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국가필수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의 공급 불안정이 해마다 반복되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미흡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박희승·김윤 의원은 2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국가필수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의 공급 불안정을 지적하며, 공공 생산 체계 확대, 원료의약품 국산화,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 구축 등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국가필수의약품은 보건의료상 필수적이지만 시장 기능만으로는 안정적 공급이 어렵다"며 "최근 6년간 147건의 공급 중단이 보고됐고 올해만 31건으로 최악의 상황이다. 연례적인 공급 차질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핵심 원료의약품의 국산화도 추진해야 한다"며 "올해 8월까지 최근 10년간 108개의 의약품이 원료의약품 수급을 이유로 공급이 중단됐다. 올해 조금 개선됐지만 8월 기준 6개의 의약품이 공급 중단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중국과 인도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원료의약품 수입액 상위 10개국을 분석한 결과 2016년 두 나라의 수입 비중이 35%였는데, 지난해는 50%가량으로 높아졌다"며 "국내 기업이 가격 경쟁에서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수출국이 원료의약품을 공급하지 않거나 축소한다고 결정하면 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해열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의 원료를 중국과 인도가 수출하지 않기로 하면서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미국의 의약품 원료 관세 조사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동향 파악과 정보 수집, 각 시나리오별 대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윤 의원은 "의약품 품절 사태가 코로나19 시기부터 6년째 반복되고 있다"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약이 수급 불안 상태인지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민간 의약품 공급 플랫폼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1000건 이상 약국에서 공급이 안 된다고 보고된 72개 품목 중 식약처가 파악한 것은 단 2개뿐이었다. 국민은 약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데 식약처는 제약사 신고에만 의존하는 수동 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필수의약품 안전공급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가 확인한 72개 품절 의약품 중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것은 15개뿐"이라며 "현 체계로는 현실적인 수급 불안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평원 의약품유통정보센터의 데이터를 활용하면 공급과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비교해 수급 불안 품목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며 "민간 자료 없이도 공공 데이터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식약처 오유경 처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제안된 공급 중단 전 보고일 개선을 통해 60일에서 180일 전으로 앞당겼다"며 "이를 통해 식약처가 대응할 시간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오 처장은 "공급 중단 보고가 접수되면 대체제 유무를 우선 검토하고, 필요 시 행정지원이나 긴급도입 등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행정 지원을 확대하고 공공 생산 체계에서 공공 생산 네트워크를 좀 확대할 예정이다. 주문 생산이 필요한 경우에는 공공 생산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채산성 문제"라며 "국산화가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원료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지원 사업을 통해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식약처는 규제 기관으로 직접 지원에는 한계가 있지만, 관련 부처와 협력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