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이현훈 서울대병원 교수 "KMed.AI, 의사국시 넘어 실제 진료현장으로…EMR 연동 본격화"
"EMR서 환자 상태 요약·대화형 임상지원…의료진이 직접 AI 에이전트 만들어 활용"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 '의료AI 도입 이후'
의료 AI가 의료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새로운 질문이 시작됐다. AI를 도입할 것인가를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졌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다. 메디게이트뉴스가 9월 3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주최한 ‘제3회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에서는 각 전문가 20명이 ‘의료 AI 도입 이후’를 주제로 병원·산업 현장 경험과 전망을 공유했다. 강연 기사 시리즈를 통해 의료 AI 도입 이후 달라지고 있는 의료 현장의 모습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서울대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 이현훈 교수가 3일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대병원과 네이버가 공동 개발한 의료 특화 인공지능(AI) 모델 ‘KMed.AI’가 실제 임상 워크플로우와 전자의무기록(EMR)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KMed.AI는 현재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네이버 사내병원에서 베타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 이현훈 교수는 메디게이트뉴스 주최로 열린 ‘2026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에서 KMed.AI와 관련해 “LLM의 의사 국가고시 성적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임상 워크플로우에 어떻게 더 녹아들게 할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어떤 데이터를 계속 학습에 활용해야 하는지, LLM의 아웃풋을 어떻게 더 사용자 친화적으로 바꿀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은 이를 위해 KMed.AI의 답변 형태부터 실제 의료진 업무에 맞춰 개선하고 있다. 현재 원내 약 200명의 의료진이 베타 서비스를 사용하며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고, 이 의견이 모델과 서비스 개선에 지속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특정 질문이 있을 때 단순히 줄글이 아니라 의료진이 원하는 정보를 표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식”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 사용자가 쓰기 편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해 약 200명에 달하는 의료진의 피드백을 계속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외래진료실, 입원 병동, 수술실 등 다양한 진료환경에서 수집되는 의무기록과 다양한 검사장비로부터 수집되는 임상정보를, 실제 의료진들이 사용하는 특정 서식으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LLM의 아웃풋을 계속 개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의 근거 검색을 지원하기 위한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특정 진료 가이드라인을 요약하고 PubMed에 공개된 논문들을 정리하는 딥리서치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PubMed에 등재된 논문이라고 해서 모두 근거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고 이후 철회되는 논문도 있다”며 “이를 선별해 신뢰도 높은 학술지의 정보를 우선 활용하도록 했다”고 했다.
이어 “의료의 패러다임도 하나로 고정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의료기술이 나오면 그에 의해 가이드라인이 변하기도 한다”며 “그런 가이드라인의 변화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원내 AI 에이전트 플랫폼 '스누하이' 구축
서울대병원은 의료 특화 LLM (HARI-Q)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원내 AI 에이전트 플랫폼 SNUH.AI(스누하이)도 구축했다. 병원 내에서 연구자와 의료진이 개별적으로 개발한 AI가 파편적으로 활용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AI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는 “여러 연구자와 교수님들이 이미 굉장히 많은 AI를 만들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파편화돼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며 “병원 기관 차원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AI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했다.
플랫폼에서는 챗GPT나 클로드와 같은 대화형 모드를 제공하는 동시에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병원 직원이 자신에게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직접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원내 연구자들이 개발한 마취 전 상태평가 요약, 병리기록 판독, 영상 판독 등의 AI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의료진이 자신의 업무에 맞는 스킬셋을 만들어 AI 에이전트에 적용하는 형태로 활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요즘 AI 에이전트가 많이 발달하면서 스킬셋을 어떻게 잘 만들고 AI 에이전트에 어떤 프롬프트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진다”며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는 것들도 많고 본인이 필요한 워크플로우에 맞게 직접 스킬 문서를 작성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이 만든 스킬셋을 플랫폼에 직접 넣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 개인이 자주 참고하는 저널이나 중요하게 보는 진료지침, 아직 공개되지 않은 문서 등을 별도의 공간에 저장해 해당 문서를 기반으로 답변을 받을 수 있는 ‘마이 드라이브’ 기능도 제공한다. 연구계획서 작성에 필요한 IRB·DRB 관련 자료, 원내 규정, 국내 의료법령 등은 공유폴더 형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EMR에서 바로 환자 상태 묻고 AI 답변…진료현장 연동 확대
서울대병원은 AI 에이전트를 EMR 안으로 연동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이 사용하는 BESTCare 2.0에서 마취 전 상태평가지의 경우 EMR 하단의 AI 버튼을 누르면 AI 에이전트가 환자 상태평가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하는 기능이 적용돼 있다. EMR 안에서 의료진이 환자 상태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고 KMed.AI와 직접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개발 중이다.
이 같은 AI 활용은 특정 진료과나 직군에 국한되지 않고 병원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교수는 “여러 진료과의 의사는 물론 간호사, 의료기사 등 다양한 직군에서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며 “환자와 직접 만나는 현장일수록 활용 수요가 높았다”고 했다.
이어 “진료과와 부서가 굉장히 많고 필요한 업무도 제각각이라 이를 병원이 일일이 개발해서 제공하는 방식은 어렵다”며 “에이전트 모드를 통해 본인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파악하고 AI가 잘할 수 있는 스킬셋을 만들어 플랫폼에 넣어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 이현훈 교수는 3일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에서 KMed AI, SNUH.AI 활용 현황을 소개했다.
의료진용 넘어 환자 대상 서비스까지…PHR 연계 추진
서울대병원은 의료진 중심으로 개발한 KMed.AI를 향후 환자 대상 서비스까지 확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나의건강기록’과 건강정보고속도로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개인건강기록(PHR)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가 자신의 건강정보를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교수는 의료진을 위한 임상 의사결정 지원과 일반 환자를 위한 AI 서비스는 설계 방향 자체가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에서는 결국 임상 의사결정을 어떻게 더 잘 지원하느냐가 중요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잘못된 정보가 아니라 양질의 정보와 사실을 기반으로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임상 의사결정 지원에서는 정확한 국내외 가이드라인을 통해 대답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면 환자들이 특히 많이 궁금해하는 건 여러 병원을 다니며 많은 약을 먹고 있는데 이 약들을 함께 복용해도 되는지 같은 문제”라며 “이런 경우 식약처, NCBI 등에서 제공하는 알려진 약물간 상호작용 정보를 기반으로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