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2.26 08:14최종 업데이트 25.12.2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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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꺼내든 약가제도 개편안…제약업계 영업이익 30% 증발 우려

연 약제비 절감, 정부 1조원 vs 제약업계 3.6조원…"2012년 악몽 재현, 버틸 여력 없다"

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정부가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복제약 가격을 현재의 53%에서 40%대로 낮추는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제약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제약산업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면서도, 연간 약 1조원의 건강보험 약제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1조원은 제약업계 전체 영업이익의 30%를 상회하는 만큼,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약가제도 개편으로 약제비 1조원 절감…제약 영업이익 30% 이상 증발 예상

26일 제약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약가제도 개편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정부가 제시한 약제비 절감 규모가 제약산업의 수익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연간 약 1조원의 건강보험 약제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장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약 7%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단순한 재정 절감 효과를 넘어 제약산업 전반의 영업이익 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협회) '2025 제약바이오산업 데이터북'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제약바이오 기업의 총 매출액은 약 44조7432억원이다. 여기에 평균 영업이익률 7%를 적용하면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3조1320억원이다. 정부가 제시한 연간 약제비 절감액 1조원은 전체 기업 총 영업이익의 32%에 해당한다.

즉 약가제도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제약업계 전체 영업이익의 30% 이상이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러한 수익 축소가 연구개발 투자 여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 기업 역시 제네릭 의약품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연구개발 재원으로 활용해온 만큼, 제도 변화가 산업 전반의 투자 구조에 미칠 파장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평균 영업이익률 7%가 일부 고수익 기업에 의해 왜곡됐다는 점이다. 협회에 따르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과 비급여 의약품 중심 기업을 제외한 국내 전통 제약사 100개사의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4.8%에 불과하다.

2025년 3분기 실적을 살펴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률은 50.36%, 셀트리온 26.90%, 파마리서치 62.52%, 휴젤 33.15%, 에스티팜 21.05%에 달했다. 반면 유한양행은 4.37%, GC녹십자는 5.10%, 종근당은 4.80%로, 국내 전통 제약사의 수익성은 한 자릿수 초반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약가 인하로 인한 충격은 평균 수치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보다 훨씬 크게 체감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제약업계는 약가제도 개편으로 인해 연간 최대 3조6000억원 규모의 재정 절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업계의 추산 결과가 크게 엇갈리는 이유는 약가 인하 범위와 적용 속도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다.

협회 노연홍 회장은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명확하게 발표된 것은 2012년 당시 높은 약가를 받고도 인하되지 않았던 일부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조정"이라며 "시간 차이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대부분의 제네릭 의약품 가격이) 40%대 수준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계산했다. 이 때문에 최대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제 절감액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신규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40%대 수준에서 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등재 의약품 가운데 인하 대상 품목에 대해서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40%대 수준까지 인하할 계획이다. 특히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이후 별도 조정 없이 최초 산정가인 53.55%를 유지해 온 품목을 우선 인하 대상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한 의약품은 인하 대상에서 제외한다.
 


2012년 약가 인하, 의도와 다른 결과…더이상 내려갈 곳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이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정책의 재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정책 시행 이후 제약기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 역시 유사한 흐름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일괄 약가 인하 정책 이후 제약기업의 수익성 변화를 살펴보면, 제약업계는 이미 상당한 수익성 저하를 경험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연속 공시된 국내 주요 제약사 10개사(유한양행, GC녹십자, 대웅제약, 광동제약, 보령, JW중외제약, 동국제약, 삼진제약, 대원제약, 국제약품)의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0년 12.1%에서 약가 인하가 시행된 2012년 5.6%로 급락했다. 이후 일부 회복세를 보였지만 2014년에도 8.1%에 그쳐, 인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학계에서도 약가 인하 정책이 의도한 효과와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 구조를 변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일괄 약가인하 정책 시행 직후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소비자 부담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약가 인하 정책에 노출된 기업은 미노출된 기업에 비해 매출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둔화됐으며, 약가 인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약품의 생산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생산 구조 변화로 인해 소비자의 약제비 부담 완화라는 정책 목표는 기대만큼 실현되지 않았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제약기업들이 자체 생산 대신 제품 외 매출 확대나 다국적 제약사 오리지널 의약품의 코프로모션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약기업의 생산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일괄 약가 인하 정책은 기업들이 생존과 성장을 위해 충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책이 의도하지 않았던 시장 균형으로 이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정책 수립 과정에서 산업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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