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9.17 03:49최종 업데이트 26.09.1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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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진단 보조 넘어 의료시스템 전반 전환"…국가AI전략위 서준범 그룹장이 바라본 의료AI 미래

의료취약지 AI 진료지원·공공의료 AI 고속도로·한국형 소버린 의료 AI 추진

“행위별 수가만으로 AI 의료 확산 한계”…정부, ‘AI 수가’ 도입 검토

서준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AI기본의료소그룹장은 'AI 기본의료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 '의료AI 도입 이후' 

의료 AI가 의료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새로운 질문이 시작됐다. AI를 도입할 것인가를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졌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다. 메디게이트뉴스가 9월 3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주최한 ‘제3회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에서는 각 전문가 20명이 ‘의료 AI 도입 이후’를 주제로 병원·산업 현장 경험과 전망을 공유했다. 강연 기사 시리즈를 통해 의료 AI 도입 이후 달라지고 있는 의료 현장의 모습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① 이주영 국회의원 "한국은 의료AI 갈라파고스…권한은 없고 책임만 높아"
서준범 국가AI전략위원회 AI기본의료소그룹장 "의료AI의 미래? 진단 보조 넘어 의료시스템 전반 전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서준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AI기본의료소그룹장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구조적 공백을 보완하고, 의료 시스템 전반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AI 기본의료 전략’을 마련하고, 의료취약지 AI 진료지원부터 공공의료 AI 고속도로, 한국형 소버린 의료 AI 개발, 새로운 보상체계 마련까지 추진한다.

서 그룹장은 9월 3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2026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에서 “지난 10년간 의료 AI는 특정 진단 업무를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협소한 AI’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며 “앞으로는 개별 의료행위의 자동화를 넘어 의료 서비스 제공 과정 전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6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AI 기본의료 전략’을 확정했다. 전략은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AI 의료혁신 ▲전국적인 AI 의료혁신 디지털 기반 구축 ▲지속 가능한 AI 의료 생태계 마련 등 3대 전략과 12개 정책과제로 구성됐다.

의료 AI, 진단 보조에서 시스템 혁신으로

이날 서 그룹장에 따르면 2016년 알파고 이후 의료 AI 연구는 영상 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당뇨병성 망막병증, 피부암, 병리 영상 등에서 전문가 수준의 판독 성능을 보이는 연구들이 잇따라 발표됐고, 이후 응급실 예측과 임상 의사결정 지원 등으로 적용 영역도 확대됐다.

국내에서도 AI가 탑재된 의료기기와 소프트웨어가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인허가를 받은 의료 AI 기기 수에 비해 실제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받는 기술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서준범 그룹장은 “인허가된 기기는 500개가 넘지만 수가를 받을 수 있는 기기는 50개 정도에 불과하다”며 “제도적 한계뿐 아니라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의료의 질과 효율을 얼마나 개선하는지 입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 AI 시장은 영상 판독 보조기기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반면 최근에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의무기록을 작성하는 ‘앰비언트 AI’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서 그룹장은 “미국에서는 이미 약 30개 기업의 관련 기술이 의료현장에 진입했으며, 국내에서도 여러 병원이 도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개별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만으로는 의료 시스템의 혁신을 이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료행위는 진단과 처치뿐 아니라 예약, 환자 이송, 협진, 퇴원 후 관리 등 복잡한 과정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AI를 의료 프로세스 전반에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파운데이션 모델, 의료 정보 격차 줄일 가능성 높아

서 그룹장은 트랜스포머와 대규모언어모델(LLM)의 등장으로 의료 AI의 발전 방향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기존의 의료 AI가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도구였다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의학 지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의료 업무를 수행하는 범용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의 가능성을 크게 네 가지로 제시했다.

우선 환자와 일반인의 의료 정보 접근성 확대가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생성형 AI가 의학 용어와 의료진의 설명을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바꿔주면,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그룹장은 “과거에는 의료진이 독점하던 정보에 일반인이 접근하더라도 의학 용어와 전문지식의 장벽 때문에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일반 인공지능은 어려운 의료 정보를 개인의 언어로 바꿔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임상 의사결정 지원이다. 대형병원 전문의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신 지식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지만, 1·2차 의료기관 의료진은 넓은 진료 영역을 모두 따라가기 어렵다. 파운데이션 모델이 감별진단, 약물 상호작용, 치료 후 관리, 합병증 등을 지원하면 일차의료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질병과 의료 이용을 예측하는 기술도 주목된다. 중환자 악화 예측뿐 아니라 질병 발생 가능성, 응급실 재방문, 복약 불이행 등을 예측하는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 서 그룹장은 이런 기술이 공공의료 정책과 자원 배분에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보험회사가 개인의 질병 위험이나 의료 이용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예측모델을 활용할 경우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그는 “예측 기술은 공공 의사결정에 활용할 때와 민간의 위험 선별에 활용할 때 발생하는 영향이 다르다”며 데이터 활용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치료 중심 의료에서 예방·관리 중심 의료로의 확장이 점쳐진다. 모바일 센서와 웨어러블 기기, 재택의료 기술을 AI와 결합하면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질병 전 단계의 위험 관리와 퇴원 후 건강관리까지 지원할 수 있다.
 


지역·필수·공공의료에 AI 우선 적용

정부 전략의 핵심은 AI를 수도권 대형병원에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공백을 보완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취약지 의원과 보건소에 진료 보조, 건강관리, 행정업무 등을 지원하는 ‘일차의료 AI 패키지’를 보급할 계획이다. 섬·산간 등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방문간호사가 AI 분석 결과를 활용해 원격지 의사와 비대면 협진하는 ‘AI 기반 재택협진’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응급의료 분야에서는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결정하고, 응급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응급 통합 AI 플랫폼’이 추진된다. 

공공병원이 고가의 AI 장비와 인프라를 개별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의료 AI 고속도로’도 구축한다. 국가 고성능 연산장치(GPU) 기반 공공의료 AI 플랫폼에 전국 권역·지역책임의료기관 72곳을 연결해 지역 공공병원이 필요한 AI 기술을 공동 활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2026년 하반기 시범사업을 거쳐 2029년 전면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병원 내부의 정보시스템을 AI 활용에 적합한 형태로 바꾸는 ‘AI 네이티브 병원’도 추진 대상이다. 환자의 내원부터 진료, 입원, 퇴원, 귀가 후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 AI를 적용할 수 있도록 병원 정보시스템을 표준화·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행위별 수가만으로는 AI 확산 어려워”

AI 의료기술의 확산을 위해서는 보상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건강보험 수가는 특정 진단이나 치료행위 단위로 보상하는 행위별수가제가 중심이다. 그러나 AI는 의료진의 업무 효율화, 환자 접근성 개선, 환자 관리 강화, 병원 운영의 질 향상처럼 개별 행위로 측정하기 어려운 효과를 낸다.

서 그룹장은 “행위별 수가와 기존 선진입 제도만으로는 AI와 같은 혁신기술을 충분히 보상하기 어렵다”며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의 질을 개선하는 기술에 대한 별도의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병원이나 기관 단위에서 AI 도입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이른바 ‘AI 수가’를 검토하고 있다. 개별 AI 제품에 수가를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AI 기술을 활용해 병원 시스템이 개선되고 환자 성과가 향상됐는지를 평가해 보상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다만 구체적인 평가 지표와 보상 방식은 아직 설계 단계다. 의료의 질, 환자 안전, 비용 절감, 의료진 업무 부담, 환자 접근성 등을 어떤 방식으로 측정할지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서 그룹장은 “AI 전환을 뒷받침하는 수가를 만들지 않으면 의료현장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며 “새로운 보상체계에 대한 정책적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 그룹장은 AI 기본의료 전략이 의료인을 대체하기 위한 계획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전략의 목표는 모든 의료영역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의료진의 판단과 업무를 지원하고, 의료자원이 부족한 지역의 공백을 보완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전략에 의료인을 대체하는 계획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AI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영역이나 가장 먼저 바꿔야 하는 영역을 미리 정해놓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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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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