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두경부암·dMMR암에서 베링거 존거티닙, MSD 키트루다, GSK 젬퍼리 신규 데이터 주목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암연구협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5)가 25~3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가운데, 빅파마들이 두경부암과 폐암 등 고형암 분야에서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임상 데이터를 공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은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표적 치료제 데이터를 선보였고, MSD는 절제 가능한 국소 진행성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20년 만에 처음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개했다. 두 기업의 치료법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우선 심사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GSK는 국소 진행성 암에서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PD-1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 수술 필요성이 없어진 데이터를 소개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학회에서 발표된 최신 임상 연구 초록을 바탕으로 주요 연구 결과와 임상적 의미를 살펴봤다.
베링거 존거티닙, HER2 폐암에서 엔허투 외 치료 옵션 추가 가능성 제시
현재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HER2 표적 치료제로는 항체약물접합체(ADC)인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T-DXd)이 유일하다. 그러나 베링거가 개발하고 있는 경구용 HER2 표적 치료제 존거티닙(Zongertinib)이 Beamion LUNG-1 연구에서 임상적 효능을 입증하며 새로운 치료제가 추가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결과는 NEJM에 동시 게재됐다.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존 V. 헤이맥(John V. Heymach) 박사는 "T-DXd가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이지 않으며, 간질성 폐 질환을 포함한 심각한 부작용 위험을 동반한다. 또한 T-DXd는 병원에서 정맥 주사로 투여돼야 한다"면서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위한 효과적이고 더 내약성이 좋은 편리한 표적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HER2 과발현 유방암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은 경구용 저분자 HER2 억제제인 라파티닙(lapatinib)과 네라티닙(neratinib)은 HER2 변이 암에 동일한 효과를 보이지 않으며, EGFR 교차 표적화로 인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존거티닙은 EGFR을 표적하지 않고 HER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며, 전임상 연구에서 다른 HER2 억제제보다 더 높은 활성과 적은 독성을 보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최신 분석 결과 이전에 치료받은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티로신 키나제 도메인(TKD) 내 HER2 변이를 가진 환자(코호트 1)에서 존거티닙은 지속 반응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줬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71%로, 완전 관해 7%, 부분 고나해 64%, 질병 통제 96%를 기록했다. 또한 뇌 전이 환자에서 뇌 내 활성을 보여줬으며, 41%가 반응을 달성하고 81%가 질병 통제를 보였다. 반응지속기간(DoR) 중앙값은 14.1개월,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2.4개월이었다.
존거티팁은 이전에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 후속 HER2 ADC 치료를 받은 환자(코호트 5)를 대상으로 한 초기 결과에서도 객관적 반응률 48%를 보여줬고, 97%가 질병 통제를 달성했다. TKD 외부에 HER2 변이를 가진 치료 경험이 있는 진행성 환자(코호트 3)를 대상으로 한 탐색적 코호트에서 객관적 반응률은 30%, 질병 통제율은 65%였다.
헤이맥 박사는 "HER2 TKD의 전통적인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관찰된 강력한 효능 외에도 코호트 3을 통해 덜 흔한 HER2 변이도 표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코호트 5의 결과는 현재 비소세포폐암에서 승인된 유일한 다른 HER2 표적 치료제인 T-DXd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한 환자에게 존거티닙이 혜택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존거티닙은 이전 치료에서 관찰된 발진, 설사, 폐렴과 같은 독성 반응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매우 우수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여줬다"면서 "이 초기 결과는 존거티닙이 해당 환자들에게 다른 치료제보다 더 효과적이고 독성이 적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헤이맥 박사는 "최근까지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효과적인 표적 치료제는 없었다"면서 "존거티닙이 승인 되면 관리 가능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갖춘 고효능 치료 옵션에 접근할 수 있고,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위한 첫 경구용 치료제이자 유일한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GSK 젬퍼리, 종양 유형 관계없이 초기 단계 dMMR 암에서 수술 필요성 없애
GSK의 젬퍼리(Jemperli, 성분명 도스탈리맙)는 2상 임상시험 예비 결과에서 초기 단계 불일치 복구결함(dMMR) 암에서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면 종양 유형에 관계 없이 종양을 완전히 소실시켜 수술 필요성을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동시 게재됐다.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 Cancer Center) 안드레아 세르첵(Andrea Cercek) 박사는 "면역요법이 초기 단계 dMMR 암에서 종양 제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지, 완전 관해를 보인 환자들이 수술적 절제를 생략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업데이트 데이터에는 2~3기 수술 가능한 dMMR 환자 103명이 5개월간 젬퍼리로 치료 받은 결과가 포함됐다. 첫 번째 코호트는 직장암 환자 49명, 두 번째 코호트는 위식도, 간담도, 비뇨생식기, 부인과 암을 포함한 비직장암 환자 54명으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이전에 직장암 환자 41명에서 완전 관해를 보고했고, 이번 분석에서 그 수는 49명으로 확대됐다. 또한 직장암이 아닌 환자에서 첫 데이터를 공개했고, 이 중 65%(35명)가 완전 관해를 보였다. 두 코호트에서 완전 관해에 도달한 환자 84명 중 82명은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직장암 코호트에서 2년 후 92%가 질병이 없는 상태를 유지했고, 보고 시점 기준 4명에서 완전 관해가 5년간 지속됐다.
세르첵 박사는 "이 결과는 초기 단계 dMMR 종양 환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충분한 기간 동안 면역요법으로 먼저 치료를 받으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면서 "수술적 절제는 위, 췌장, 직장 등 장기에 특히 복잡하고 위험할 수 있다. 이 접근법은 장기 보존을 가능하게 해 삶의 질 향상과 잠재적인 생존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더 많은 환자를 모집하는 것 외에도 전립선암과 위식도암 같은 치료에 덜 반응한 종양 환자에서 종양미세환경의 잠재적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접근법을 dMMR 암을 넘어 더 많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통찰력을 발견하길 희망한다.
MSD 키트루다, 20년 만에 새로운 두경부암 보조요법 등장 가능성 시사
치료 경험이 없는 국소 진행성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 환자에서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MSD의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추가하면 환자의 반응률과 생존율이 개선된다는 3상 임상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하버드대 브리검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라빈드라 우팔루리(Ravindra Uppaluri) 박사는 "일반적으로 새로 진단된 두경부암 환자는 수술 후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면서 "이 치료 패러다임은 20년 이상 유지돼 왔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환자의 치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KEYNOTE-689 임상시험에서 표준 치료에 키트루다를 추가하면 재발을 예방할 수 있는지 평가했다. 환자의 절반을 최소 38.3개월 추적 관찰한 결과 키트루다군은 표준치료군에 비해 재발 위험이 27%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결과는 두경부암 초기 단계에서 수술전후 보조 치료 환경에서 항-PD-1 치료제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무사건 생존율(EFS) 개선을 보여준 첫 번째 사례다.
주요 병리학적 반응률(mPR) 역시 키트루다군에서 더 높았다. PD-L1 발현이 있는 종양을 가진 환자에서 생존 및 mPR 혜택이 더 자주 관찰됐다. PD-L1 발현이 높은 종양(CPS≥10)은 수술 전 mPR율이 13.7% 증가했고, 재발 위험은 34% 낮았다.
우팔루리 박사는 "이 새로운 정보는 현재의 표준 치료법에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키트루다를 포함하도록 하는 것을 뒷받침한다. 이 어려운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20년 이상 만에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갖게 됐다"면서 "이제 이 접근법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치료의 부작용으로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수술 및/또는 보조 요법을 어떻게 수정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MSD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FDA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해 우선 심사 중이며, PDUFA에 따른 목표 심사 기한은 6월 2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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