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국내 의약품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무역수지도 흑자로 전환했지만,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2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24년 의약품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무역 수지도 흑자로 전환한 것은 우리 정부와 바이오 기업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다"면서 "그런데 복지부와 식약처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대응 실종 상태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액은 92억7000만 달러로 2020년(68억9000만 달러) 대비 34.4%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도 8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는데, 작년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14억9000만 달러로 전체 의약품 수출의 16.1%를 차지했다. 미국 수출은 4년 사이 68.4% 급증했으며, 바이오의약품 수출도 2024년 55억1000만 달러를 기록해 2020년 대비 58.0%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를 통해 분석한 '미국과 의약품 관세 협상을 완료한 주요국 현황'을 살펴보면,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최대 15%의 관세율로 협상을 완료했으며, 복제의약품(제네릭)은 전면 관세 면제를 받았다. 동남아 6개국(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도 19~25% 범위 내에서 협상을 마쳤고, 복제약 역시 관세가 면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자동차, 철강 등 다른 품목은 조기 타결했지만, 의약품만은 지식재산권, 가격 책정, 시장 개방 등의 쟁점으로 협상이 결렬돼 현재 100% 고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며, 실제 일부 품목에서는 수출 감소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도 미국이 요구하는 '미국 내 생산시설 건설'과 '대규모 투자 패키지'라는 조건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한 미국 백악관은 SAPIR(Strategic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s Reserve)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해 26개 중요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활성의약품성분(API)을 전략 비축 대상으로 지정했다.
장 의원은 "행정 명령이 해당 품목의 자국 내 생산과 비축을 늘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한국의 의약품 수출 품목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부분임에도 복지부와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 목록이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목록을 빠르게 파악하고 국내 현황도 깊이 있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유럽연합이나 일본은 생산 비용이 저렴한 인도나 중국과 연대하거나 미국 내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9일 백악관 대변인이 정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 시설 확충 지원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여기에 대해서도 식약처는 충분하게 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식약처 소관 업무에는 ▲식품·의약품 등 안전 관련 수출지원 정책 수립 및 제도개선 ▲수출지원 관련 국제 동향에 관한 조사·연구 ▲외국 규제기관과의 협력 등에 관한 사항 ▲규제선진화 및 글로벌 표준화에 관한 사항 ▲민관 협력체계 구축·운영 ▲그 밖에 국제 현안 대응에 관한 사항 등이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관세가 부과된 이후에도 미국 상무부의 제외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대체 생산이 어려운 품목을 입증하고,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객관적인 자료 준비를 통해 불이익을 최소화해 나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같이 경주돼야 한다"면서 "우리 바이오 기업들은 생존이 걸려있다. 대한민국 수출 시장도 걸려 있다. 강건너 불구경하듯 타 부처에만 맡겨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복지부와 식약처가 적극 나서서 관세 협상 모니터링, 현황 파악, 국내 생산 현황 점검 등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