르렀다.
2위는 198억9700만 달러로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가, 이어 ▲MSD 182억6900만 달러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176억5000만 달러 ▲사노피(Sanofi) 169억2600만 달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143억4100만 달러 순이었다.
계약 건수는 총 11건으로 2위인 릴리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지만, 총 거래 규모는 100억 달러 가까이 차이가 있어 확실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종양학 분야의 파이프라인에 많이 투자했고 방사성의약품, 분자접착체 등에 관심을 보였다면, 올해의 키워드는 ▲심혈관질환 ▲신경학 ▲RNA 치료제 3가지였다.
애비디티 인수에 120억달러 지급…2030년까지 제품 출시 기대
올해 진행된 초대형 거래로는 애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Avidity Biosciences) 인수 계약이 있다. 애비디티는 근육 내 RNA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독특한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중증 유전성 신경근육 질환 치료제에 집중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이미 3개 프로그램이 후기 단계에 있는 만큼 2030년 이전에 제품이 출시돼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46% 프리미엄을 더한 주당 72달러, 총 120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 애로우헤드 파마슈티컬스(Arrowhead Pharmaceuticals)는 RNA 간섭 기전을 활용해 신경학 분야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2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통해 파킨슨병과 같은 시누클레인병(synucleinopathy) 치료를 위한 siRNA 치료제 'ARO-SNCA'를 개발하기로 했다. 또한 애로우헤드의 독자적인 표적 RNAi 분자(TRiM) 플랫폼을 활용해 추가 표적에 대해 협업할 예정이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바이오아크틱(BioArctic)은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 바이오텍이다. 대표 파이프라인으로 에자이(Eisai)와 공동 개발한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가 있다. 노바티스는 바이오아크틱의 혈액뇌장벽(BBB) 셔틀 플랫폼인 브레인트랜스포터(BrainTransporter)를 사용해 미공개 표적을 결합한 신약을 개발하기로 했다.
아르고·안토스·투르말린 등 거래로 엔트레스토 이을 심혈관질환 후기 자산 다수 확보
노바티스는 올해 특허가 만료된 블록버스터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Entresto, 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의 뒤를 이을 심혈관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관심이 매우 크다. 새로운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거래도 진행했지만 핵심은 후기 단계 자산에 있었다. 이미 3상에 진입했거나 3상 진입이 가능한 자산을 인수해 기존 포트폴리오를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아르고 바이오파마슈티컬(Argo Biopharmaceutical)와는 차세대 siRNA 치료제를 도입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현재 2상 단계에 있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BW-00112(ANGPTL3)'를 포함해 다수의 심혈관 자산에 대해 53억60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안토스 테라퓨틱스(Anthos Therapeutics) 인수에서는 3상 단계 후보물질인 아벨라시맙(Abelacimab)을 추가했다. FXI 억제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최초의 단일클론 항체로,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예방을 위해 개발 중이다.
또한 투르말린 바이오(Tourmaline Bio)를 인수하면서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치료제 '파시베키툭(pacibekitug)'을 확보했다. 파시베키툭은 IL-6를 표적하는 단클론항체로, 심혈관 위험의 독립적이고 중요한 원인인 전신 염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아직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IL-6 억제제가 없고,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를 위해 널리 사용되는 항염증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파시베키툭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미 2상 임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5월 발표된 2상 90일 연구 데이터에서 유망한 잠재력을 보였다.
한편 노바티스는 2023년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사업부인 산도스(Sadoz)를 분사한 뒤 혁신 신약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며 임상 단계 프로그램을 40% 가까이 줄이는 대신 고부가가치 의약품에 집중해왔으며, 핵심 치료 분야와 차세대 기술 플랫폼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