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2028년까지 3000억 달러 이상 매출 목표를 위협하는 특허 만료가 임박하면서 대형 제약사들이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해 파트너십과 협력에 계속해서 높은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전체 거래금액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은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약바이오 붐이 일었던 2021년보다 높은 금액이었다.
시장조사기관 클래리베이트(Clarivate)가 8일 '2024~2025년 제약바이오 체결 거래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거래건수는 1429건으로 2023년 1380건보다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전체 거래금액은 2305억3000만 달러로 집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2023년의 2176억9000만 달러를 상회했다.
보고서는 "2022년과 2023년에도 관찰되던 트렌드가 계속된 것으로, 전체 거래건수는 준 반면 대형 거래(라이선싱, 합작 투자, 협업)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2024년 가장 많은 거래를 추진한 기업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로, 주로 항암제, 검사 방법 및 임상시험 수행을 위해 54건 거래를 체결했다. 2위를 차지한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도 33건의 거래를 통해 항암 포트폴리오를 두 배로 늘렸다.
2024년 10억 달러 이상 거래 79건이 총 1501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거래금액의 65%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10억 달러 이상 거래가 계속해서 M&A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거래가 몰린 분야는 RNA 치료제, 이중특이항체, GLP-1 수용체 작용제였다.
지난해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한 곳은 노바티스(Novartis)다. 노바티스는 2024년 거래금액 기준 상위 10개 거래 중 4건을 차지했고, 총 30건의 거래 중 14건의 공개 금액이 213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MSD 역시 키트루다(Keytruda) 특허 만료 임박에 따라 계속해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11건 거래에 334억 달러를 지출한 것에 비해 전체 금액은 줄었지만 2024년에는 30건으로 더 많은 거래를 체결했다.
보고서는 종양학, 대사성 질환, 면역학 등 우선순위가 높은 적응증 분야에서는 2025년에도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대형 거래가 계속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3월에만 거래 10건이 각각 10억 달러를 돌파해 총 253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언드러거블(undruggable)' 표적을 공략하기 위한 접근법 중 하나로 표적 단백질 분해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2023년 종양학, 자가면역 및 염증성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전염병 등 치료 영역 전반에 걸쳐 거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대형 거래도 여러 건 성사됐다. 2024년에는 거래 건수가 두 자릿수에 진입, 총 13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거래가 성사됐다.
지난해 표적 단백질 분해제 거래를 진행한 제약사로는 노바티스,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 화이자(Pfizer), 에자이(Eisai),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바이오젠(Biogen), 다케다(Takeda), 버텍스(Vertex Pharmaceuticals) 등이 있다.
바이오텍 가운데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네오모프(Neomorph)는 지난해 2월노보 노디스크, 10월 바이오젠과 거래를 체결한 데 이어, 올해 1월 애브비(AbbVie)와 계약하면서 1년 사이 10억 달러 초과 계약 3건을 성사시켜 관심을 모았다. 국내 기업으로는 오름테라퓨틱(Orum Therapeutics)이 지난해 버텍스와 라이선싱 및 옵션 계약을 맺었다.
보고서는 "공동 연구를 포함한 거래가 많은 것은 현재 다수의 단백질 분해제가 아직 초기 개발 단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는 최근 5년 내 설립돼 독자적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언드러거블 표적에 대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치료제를 개발 중인 소규모 혁신 바이오기업들에 대해, 대형 제약사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반영하는 현상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M&A 분야선 AI와 CRISPR 등 핵심 플랫폼에 대한 관심 높아져
반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인수합병(M&A) 거래는 이제 막 침체기에서 벗어나는 단계다.
보고서는 "2024년 M&A 활동은 전년 대비 23% 감소하며 침체기를 겪었지만, 현재는 초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러한 회복세는 거래에 대한 보다 선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조심스럽게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M&A 금액은 500억~70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되고, 최대 900억 달러까지 이를 가능성도 점쳐진다"면서 "그러나 현재 시장은 초대형 거래보다 소규모 볼트온(bolt-on) 인수 및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선호하는 추세다. 이는 업계가 가치 극대화 및 리스크 관리를 중심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거래 건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거래 금액은 오히려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고, 상업화 이전 단계의 자산뿐 아니라 인공지능(AI), CRISPR 등 핵심 플랫폼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종양학, 심장대사 질환, 희귀 질환 등 영향력이 큰 치료 분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보고서는 "향후 제약업계는 기존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 초기 단계 혁신, 다각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 규제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자금 조달 환경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동시에 첨단 과학과 강력한 M&A 거래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제약바이오 분야의 차세대 혁신과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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