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8.10 16:00최종 업데이트 26.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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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헌법 위에 존재…의료분쟁조정법, 대통령 지시로 '돌발 입법'"

변협 인권위원회 박천우 위원 "사망까지 기소 원천봉쇄는 위헌 소지…의사도 의료사고 피해자될 수 있어"

법무법인 LKB평산 박천우 변호사가 1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건국 이래 최대의 의사 형사특례 조항이다. 이 순간 의사는 분명히 헌법 위에 존재한다.”
 
법무법인 LKB평산 박천우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는 10일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 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주최한 의료분쟁조정법 토론회에서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은 위헌”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사망사고의 경우까지 기소를 원천봉쇄한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은 중과실이 없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중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손해배상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형사기소를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李대통령 지시로 입법 '급물살'…공청회도 일방 취소
 
박 변호사는 해당 개정법이 이재명 대통령의 한 마디로 갑작스레 진행됐다며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복지부 정은경 장관에서 의료사고 형사처벌 관련 특례법 제정을 서두를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박 변호사는 “대통령 주문 한 달 뒤에 의원안이 대거 발의됐고, 3월에 법안소위에서 6건 법안을 병합한 위원회 대안이 의결됐다”며 “위헌논란의 핵심인 기소제한 특례 조항에 관련된 질의응답은 0건이었다. 약속했던 공청회도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했다.
 
이어 “삼권분립 국가인데 대통령이 입법부는 아니지 않나”라며 “어쨌든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됐고 법안은 통과됐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후에도 의사 ‘특혜’ 주문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언급하며 의료진 형사처벌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모델 자체가 위헌 모델이고, 이번 개정법은 그 위헌모델의 강화된 변주”라며 “심지어 의료분쟁조정법은 교특법에 포함된 적 없는 사망사고까지 특례에 포함시켰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하위법령 마련 시 의사 형사처벌 부담을 고려해달라 주문한 것 자체가 개정법의 위헌성이 명확하다는 자인”이라며 “형사처벌 조항은 의회유보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해야 한다. 위임입법을 통해 형사처벌 여부를 좌우하는 법조항은 위헌 소지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필수의료 기피 원인, 사법 리스크 아닌 '의료 영리화'
 
박 변호사는 필수의료 기피의 원인이 사법 리스크라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비급여, 미용시장 급성장에 따른 ‘의료 영리화’가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법 리스크가 필수의료 기피 원인이라는)가정을 뒷받침할 경험적 통게 수치는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히려 구공판 사건 진료과목의 분포는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 소위 ‘인기과’가 높다. 반면 대표적 필수과인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는 형사 리스크가 낮다”고 했다.
 
이어 “결국 형사 리스크가 높을수록 되레 지원자가 몰리고, 낮은 과목일수록 지원자가 없다”며 “형사 리스크를 줄여주면 필수의료 지원자가 늘 거라는 논리구조는 실증적으로 반증된 명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법 리스크에 대한)의사 개인의 느낌이나 생각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면서도 “개인의 느낌과 생각으로 이런 식의 입법을 강행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해배상과 처벌 중 한쪽 선택 강요…일몰 조항 도입하고 법 재심의해야
 
박 변호사는 해당 제도가 돈(손해배상)과 처벌 중 한쪽을 택하도록 강요하는 “잔인한 선택”이라고도 했다. 의료계를 향해선 의사들도 의료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그는 “민사손해배상금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인데, 그걸 받았단 이유로 기소 자체가 원천 봉쇄된다. 처벌을 시도할지 돈 받고 끝낼지 양자택일하라는 것”이라며 “달성되는 공익은 불확실한데 침해되는 피해자의 권리는 확실하다. 전형적인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라고 했다.
 
이어 “의사와 환자를 대립구도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의사들도 어느 순간 억울하게 의료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 변호사는 ▲형사 기소를 제한하는 제56조 전면 삭제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제2조 제9호 내용을 법률에 직접 규정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 병행 등을 주장했다.
 
또 이번 개정법의 결과를 평가해 폐지할 수 있도록 ‘일몰 조항’을 도입하는 한편, 국회가 법을 재심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변호사는 “입법자는 형사 리스크를 낮추면 의료진의 필수의료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제가 실현되는지 사후적으로 검증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사망사고의 경우까지 의사에 대한 기소를 원천봉쇄한 개정법은 위헌”이라며 “국회는 반드시 법을 재심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분쟁조정법 # 의료사고 # 대한변호사협회 # 박천우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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