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인슐린펌프 건강보험 지원 대상을 기존 1형 당뇨병 환자에서 췌장장애 환자와 인슐린 분비 기능이 크게 떨어진 일부 2형 당뇨병 환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관련 안건을 심의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일정이 연기되면서 실제 제도 시행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건정심 의결 이후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비 지급 기준 개정과 전산시스템 정비 등이 필요해 당초 거론됐던 8월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췌장장애 등록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와 췌도 기능 저하로 인슐린 분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일부 2형 당뇨병 환자를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요양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모든 2형 당뇨병 환자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1형 당뇨병 환자처럼 자체 인슐린 분비 기능이 크게 저하돼 집중적인 혈당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우선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상자 선정에는 환자의 인슐린 분비 능력을 보여주는 C-펩타이드 등 객관적인 지표를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정부 논의와 의결 과정에서 구체적인 대상과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1형 당뇨 중심이던 CGM 지원…2형 환자는 대부분 전액 부담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부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세포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기기다. 손끝 채혈로 특정 시점의 혈당을 확인하는 자가혈당측정기와 달리 하루 동안 혈당이 상승하고 떨어지는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환자는 실시간 혈당 수치뿐 아니라 혈당이 변화하는 방향과 속도를 확인할 수 있고, 의료진도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인슐린 용량과 식사·운동 방법을 조정할 수 있다. 특히 야간이나 수면 중 발생하는 저혈당, 환자가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무증상 저혈당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유용하다.
현재 건강보험은 1형 당뇨병 환자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연속혈당측정기 전극과 인슐린펌프 등 당뇨병 관리기기를 요양비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1형 당뇨병 환자는 성인보다 높은 수준의 지원을 받는다.
2024년 2월부터는 19세 미만 1형 당뇨병 환자의 연속혈당측정기 본인부담률이 10%로 낮아졌고, 센서 연동형 인슐린펌프에 대한 지원도 확대됐다.
반면 일반적인 2형 당뇨병 환자는 하루 여러 차례 인슐린을 투여하거나 저혈당 위험이 높더라도 대부분 CGM 구입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먹는 당뇨병 치료제와 인슐린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만 치료 효과와 저혈당 위험을 지속해서 확인하는 CGM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장성 확대 요구가 이어져 왔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당뇨병 예방관리 정책토론회에서도 인슐린 치료를 받는 2형 당뇨병 환자의 CGM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의료계는 모든 2형 당뇨병 환자에게 전면 적용하기보다는 다회 인슐린 주사를 맞거나 인슐린 분비 능력이 크게 저하된 환자부터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도 제도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며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우선 지원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췌장장애·췌도부전 환자부터 지원…2형 당뇨 전체 확대는 아직
정부가 우선 검토하는 지원 대상은 췌장장애 등록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와 2형 당뇨병 환자 중 췌도 기능 저하로 인슐린 분비 능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다.
지난 7월 1일부터 췌장장애가 장애인복지법상 새로운 장애 유형으로 인정되면서 췌장 내분비 기능이 현저히 저하된 환자를 제도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됐다. 췌장장애가 새로운 장애 유형으로 신설된 것은 2003년 이후 23년 만이다.
췌장절제술이나 만성 췌장질환 등으로 췌장 기능이 손상된 췌장장애 환자는 자체 인슐린 분비가 충분하지 않아 지속적인 인슐린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저혈당 위험과 혈당 변동성도 커 집중적인 혈당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와 별도로 2형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췌도 기능이 저하돼 인슐린 분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환자가 지원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단순한 인슐린 투여 횟수보다 C-펩타이드 등 객관적인 검사 지표를 활용해 대상 범위를 설정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C-펩타이드는 췌장에서 인슐린이 만들어질 때 함께 분비되는 물질로, 환자에게 남아 있는 자체 인슐린 분비 능력을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다만 적용할 수치와 검사 조건 등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인슐린펌프 지원 대상도 췌장장애 환자와 일부 2형 당뇨병 환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CGM과 인슐린펌프를 연동하면 측정된 혈당값과 변화 추이에 따라 인슐린 주입을 조절해 저혈당 위험을 낮추고 혈당관리를 개선할 수 있다.
다만 현재 논의되는 방안은 인슐린을 사용하는 2형 당뇨병 환자 전체를 지원하는 수준은 아니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대상자 선정의 객관성을 고려해 인슐린 분비 기능 저하가 명확하게 확인되는 환자를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다회 인슐린 투여 환자와 중증 저혈당 경험자도 CGM이 필요한 만큼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안은 췌장장애 환자와 인슐린 결핍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일부 2형 당뇨병 환자부터 지원하는 단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 함께 당뇨병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도 개편할 전망이다. 기존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재택관리 시범사업으로 개편하면서 환자 관리 횟수를 확대하고 본인부담률을 10%로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췌장장애 환자와 인슐린 결핍이 확인된 2형 당뇨병 환자도 사업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건정심 연기에 8월 적용 어려울 듯…공단 시스템 정비도 변수
문제는 실제 시행 시점이다.
CGM과 인슐린펌프 지원 확대를 위해서는 지원 대상과 인정 기준, 기준금액, 공단부담률 등 세부안을 확정한 뒤 건정심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CGM과 인슐린펌프 지원 확대안은 건정심 소위원회 논의를 통과해 지난 30일 전체회의에서 최종 심의·의결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건정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안건 상정과 의결도 미뤄졌다.
소위원회 논의를 거친 만큼 지원 확대 방향에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건정심 의결 이후에도 제도가 곧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지원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으로 직접 청구하는 일반적인 행위 급여가 아니라 환자가 의료기기나 소모성 재료를 구입한 뒤 공단에 비용을 청구하는 요양비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건정심 의결 이후에도 요양비 지급 기준과 관련 고시를 개정하고 대상자 등록, 처방전 발급 및 비용 청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의료기관과 의료기기 판매업체, 환자에게 변경된 기준을 안내하는 후속 절차도 필요하다.
특히 췌장장애 환자와 일부 2형 당뇨병 환자가 새롭게 포함되면 기존 1형 당뇨병 중심으로 구축된 공단 시스템에 새로운 대상자 인정 기준을 반영해야 한다. 췌장장애 등록 여부와 C-펩타이드 검사 결과 등을 어떤 방식으로 확인하고 등록할지도 정해야 한다.
앞서 의료계에서는 건정심 등 정부 절차가 마무리되더라도 건보공단의 내부 시스템 정비와 행정 절차가 필요해 당초 예상했던 8월 시행은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여기에 건정심 일정까지 연기되면서 실제 지원 시점은 더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임영배 한국당뇨협회 총무이사는 “단계적으로라도 지원을 시작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지금도 고령 당뇨병 환자들은 반복적인 채혈과 인슐린 주사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특히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노인 환자들을 고려하면 제도 시행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 총무이사는 “인슐린 치료를 받을 정도의 고령 환자는 오랜 기간 당뇨병을 앓아 시력 저하나 신장질환, 순환기질환 등 합병증을 함께 겪는 경우가 많다”며 “혼자 살거나 노인 부부만 생활하는 환자들은 손끝 채혈과 하루 여러 차례의 인슐린 주사를 감당하는 것 자체가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속혈당측정기는 혈당 변화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환자가 음식과 운동 등 생활습관을 스스로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관리 여력이 부족한 고령 2형 당뇨병 환자들이 우선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급여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췌장 기능이 크게 저하된 환자는 질환 분류와 관계없이 저혈당 위험과 혈당 변동성이 높아 CGM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건정심 일정이 연기된 만큼 회의 재개와 후속 행정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정책 결정과 실제 환자 혜택 사이의 공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