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의료센터 463곳으로 늘었지만 퇴원 후 연속관리 경험 30.2%…민주당 홍성대 “비전 없이 시작”
22일 국회에서 열린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 발전 과제와 전략’ 토론회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노인과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며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추진한 지 8년째를 맞았지만, 통합돌봄의 출발점인 퇴원환자의 지역사회 복귀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3월 돌봄통합지원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며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그러나 정부가 운영하는 4종의 퇴원환자 연계사업 대상인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퇴원 후 지역사회로 연계되는 비율은 0.1%에도 미치지 못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혜진 교수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 발전 과제와 전략’ 토론회에서 “병원은 환자를 지역사회로 연계하지 않아도 전혀 손해 볼 것이 없고 병원 간 연계만 잘하면 된다”며 “퇴원할 때 요양병원으로 보내면 되고, 환자를 지역사회로 보내면 병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골치가 아파지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99.9%는 알아서 집으로”…병원은 지역사회 연계할 유인 없어
이 교수는 “지역사회로 연계되는 퇴원환자가 0.1% 미만이라는 것은 바꿔 말하면 99.9%는 알아서 집에 간다는 의미”라며 병원이 지역사회 연계에 참여할 제도적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으로 병원과 지방자치단체를 연결하는 경로는 마련됐지만, 기존 4종의 퇴원환자 연계사업 참여 의료기관이 통합돌봄 대상자를 지역사회로 연계해도 별도의 수가는 받을 수 없다.
이 교수는 “퇴원 전 평가와 상담, 지역기관과의 협의, 퇴원 직후 상태 확인이 담당자의 노력에 의존하고 있다”며 관련 인력과 비용을 보상하고 병원 평가에도 환자의 지역사회 복귀 실적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통합돌봄에서 보건의료를 복지체계에 단순히 편입할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과 지자체가 환자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의료·돌봄서비스를 연결하는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료전달체계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 의원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어 지자체가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의료체계에서 익숙한 환자 연계는 지역사회 복귀가 아닌 다른 의료기관으로의 의뢰·회송에 머물러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통합돌봄 특화사업으로 별도의 퇴원환자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말고 기존 퇴원환자 연계사업과 수가체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며 “병원의 질을 평가할 때 환자의 지역사회 복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택의료센터 463곳으로 늘었지만 의료 질 관리는 사각지대
재택의료 역시 기관 수 확대를 넘어 실제 제공 기능과 의료의 질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는 전국 229개 시군구 463개 의료기관으로 확대됐지만, 지역사회 자원 연계와 퇴원환자 관리 기능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이 교수가 참여한 2025년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질 관리체계 개발연구’ 조사 결과, 의사 응답자 43명 가운데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약물 처방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83.7%였다.
반면 지역사회 자원 연계 경험은 39.5%, 퇴원환자 연속관리 경험은 30.2%에 그쳤다. 표본이 작은 자기보고 조사여서 전국적인 서비스 제공률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진료와 처방에 비해 지역자원 연계와 퇴원 후 관리 기능이 미흡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재택의료가 일상적인 질병관리뿐 아니라 퇴원 후 관리, 급성 악화에 대응하는 재택입원, 생애말기 돌봄까지 제공하도록 기능과 보상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가장 많은 재택의료를 제공하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 질 관리가 아닌 장기요양 부서의 관리를 받고 있다”며 “보건의료가 복지 영역으로 애매하게 들어오면서 오히려 의료 질 관리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전 없이 시작, 현 수준 고착 우려”…복지부도 준비 부족 인정
더불어민주당 홍성대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기존 서비스를 어떻게 재구조화하고 돌봄 수요 판단과 자원 배분 기능을 어떻게 마련할지 충분한 계획을 세우지 않은 채 본사업부터 시행했다고 비판했다.
홍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에 관련 내용을 물었지만 제대로 확인된 것이 없어 차라리 법 시행을 미루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며 “복지 영역을 벗어나면 통합돌봄은 존재감이 없고 국회에서 예산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무엇을 하겠다는 사업인지 비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태로 가면 지금 수준의 통합돌봄이 그대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며 예산·재정당국과 행정안전부, 공공기관, 지자체, 현장 관계자와 국회가 참여하는 범정부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관련 거버넌스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도 통합돌봄법이 시행됐지만 재정과 행정체계, 서비스의 분절을 해소할 제도적 틀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사업이 양적으로 늘어나고 이전보다 조직화되기는 했지만 전체 돌봄 재원과 서비스, 지역 격차를 놓고 보면 여전히 개별 서비스의 집합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부처별 돌봄 사업과 예산을 포괄보조금이나 재량예산 형태로 시군구에 배분할 것을 제안했다.
복지부도 본사업 시행을 위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재택의료를 장기요양보험 중심으로 운영하는 현행 체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박재만 복지부 통합돌봄지원관은 “법 제정부터 시행까지 2년의 시간이 있었지만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해 공무원을 채용하고 교육해 올해 3월 배치했어야 했지만 예산 반영이 늦어 실제 현장 배치는 11월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지원관은 “장기요양보험이 재택의료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있다”며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노인만 대상으로 하면 공백이 발생하는 만큼 일반 보건의료체계에서 담당하는 것이 적절한지 복지부 내부에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퇴원환자 연계사업마다 수가와 절차, 담당기관이 다르다며 사업의 중복과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정비와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