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현장의 우려가 크지만 당장 법안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다음 달 관련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1일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2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전날 대한의사협회 상임이사회에선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의료계의 가장 큰 우려는 초진 예외 조항과 책임소재 문제다.
법안 내용을 보면 의원급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하되 의료기관 방문 곤란자, 대리처방, 소아·노인환자, 해당 의료인에게 일정 기간 내에 1회 이상 대면진료 받은 환자, 휴일·야간 진료 등 불가피한 환자는 예외적으로 초진이 가능하다.
또한 6항 책임 부분을 보면 비대면진료를 실시하는 의사는 대면진료와 같은 법률적 책임을 지게 된다.
즉 초진 금지 예외 조항이 광범위하다 보니 비대면진료가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고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와 같은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경우 가뜩이나 큰 형사소송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취지다.
만약 개정을 통해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이뤄질 경우, 소아과나 고령 환자 비중이 높은 내과계 개원가를 중심으로 일차의료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개원가 현장 분위기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박근태 회장은 메디게이트뉴스에 "재진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이 잘못됐다. 1회 이상 대면진료를 받은 환자는 모두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고 돼 있지만 의사도 모든 환자를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잠깐 본 환자를 비대면진료하고 대면과 같은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이재명 정부 의료정책 중 공공의료, 공공의대 확대 보다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조치의 파장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판단된다"며 "지역 1차의료 기반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아, 노인 환자를 재진 예외로 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다. 특히 진료 위험이 많은 소아, 노인 환자를 오히려 예외로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도록 하면서 진료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용주 법제이사(연세의대 소아과학교실)는 "소아과 의사들이 보통 그냥 감기약만 처방하는 단순업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을 직접 눈으로 관찰하고 대면으로만 볼 수 있는 행동, 여러 증상과 위험 신호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화면으로만 아이를 진료하게 되면 놓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 법제이사는 "그나마 한 번 본 소아 환자는 진료 기록이 있으니 낫다. 소아는 어른과 다르게 (진료 당시) 조금 놓친 부분 때문에 평생 후회하는 일들이 많다. 취약한 연령이고 진료 과정에서 위험성이 큰 만큼 소아와 노인 환자는 절대 초진 환자를 비대면진료 허용 대상에 포함시키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도 난감한 눈치다. 그동안 비대면진료에 대해 원칙적 반대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번엔 법안을 막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곧바로 발의되다 보니 정부여당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반대만 하기 보단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협은 의료정책연구원 주최로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계 내 여러 의견 청취와 더불어 의견 표명을 위해 7월 초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의료정책연구원 안덕선 원장은 "유럽은 비대면진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확실하다. 영국처럼 초진도 허용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은 불완전 진료이기 때문에 재진을 원칙으로 한다"며 "전체 진료에서 비대면진료 비율을 20% 이상이 되지 못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대면진료와 같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결국 대부분의 의사들이 '한번 내원해달라'는 말만 많이 하게 될 것"이라며 "외국은 의료 불모지거나 영국처럼 전문의 진료를 보려면 한 달 이상 기다리는 곳에서만 실시된다. 또한 외국은 비대면진료에 대해 의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막기 힘들다면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확실히하고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차원에서 세부 조항을 개선하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협 관계자는 "반대하지만 어쩔 수 없이 꼭 필요한 경우엔 (비대면진료가)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일단 내부 컨센서스도 중요하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위해 공청회 등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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