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카노 카즈코 변호사 "日 법원, 의무복무 위반 시 위약금은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인정"
“지역의사제 출신, 현장에서 '복종해야 할 의사'로 인식…처벌 아닌 지원 중심으로 제도 설계해야”
나카노 카즈코 변호사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본 자치의대∙지역의사제 소송 당사자 인터뷰 시리즈
우리나라는 2027년과 2030년에 각각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국립의학전문대학원) 도입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할 의사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들 제도의 모델로 거론되는 일본의 지역틀(地域枠)과 자치의대(自治医大) 제도를 둘러싸고 현지에서는 의무복무와 위약금의 적법성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이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소송 당사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도 시행에 앞서 짚어봐야 할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최근 일본 지역의사제 관련 재판에서 위약금 조항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이끌어 낸 나카노 카즈코(中野和子) 변호사(심포니아 법률 사무소)는 한국 지역의사제의 의무복무 불이행 시 ‘면허 취소’ 조항에 대한 의견을 묻자 황당하다는 듯 이같이 말했다.
일본의 한 소비자단체는 지난 2023년 야마나시현을 상대로 현이 지역의사제 출신 의사들에게 부과한 고액의 위약금 조항이 ‘소비자계약법’ 위반이라며 해당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 지역의사제는 학생들에게 학비를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대신 졸업 후 지자체장이 지정한 지역 병원에서 9년간 의무복무하도록 하고 있다. 의무복무를 포기할 경우 대출금에 이율 10%를 더한 금액을 즉시 상환해야 한다.
야마나시현은 여기에 더해 최대 842만엔(한화 약 8000만원)의 위약금 조항까지 별도로 만들어 뒀던 것이 문제가 됐다. 일본 고후지방법원은 지난 1월 20일 “위약금 조항은 과도하다. 이는 의사의 직업 선택의 자유,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야마나시현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국내 지역의사제는 의무불이행 시 지원금 반환 외에 별도 위약금은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복무기간은 10년(국립의학전문대학원은 15년)으로 더 길고, 의무복무 관련 시정 명령 불응으로 면허정지를 3회 이상 받거나 의무복무를 아예 포기할 경우 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나카노 변호사는 “위약금도 과도한데, 면허를 조건으로 걸어 지역의료 문제 해결에 대한 부담을 의사 개인에게 지우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의료 취약지에서도 의사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나카노 카즈코 변호사와 일문일답.
위약금도 과도한데 면허 취소? 개인에 과도한 부담
Q. 야마나시현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된 배경은 뭔가. 의료계가 아닌 소비자단체가 원고인 점이 특이하다.
이전부터 일본노동변호단은 야마나시현이 지역의사제 출신 의사를 위약금을 통해 9년 동안 의무 근무시키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일본 노동기준법은 강제노동은 물론이고 기간을 정할 경우 5년을 초과하는 노동계약 체결을 금지하고 있다. 노동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도 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지역의사제 의사가 현과 체결한 계약이 같은 법 조항들에 위배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야마나시현은 노동계약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의대생 단체도 위약금 조항에 대한 철회를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실제 계약형태를 보면 지역의사제 의사와 현이 계약을 맺는 구조이긴 하지만 대학병원 등 현이 직접 고용하는 게 아닌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들에선 현의 주장대로 노동계약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소비자단체가 이 문제를 소비자 계약 측면에서 해결하고자 소송을 제기했다.
Q, 1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은 어땠나.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위약금 조항이 소비자계약법 제9조, 제10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결했다. 제9조는 '평균적 손해'를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로 하는 조항인데, 842만4000엔 전액이 현이 입은 평균적 손해를 초과한다고 인정했다. 제10조는 신의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 무효로 하는 조항이다.
재판부는 수험생 시절 계약을 체결한 점, 교섭력도 없는 상태에서 계약한 점, 지역의사제 의사의 병원 이동을 현저히 어렵게 해 직업 선택의 자유나 이동의 자유를 침해한 점을 인정했다. 이에 해당 계약이 신의칙에 반해 일방적으로 소비자(지역의사제 의사)에게 불이익을 부과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Q. 지역의사제를 운영하는 다른 지역들도 위약금 조항을 두고 있나.
위약금 조항이 있는 건 야마나시현이 유일하다. 의사들이 지역에 자발적으로 남을 수 있도록 지원 내용 등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위약금으로 묶어버리겠다는 발상인데, 노예 같은 방식이다.
Q. 야마나시현은 1심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항소심 전망은 어떻게 보나.
항소심 결과가 나오기 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본다. 1심과 같은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의료계도 지역의사제 출신 존중 필요…의무복무 중단 사유 폭 넓게 인정해야
Q. 일본 지역의사제에서 위약금 외에 문제되고 있는 부분은 없나.
수험생이 일반 전형이 아닌 특별 전형으로 합격하는 형태가 되면서 왜곡이 발생한 측면이 있다. 많은 선배 의사들이 지역의사제 출신 의사들을 (의무복무에 묶여) ‘복종해야 할 의사’로 여기고 장시간 근무하게 하거나 원치 않는 전문과를 택하도록 내모는 경향이 있다. 의무복무를 포기하고 이탈하려고 하면 전문의들의 합심해서 방해하기도 한다.
Q. 전문의들이 합심해서 방해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인턴 후에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지역의사제를 이탈하려는 의사에 대해선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위약금 외에 추가적인 배제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지역의사제도를 지키기 위한 거라고 하는 데 이해하기 어렵다. 의무복무를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데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
그런데도 수련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건 적절치 않다. 차라리 의무복무를 잠시 중단하는 걸 인정하고 ‘나중에 다시 돌아오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 제도 하에선 개인의 희망과 지역의 요구가 충돌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걸 어떻게 조정할지가 관건이다.
Q. 시행을 앞둔 한국의 지역의사 제도에서는 이자를 포함한 대출금의 상환 의무는 있으나, 일본과 같은 별도의 위약금 조항은 마련돼 있지 않다. 대신 의무 근무 기간이 10년이고, 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면허 정지나 취소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 설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면허 정지나 취소는 최악이다. 정말 터무니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지원금 상환 문제의 경우 이자가 타당한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또 결혼∙출산∙간병 등으로 인한 의무복무의 중단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지정된 지역 자체도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마 한국에서는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희망하는 의사들이 많을 것 같다. 10년 중 일정 기간은 서울에서 수련을 인정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제도 못지 않게 의사들의 인식도 중요하다. 지역의사제 출신 의사들을 존중해야 한다.
Q. 지역 의료를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방법은 뭘까.
한국이 시행하려는 지역의사제도는 면허 정지 등을 통해 의사 개인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하는 구조다. 인구가 적고 의사가 부족한 지역이더라도 의사가 성장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의무복무를 중단할 수 있는 사유도 폭 넓게 인정해야 한다. 결혼이나 출산은 당연한 일인데 그걸 못 하게 하는 건 인권침해다. 좋은 의사를 많이 만들기 위해선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 지역의사제를 도입한다면 해당 지역 학생을 우선 채용하고, 수련 과정에서 첨단 치료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의사 및 의료 장비 배치를 국가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 의대생을 필기 시험만으로 선발하지 않고 인성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련을 받는 의사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