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9.19 21:24최종 업데이트 26.09.1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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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준 인하대병원 교수 "정확한 AI는 많지만 환자를 살린 AI는 드물다…10만명 대규모 연구 진행"

[메드텍 인사이트 - 의료AI 세션] "중요한 건 워크플로우와 실행 가능성…국내 4개 병원 RCT 2027년 결과 공개"

메드텍 인사이트 2026 - 의료AI 세션
 
의료 인공지능(AI)이 진료 현장에 안착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성장하려면 기술 성능을 넘어 병원의 도입 기준, 의료진의 활용 경험, 환자 안전, 사업화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주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9월 15일 열린 ‘메드텍 인사이트(Medtech Insight) 2026’ 의료AI 세션에서는 의료AI의 현장 도입과 확산을 위한 주요 과제가 논의됐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이번 의료AI 세션의 미디어 후원으로 참여해 6개 강연의 주요 내용을 전한다.

①김치원 카카오벤처스 부대표 "진료기록·진단코드·보험청구까지 AI로? 한국은 미국과 의료환경 달라"
②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 “병원 AI의 핵심은 진단보다 워크플로우다”
③선우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JLK 최고의학부책임자) "뇌졸중 AI, 대형병원보다 중소병원서 더 큰 효과" 
④유동준 인하대병원 교수 "정확한 AI는 많지만 환자를 살린 AI는 드물다…10만명 대규모 연구 진행" 
 
인하대병원 중환자의학과 유동준 교수가 15일 열린 ‘Medtech Insight 2026’에서 ‘AI-EWS의 소개 및 Patient-Centered Outcome’을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 인공지능(AI)이 환자의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연구는 넘쳐나지만, 그 예측이 실제로 심정지와 사망을 줄였다는 근거는 여전히 드물다.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의사협회지(JAMA) 등이 “정확도가 아니라 환자 결과를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인하대병원 중환자의학과 유동준 교수는 15일 보건복지부 주최·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메드텍 인사이트(Medtech Insight) 2026’ 의료AI세션에서 ‘AI-EWS의 소개 및 Patient-Centered Outcome’을 주제로 ‘정확한 AI’와 ‘환자를 살리는 AI’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AI 조기경보시스템(AI-EWS)이 일반병동 환자의 심정지와 사망을 실제로 줄이는지 확인하는 국내 최대 규모 무작위 연구가 4개 병원에서 환자 10만명 이상의 등록을 마쳤다. 김정수·권선중·김경훈·박명수·유동준 교수 등이 참여한 VITAL-MD 연구로, 현재 데이터 정제와 분석이 진행 중이다. 결과는 2027년 공개될 예정이다.

AI-EWS는 입원환자의 활력징후와 검사 결과를 분석해 심정지 등 급격한 상태 악화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인하대병원 신속대응팀은 2019년부터 국산 AI-EWS를 운영하며 관련 연구를 주도해왔다.

AHA “환자 결과 개선 근거 부족”·JAMA “임상 결과가 잣대”…의료AI RCT는 86건뿐

유 교수는 먼저 의료AI에 대한 막대한 관심과 투자에도 실제 환자 결과를 개선했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심장협회(AHA)가 2024년 발표한 과학적 성명(Scientific Statement)을 인용해 “AI 도구는 아직 환자 결과를 대규모로 개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HA는 AI가 임상 현장에 채택되려면 기존 진료 흐름(workflow)에 통합돼야 하며, 현재의 표준 진료와 비교해 환자 결과를 개선한다는 근거를 임상시험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사협회지(JAMA) 편집진도 ‘AI in Medicine’ 사설을 통해 임상 결과 개선을 보여주는 연구를 AI 연구 평가의 잣대로 삼겠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된 AI를 무작위 연구로 평가한 근거 자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란셋 자매지에 게재된 2024년 검토 연구에 따르면 2018~2023년 발표된 문헌 1만484건 가운데 실제 진료에 통합된 AI를 무작위 대조 연구(RCT)로 평가한 사례는 86건에 그쳤다. 이 중 절반 이상인 54%는 환자 결과가 아닌 진단 성능을 1차 평가지표로 삼았다.

예측은 정확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점수는 정보일 뿐 행동이 아니다”

유 교수는 무작위 연구 단계까지 간 AI 가운데 상당수가 뛰어난 예측 성능에도 환자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덜란드 응급실 환자 130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MARS-ED 무작위 연구다. 2026년 네이처 자매지에 게재된 이 연구에서 머신러닝 모델의 31일 사망 예측 정확도는 AUROC 0.84로 높았다.

그러나 예측 점수를 의료진에게 제시한 결과 치료 계획이 바뀐 환자는 644명 중 단 1명에 그쳤다. 31일 사망 환자도 AI 점수를 제공한 군과 제공하지 않은 군에서 각각 45명으로 같았다.

미국에서 환자 2만707명을 무작위 배정한 2025년 JAMA 자매지 연구에서도 암 진행을 예측하는 AI의 정확도는 AUROC 0.85로 높았다. 하지만 1차 평가지표인 임상시험 등록률은 2.20%와 2.03%로 차이가 없었다.

AI-EWS도 예외는 아니었다. 니혼코덴(Nihon Kohden)의 환자 악화 예측 시스템 ‘CoMET’을 평가한 2026년 네이처 자매지 무작위 연구에서는 예측 화면을 켠 군의 사망률이 1.1%로 화면을 끈 군의 0.8%보다 오히려 높았다. 다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유 교수는 이들 연구의 공통점으로 AI가 점수나 알림을 보여주는 데서 멈췄다는 점을 꼽았다. 점수가 나온 뒤 누가,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즉 진료 흐름과 실행 가능성(actionability)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보는 정보로 소비될 뿐 의료진의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의료진이 AI 점수를 통해 산소나 수액, 항생제를 투여할지, 환자를 중환자실로 전실할지를 판단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며 “AI에 대한 확신과 신뢰가 있어야 환자 예후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를 끼치지 말라(primum non nocere)’는 의학의 오래된 원칙과도 연결했다.

환자 결과를 바꾸지 못하는 경보는 중립적이지 않다. 의료진에게는 경보를 확인해야 하는 추가 업무와 알람 피로가 발생하고,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검사나 중환자실 전실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AI가 환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적어도 해를 끼치지는 않는지를 예측 정확도와 별개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edtech Insight 2026’ 전경

관찰연구는 ‘연관성’까지…국내 비무작위 연구도 “무작위 검증 필요”

유 교수는 AI가 환자 결과를 개선했다고 주장하려면 연구 설계에 따라 표현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JAMA 투고 규정은 효과(effect)나 효능(efficacy) 같은 인과적 표현을 무작위 임상시험에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 밖의 연구 결과는 연관성(association)으로 기술해야 한다.

국내에서 개발된 AI-EWS ‘뷰노메드 딥카스’는 8년간 14편의 연구와 누적 119만명의 데이터를 통해 검증됐다. 인하대병원 입원환자 3만5627건을 대상으로 시행한 전향적 비무작위 중재연구에서는 AI 경보와 의료진의 조기 개입이 병동 내 심정지와 병원 내 사망 위험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병동 내 심정지는 대조군 2.07%에서 중재군 1.06%로 줄어 보정 상대위험이 46% 감소했다. 병원 내 사망도 2.74%에서 1.70%로 줄어 위험이 35% 감소했다.

다만 무작위 배정 연구가 아닌 만큼 AI가 환자 결과 개선을 직접 유발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유 교수는 “비무작위 연구 결과를 모든 병원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학자로서 적절하지 않다”며 “환자의 생명에는 시행착오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의료AI도 무작위 연구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VITAL-MD, 점수대별 행동과 workflow 검증…“기존 RRS에 부담 주지 않는 통합”

유 교수는 이어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VITAL-MD 연구를 소개했다.

VITAL-MD는 국내 AI-EWS인 뷰노메드 딥카스(VUNO Med-DeepCARS)를 활용해 국내 4개 병원에서 진행한 전향적 단계적 군집 무작위 연구(stepped-wedge CRT)다. 2025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일반병동 환자 10만명 이상을 등록했다.

1차 평가지표는 일반병동 내 심정지 발생이다. 병원 내 사망과 신경학적 예후, 재원일수, 중환자실 재원일수도 함께 평가한다. 현재 데이터 정제와 분석이 진행 중이며 결과는 2027년 공개될 예정이다.

유 교수는 “VITAL-MD가 검증하려는 것은 AI의 예측 정확도가 아니라 환자 예후와 의료진의 진료 흐름이 실제로 개선되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AI 점수대별로 어떤 환자에게 누가, 언제, 어떤 조치를 했을 때 결과가 달라지는지 확인하고, 표준 진료와 기존 신속대응체계(RRS)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AI를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는지도 평가한다.

유 교수는 “AI 점수가 위험을 잘 예측하는지를 넘어 어떤 환자에게 어떤 조치를 했을 때 결과가 달라지는지를 확인하려는 연구”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허가된 AI-EWS는 여럿이지만 대부분 후향 연구를 근거로 허가를 받았다. 무작위 연구 단계에 도달한 AI-EWS는 CoMET과 VITAL-MD 두 건뿐이라는 설명이다. VITAL-MD 연구 대상인 AI-EWS는 국내 AI 의료기기 최초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대상이 돼 임상 현장에 진입했다. 이후 전향적 비무작위 연구를 거쳐 대규모 다기관 무작위 연구까지 도달한 유일한 사례다.

“같은 AI라도 다르다”…근거·성과 따라 보상 차등 제안

유 교수는 발표 후반부에 AI마다 성능과 근거 수준이 다른 만큼 제품별 검증과 차등 보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국 7개 병원의 입원환자 36만여 건을 분석한 2024년 JAMA 자매지 연구에서는 민감도를 동일하게 맞췄을 때 상용 조기경보시스템의 양성예측도가 6.3%에서 17.3%까지 차이를 보였다. 위험환자 한 명을 찾기 위해 의료진이 확인해야 하는 경보가 약 16건에서 6건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제품에 따라 업무 부담이 3배 가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6년 7월 공개한 연구보고서도 데이터 기반 예측기술을 근거 수준과 민감도·양성예측도에 따라 등급화하고 차등 보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연구진의 제안으로 확정된 수가모형은 아니다.

유 교수는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AI를 하나의 범주로 묶어 동일하게 보상하기보다 근거 수준과 성능, 실제 임상 효과에 따라 평가와 보상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마다 별도의 근거를 요구하는 것이 규제 강화로 비칠 수 있지만, 환자의 생명에 시행착오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발표를 마치며 2400여 년 전 히포크라테스가 의사의 첫째 의무로 제시한 “돕거나, 적어도 해를 끼치지 말라”는 원칙을 다시 꺼냈다. 그는 AI 시대의 의학도 다르지 않다며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적어도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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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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