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회, 76차 정총서 젊은의사 등 합의 전제한 조건부 위임 결정…추계위·보정심 등 과정에서 내부 논의 과정 실종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과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이 8일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함께 앉아 있는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이 의과대학 정원 문제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의원회 수임사항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가 의대증원 문제를 '전공의, 의대생, 의대교수와 합의를 전제'로 집행부가 대응하도록 조건부 위임한 상태지만 정작 이들 단체와 어떤 논의 과정도 없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8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의협 집행부는 최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참여하며 의대증원 문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한 차례도 전공의, 의대생 등과 협의하는 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나아가 현재 대한전공의협의회 집행부는 관례적으로 주어지던 의협 정책이사 직책을 부여받지 못한 상태로, 사직 의사를 밝힌 박단 전 대전협 회장이 아직 현 의협 집행부 부회장으로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 대전협 한성존 회장을 비롯한 전공의 인사들은 의협 상임이사회의 등 어떤 내부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그동안 의대증원 문제에 있어 의협과 전공의, 의대생 사이 교류가 전무했던 셈이다.
최근 의협 산하 단체 대표들이 모인 거버넌스 회의에서도 대전협과 의대협은 제외됐다.
제76차 의협 대의원회 정기대의원총회 수임사항 내용.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대의원회 수임사항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지난 2024년 4월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대증원 문제는 전공의, 의대생, 의대교수와 합의를 전제로 집행부 및 대의원회 운영위에 위임한다'는 수임사항이 결정됐다. 이후 77차 정총에서도 해당 수임사항은 변경되지 않았다.
대의원회 수임사항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정관에 따라 집행부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직무상 명령'에 해당한다.
또한 합의를 전제로 한 위임은 전공의·의대생 등과의 합의라는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면, 집행부는 대외적인 협상이나 결정권을 행사할 권한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해당 문제는 7일 의협 상임이사회의에서 문제제기가 이뤄졌고 집행부는 "조건부 위임 수임사항은 지난 집행부 때 총회에서 의결된 것으로 이번 집행부와는 상관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수임사항 위반을 주장하는 의협 대의원은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와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는 조건은 매우 강력한 가이드라인이다. 의협 집행부가 이 전제 조건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정부와 합의한다면, 이는 대의원회의 수임사항 위반이 돼 탄핵 사유나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제가 공론화되자 의협 내부에서도 집행부가 대의원회의 조건부 위임 수임사항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일부 나오고 있다.
한 의협 임원은 "집행부의 상임이사회 해명은 단체의 동일성과 회무 승계 원칙을 간과한 것으로 의협 정관상 일반적으로 사단법인의 원칙에 따라 수임사항은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임사항은 전임 회장 등 특정 인물에게 준 것이 아니라 집행부라는 기관에 부여된 임무다. 따라서 새로 출범한 집행부는 이 의결 내용을 그대로 인계받아 집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백번 양보해 추계위가 정치적 거버넌스가 아니라 학술적 위원회라서 의협이 젊은의사들과 소통하지 않았다고 해도 보정심은 다르다. 보정심은 정부와 의대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매우 정치적인 정책 결정 조직"이라며 "보정심 2차 회의까지 마무리된 상황에서 의대생, 전공의와 협의가 없었다는 점은 수임사항 위반"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해당 수임사항은 2024년 이제 막 싸움(의정갈등)이 시작된지 얼마 안 됐을 때 내용"이라며 "이를 바라보는 입장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8일 진행된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선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신년하례회에 전공의 등 젊은의사가 1명도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협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오늘 (신년하례회에) 전공의협의회장이 참석할 수 있었나. 전공의노조 위원장은 참석할 수 있었나. 우리는 그들의 3시간, 4시간도 확보해 주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의 3년, 4년을 지켜주며 대한민국 의료의 100년을 지킨다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