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치료 부작용 완화하는 국소용 BRAF 억제제, 첫 KRAS G12D 변이 표적 치료제 등 데이터 공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시카고에서 25~30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암연구협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5)의 정밀 종양학 임상시험 세션에서 초기 단계지만 유망한 후보물질에 대한 신규 데이터가 조명을 받았다.
로슈(Roche)가 개발하고 있는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WRN(Werner helicase) 억제제 RO7589831과 루티스 파마(Lutris Pharma)의 국소용 BRAF 억제제 LUT014, 레볼루션 메디슨(Revolution Medicines)의 KRAS G12D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졸돈라십(Zoldonrasib)이 그 주인공이다. 세 후보물질 모두 기존에 없던 계열 약물로 개발에 성공하면 새로운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면역항암제 효과 없는 dMMR 및 고빈도 MSI 환자에서 WRN 억제제 가능성 확인
현미부수체 불안정(MSI) 또는 불일치 복구결함(dMMR)이 있는 고형암 환자의 40~70%는 면역관문억제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치료 중 내성이 발생한다.
RO7589831은 PARP 억제제와 같은 다른 DNA 손상 복구 억제제와 마찬가지로 DNA 복구 효소인 WRN 기능을 억제해 종양 세포 내 DNA 손상이 누적되도록 해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정상 세포는 MSI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치료제는 정상 세포를 보호한다.
고빈도 MSI 또는 dMMR을 가진 다양한 암 유형의 환자 37명을 대상으로 한 초기 유효성 분석에서 5명이 방사선 영상으로 확인된 부분 반응을 보였으며, 전체 환자의 65.7%가 지속적인 안정병변을 나타냈다. 대사 영상 검사에서 방사선 영상 부분 반응 및 장기적인 질환 통제와 연관된 더 깊은 대사 반응이 관찰됐다.
발표를 맡은 MD앤더슨암센터 티모시 얍(Timothy Yap) 박사는 "RO7589831은 일반적으로 안전하며 유망한 항종양 효능 신호를 보여준다"면서 "특히 현재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인 환자 집단에서 나온 초기 임상 데이터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또한 WRN이 실행 가능한 표적임을 추가로 검증했는데, 많은 암이 생존을 위해 이 단백질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결과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팀은 최적의 권장 용량을 확립하기 위한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항암 치료 효과 방해 없이 표적치료제 부작용 완화시켜 항암 성공률 높인다
마찬가지로 MD앤더슨암센터 연구팀이 주도한 임상시험에서 국소용 젤인 LUT014은 치료를 방해하지 않고 대장암 표적 치료제의 흔한 부작용인 피부 발진을 완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암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세툭시맙과 파니투무맙과 같은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억제제가 사용된다. 그러나 EGFR 억제는 MAPK 경로를 차단해 정상적인 피부 세포 기능을 방해하고 염증 반응을 일으켜 주로 머리, 목, 상체에 나타나는 통증성 여드름 유사 피부 질환을 일으킨다. EGFR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약 75%가 피부 독성 또는 심각한 발진을 경험하며, 이는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치료 용량을 줄이거나 치료를 완전히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국소 또는 경구 치료제는 증상에 초점을 맞춰 발진을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완화시킨다. 반면 LUT014은 발진의 근본 메커니즘을 표적하는 첫 번째 치료제로, EGFR 억제제에 의해 차단된 MAPK 경로를 재활성화 한다. 알코올 기반 젤 형태로 혈류에 흡수되지 않아 암 치료제의 효과를 방해하지 않는다.
연구 책임자인 MD앤더슨암센터 아니샤 파텔(Anisha Patel) 박사는 "이 발진은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발진을 더 잘 통제하면 암을 더 잘 통제하고 치료 결과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에는 EGFR 억제제 복용 중 증등도~중증 여드름 유사 발진을 경험한 대장암 환자 118명이 등록됐다. 연구 결과 LUT014 제형 중 하나를 투여 받은 환자의 치료 성공률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량(0.1% 제형)을 투여했을 때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치료에 성공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3분의 1만 성공했다.
특히 LUT014 투여군 중 일부는 여전히 3등급 이하의 부작용을 경험했지만, 이는 염증성 피부에 알코올 기반 젤을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보다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고, 환자들은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보고했다.
파텔 박사는 "LUT014는 종양 치료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많은 환자에게서 일주일 이내 효과를 확인했다"면서 "현재 효능을 추가로 평가하기 위한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다른 유형의 암 치료 관리에도 적용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KRAS G12C 이어 KRAS G12D 변이도 잡는다…표준치료 대비 객관적 반응률↑
KRAS는 인간 암에서 가장 자주 변이되는 유전자 중 하나로, 다양한 변이가 다양한 암 유형에서 서로 다른 빈도로 발견된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변이의 약 13%를 차지하는 KRAS G12C 변이를 표적하는 억제제로 암젠(Amgen)의 루마크라스(Lumakras, 성분명 소토라십)와 BMS의 크라자티(Krazati, 성분명 아다그라십) 두 가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 받았다. 그러나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4%를 차지하는 KRAS G12D 변이에 대해서는 승인된 표적 치료제가 없다.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 Cancer Center) 캐서린 아버(Kathryn C. Arbour) 박사는 이번 학회에서 G12D 변이를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새로운 RAS(ON) 삼중 복합체 억제제 졸돈라십의 임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졸돈라십은 현재 승인된 KRAS G12C 표적 치료제와 달리, 변이된 KRAS를 비활성 형태로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활성 형태의 KRAS를 표적한다. 그러면 세포가 상위 신호 전달을 강화해 차단 효과를 회피할 수 없기 때문에 내성 발생을 지연시키거나 방지할 수 있다.
아버 박사팀은 이전에 최소 1회 치료를 받은 KRAS G12D 변이 고형암 환자 211명을 대상으로 1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중 90명은 권장 2상 용량은 1200㎎을 매일 투여 받았고, 최대 허용량은 달성되지 않았다.
4등급 또는 5등급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1200㎎ 용량으로 치료받은 환자 중 1명이 치료를 중단했고, 4명이 용량을 줄였으며, 8명이 치료 관련 부작용으로 인해 용량 중단을 경험했다.
아버 박사는 "졸돈라십은 모든 용량 수준, 특히 1200㎎ 하루 1회 용량에서도 내약성이 우수했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메스꺼움, 설사, 피로그람으로 일반적으로 경미했으며 지지요법으로 쉽게 관리됐다"고 말했다.
유효성 분석에는 데이터 컷오프하기 최소 8주 전에 등록한 비소세포폐암 환자 18명이 포함됐다. 이 중 61%가 객관적 반응을 보였고, 89%가 질병 통제를 경험했다.
아버 박서는 "이 환자군에서 표준 치료법은 객관적 반응률이 약 10~15%인 도세탁셀이다"면서 "이 변이가 있는 종양 환자들은 새로운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 KRAS G12D를 선택적으로 표적화할 수 있는 경구용 치료제의 내약성이 우수하다면 이 하위 유형의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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