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희 삼성서울병원 교수 “AI의 미래, 기술이 아닌 기술이 뿌리내릴 토양을 준비하는 것”
[뷰노 글로벌 환자안전 서밋 2026]⑩ “AI는 함께 성장하는 동료…병원 내 임상 워크플로우 통합이 관건"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추진단 데이터혁신센터 부센터장 손명희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AI 솔루션을 비롯해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더욱 느끼고 있다. 비용을 높이지 않으면서 접근성을 유지하고 환자를 위한 최고의 의료의 질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찾게 된다. 다만 디지털 기술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임상 워크플로우에 통합될지가 관건이다.”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추진단 데이터혁신센터 부센터장이자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손명희 교수는 '글로벌 환자 안전 서밋 2026'에서 ‘임상 현장에서 AI 헬스케어 솔루션의 적용과 영향(Impact of AI Healthcare Solutions in Clinical Practice)’을 주제로 발표했다. 손 교수는 미국 HIMSS(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 Healthcare Information and Management Systems Society)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손 교수는 AI 기술 그 자체보다 병원이라는 복잡한 생태계 속에서 AI가 작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강조했다.
손 교수는 “병원에서 보면 기술이 오히려 가장 깔끔하고 명확하지만, 병원의 프로세스는 복잡하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더 어렵게 느낀다”라며 “병원의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AI가 실제로 작동하기까지는 기술 그 이상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보다 어려운 것들…8개 레이어로 본 병원의 AI 생태계
삼성서울병원은 하루 환자 1만1000여명, 직원 수 8000명, 컴퓨터 9512대, 로봇 25대, 서버 545개, 네트워크 기기 1188대 등 복잡한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
손 교수는 스마트병원을 위한 에코시스템을 8개 레이어로 나눠 설명했다. ▲네트워크 인프라 ▲하드웨어 ▲운영체계 ▲EMR ▲데이터 ▲알고리즘 ▲애플리케이션 ▲환자와 가족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손 교수는 “각각의 레이어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 HIMSS가 제시하는 여러 모델을 통해 인증을 준비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나가고 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HIMSS가 주관하는 평가에서 INFRAM, DIAM, EMRAM, AMAM 등 4개 영역 최고 등급인 7등급(Stage 7)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획득한 바 있다.
손 교수는 “에코시스템은 맨 아래 단계에의 네트워크망부터 잘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단계별로 안정적인 것도 중요하고 빠른 것도 중요하다. 어느 순간에 단계가 내려가지 않아 끊어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데이터를 잘 구축하고 이를 잘 활용해서 에코시스템으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예측·운영·설명 가능성이 만드는 AI의 임상적 가치
손 교수는 AI 연동에 대해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닌 EMR(전자의무기록) 연동과 이를 받아들이는 문화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간호사가 측정한 활력징후(Vital sign)가 종이에 적힌 뒤 수 시간 후 입력되는 구조라면 예측 알고리즘이 의미를 갖기 어렵다”라며 “AI가 잘 사용되려면 종이 쪽지에 쓰여진 활력징후가 EMR로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령 낙상 위험도가 높은 환자의 경우 이전에는 설문으로 평가했지만, 환자 상태 악화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EMR 데이터 기반 자동 예측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입원 환자 중 고위험군 환자도 EMR 데이터 기반으로 파악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손 교수는 “다만 의료진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 가능성이 없다면 AI에 따른 예측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라며 "AI는 알람의 발생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손 교수는 “수술실이 비었다고 데이터로 알려주는 것은 쉽지만, 병원에서 그 수술실을 나눠 쓰겠다는 문화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라며 “병원에선 데이터가 공유되고, 이를 정보로 가공될 때 디지털 도구 활용에 대한 조직적 합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AI는 함께 성장하는 동료와 같은 존재
손 교수는 인간의 인지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데이터 규모 속에서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내다봤다.
그는 “기존의 AI를 툴(tool)이라고 생각했는데, 툴이 아닌 에이전트(agent)로 가고 있다”며 “앞으로의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진료에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전공의를 교육해 동료가 되듯, AI 역시 함께 성장하는 동료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AI 솔루션의 정확도뿐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의료진과 환자의 진료 환경도 중요하다. 가령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음성인식형 AI 솔루션은 국내 병원 환경에선 환자와의 대화가 짧고 기록이 부족해 맞지 않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가 병원 운영 전반에 정착하도록 하는 단계인 ‘DX2AX(Digital Transformation에서 AI Transformation으로)’를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손 교수는 “AI는 기술이 아니라, 병원이라는 유기체 안에서 길러야 할 생태계”라며 “환자 안전을 위한 AI의 미래는 알고리즘의 정교함이 아니라, 그 알고리즘이 뿌리내릴 토양을 얼마나 단단히 준비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