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장 기업 수와 공모 규모 모두 지난해에 비해 늘었지만, 희망공모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가 확정된 기업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바이오 및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상반기 대부분이 희망 밴드 상단 이상으로 공모가를 확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37개 기업이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이 중 바이오 분야에서는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지에프씨생명과학 ▲GC지놈 ▲인투셀 ▲바이오비쥬 ▲로킷헬스케어 ▲이뮨온시아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동국생명과학 ▲오름테라퓨틱 ▲동방메디컬 등 10개 기업이 상장했다. 지난해 상반기 5개 기업이 상장한 것에 비해 2배 늘었다.
반면 지난해 5개 기업 모두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한 것과 달리 올해는 초과한 곳은 없었고, 7개 기업이 희망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나머지 3개 기업 중 1곳은 공모가 하단에서, 2곳은 공모가 하단 미만에서 확정됐다.
올해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한 곳은 식물 세포 기반 바이오 소재 전문기업인 지에프씨생명과학과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업 인투셀이다.
지에프씨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443.69:1로 전체 상장사 중 1위, 일반 청약 경쟁률은 2166.33:1로 2위를 차지했다.
지에프씨는 소재 사업을 통해 스킨 마이크로바이옴(피부 미생물), 식물 세포, 엑소좀, 바이오포뮬레이팅(하이브리드 엑소좀) 등의 소재를 개발·생산하고 있으며, 자체 및 외주 바이오 소재에 대한 인체 적용 시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임상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영업력을 강화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의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에프씨 측은 "천연소재는 물론 피부, 식물, 유산균 등 다양한 원천을 바탕으로 새로운 바이오 소재를 개발해 복합 기능성 화장품과 비건 소재 수요에 대응해 나갈 것이다"면서 "특히 식물 유래 엑소좀과 엑소좀 마이크로RNA(miRNA) 기술력을 기반으로 코스메슈티컬, 의료기기, 의약∙바이오 분야로까지 확장이 가능한 만큼, 사업 영역을 단계적으로 넓혀 글로벌 바이오 소재 리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투셀은 리가켐바이오의 공동 창업자이자 핵심 플랫폼 기술 '콘쥬올(ConjuALL)' 발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박태교 대표가 창업한 기업이다. 수요 예측 경쟁률은 1151.5대 1이었는데, 특히 일반 청약에서 2268.9대 1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이후 동종업종 공모주 일반청약 중 최고 수치에 해당한다.
인투셀은 ▲기존 기술로는 접합이 어려웠던 페놀 계열 약물뿐 아니라, 아민 계열 약물에도 적용 가능한 OHPAS 링커 기술 ▲정상세포에 대한 비선택적 세포 내 유입을 최소화하는 PMT 기술 ▲OHPAS 기반의 최적화된 켐토테킨 계열 약물 플랫폼인 넥사테칸(Nexatecan) 등 차별화된 ADC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 3건을 성사시켰다.
인투셀 측은 "설립 10년 만에 의미 있는 기술 성과를 달성하며 글로벌 ADC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공모가가 가장 높았던 기업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다. 수요예측에서 1066.9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며, 희망 밴드 상단인 2만1000원으로 공모가가 확정됐다. 일반 청약 경쟁률도 859:1에 달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 폐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줄기세포를 3차원 배양해 인체 장기를 재현하는 오가노이드 기술을 활용한 재생 치료제 '아톰(ATORM)'과 신소재 효능 평가 솔루션 '오디세이(ODISEI)'를 보유하고 있으며,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등 다양한 영역에 오가노이드를 적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 하고 있다. 또한 첨단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 및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연구자들을 위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측은 "IPO를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오가노이드 기술을 확립하고, 나아가 오가노이드 분야의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유한양행의 자회사인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이뮨온시아도 수요예측 경쟁률 897대1과 일반 청약 경쟁률 913대 1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PD-L1 단클론항체 'IMC-001'과 차세대 CD47 단클론항체 'IMC-002'가 있다. 이 중 IMC-002는 2021년 중국 3D메디슨(3D Medicines)에 총 4억7050만 달러 규모로 기술이전 됐고, 2026년 글로벌 기술이전도 추진 중이다. IMC-001은 올해 하반기 2상 최종결과보고서(CSR)를 자체 작성한 뒤, 2027년 기술이전 및 2029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한다.
한편 하반기에도 여러 바이오헬스 기업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달부터 IPO 제도 개선 방안이 시행되며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원회는 IPO 시장이 '단기차익 목적 투자'에서 '기업가치 기반 투자'를 중심으로 합리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확대 ▲수요예측 참여자격·방법 합리화 ▲주관사 역할·책임 강화를 적용하기로 했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박종선 연구위원은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에서 언급한 일부 제도가 1일부터 시행되면서 IPO 시장에는 중장기적으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적용 초기에는 다소 혼선이 발생하겠지만, 점차 시장에 안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 미국 트럼프정부의 관세정책 우려 및 글로벌 국지전 등으로 당분간 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면서 "다만 국내의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긍정적인 증시 부양 정책이 지속되고 있어 IPO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