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먹는 약이 2~3개 늘어나는 것은 보험이 되는데, 연속혈당측정기를 달고 약이 줄었는데도 왜 보험이 안 되나요."
9일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과 서미화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당뇨병학회, 재단법인 당뇨병학연구재단, 메디게이트뉴스가 공동 주관한 '당뇨병 예방관리 정책토론회'에서 연속혈당측정기(CGM) 사용 후 혈당 조절이 크게 개선된 2형 당뇨병 환자의 말이 의학계 전문가들에 의해 소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슐린 치료를 받는 2형 당뇨병 환자의 CGM 접근성 확대 필요성이 논의됐다. 특히 모든 당뇨병 환자에 대한 전면 지원이 아니라 다회 인슐린 주사를 맞는 2형 당뇨병 환자부터 우선적으로 CGM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7월 1일부터 췌장장애를 장애 유형에 포함하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인슐린 분비 기능 저하가 뚜렷한 1형 당뇨병 환자 일부가 장애 등록 대상에 포함됐다.
이런 가운데 2형 당뇨병에서도 질환이 진행돼 다회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환자는 반복적인 혈당 측정과 주사, 저혈당 위험, 합병증 부담을 함께 안고 있어 실제 치료 부담과 중증도를 고려한 지원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하루 여러 차례 혈당을 확인해야 하는 환자에게 기존 손가락 채혈 방식만으로는 치료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대한당뇨병학회, 재단법인 당뇨병학연구재단, 메디게이트뉴스가 공동 주관한 '당뇨병 예방관리 정책토론회'에서 한국당뇨협회 임영배 총무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다회 인슐린 2형 환자도 CGM 필요…"저혈당·합병증 줄이는 치료 도구"
토론자들은 다회 인슐린 주사를 맞는 2형 당뇨병 환자에게 CGM이 단순한 혈당 측정기기가 아니라 저혈당 예방과 합병증 관리,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한 치료 도구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고령 환자가 많은 특성을 고려해 의료진의 교육과 착용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우단체인 한국당뇨협회 임영배 총무이사는 인슐린 치료 환자가 겪는 현실을 소개하며 CGM을 "생명을 구하는 의료기기"라고 언급했다.
임 총무이사는 "당뇨병은 치료의 질환이라기보다 교육의 질환"이라며 "생활습관이 변화되지 않으면 약물만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들은 '이제 내 인생은 끝났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두려움을 느낀다"며 "하루 네 번에서 여섯 번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측정해야 하고, 1년이면 2000번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식사 후 인슐린을 맞다 보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저혈당이 가장 두렵다. CGM을 착용한 환자는 더 이상 손가락을 반복해서 찌르지 않아도 되고, 잠을 자는 동안 찾아오는 치명적인 저혈당 공포에서 처음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며 "CGM은 단순한 의료기기가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의료기기다. 인슐린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차이를 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김재현 교수는 다회 인슐린 주사를 맞는 2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들 환자 가운데는 고령 환자가 많아 CGM 사용 과정에서도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이 환자들은 60~70대가 많고 스마트폰 사용도 어려워 CGM을 달기 쉽지 않다"며 "한 번에 모든 환자에게 지원하자는 것이 아니라 다회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당뇨병학회 김성래 이사장은 28년간의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CGM을 당뇨병 치료에서 가장 혁신적인 변화 중 하나로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등장한 약과 치료법 가운데 가장 혁신적이고 발전된 순간을 꼽으라면 연속혈당측정기를 도입해 환자를 치료하게 된 순간"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을 고려해 지원 대상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무조건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CGM을 급여로 해달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며 "적어도 하루에 여러 번 인슐린 주사를 맞고 사실상 췌장 기능 부전에 가까운 환자부터 우선순위를 두고 급여가 확대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당화혈색소가 8%를 넘나들던 환자가 CGM 착용 뒤 6.2%로 개선되고 복용 약도 줄어든 사례를 소개했다. 김 이사장은 "그 환자는 '먹는 약이 두세 개 늘어나는 건 다 보험으로 해주면서, 나는 CGM을 달고 오히려 약이 줄었는데 이건 왜 보험이 안 되느냐'고 되물었다"고 전했다.
9일 대한당뇨병학회, 재단법인 당뇨병학연구재단, 메디게이트뉴스가 공동 주관한 '당뇨병 예방관리 정책토론회'이 개최됐다.
CGM 기기 지원만으론 한계…"의료진 개입, 교육·관리 체계 마련해야"
CGM 지원 확대와 함께 실제 환자가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다회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 상당수가 고령층인 만큼 단순히 기기 비용을 지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의료진의 교육과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당뇨병학회 김종화 보험이사는 CGM 사용 초기부터 의료진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보험이사는 "기기에 익숙한 사람도 앱 설치와 연동에 30분 이상 걸린다"며 "인슐린을 많이 사용하는 환자는 나이가 많은 경우가 많아 의료진이 직접 기기를 달아주고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비 청구 절차는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실제 기기를 착용시키고 교육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는 것은 결국 의료진과 교육실의 역할"이라며 "요양비와 급여화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해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김상수 교수도 현행 요양비 체계만으로는 CGM이 필요한 환자를 충분히 의료 현장으로 끌어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생활습관 관리가 잘 되는 환자는 스스로 CGM을 활용하지만, 오히려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환자는 자신의 혈당 기록을 드러내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자발적으로 신청하고 관리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며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처방과 교육을 주도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과 함께 CGM을 단순한 의료기기가 아닌 당뇨병 관리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듬법률사무소 임재준 대표변호사는 "CGM 하드웨어만 급여화해서는 충분한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교육과 상담, 데이터 해석, 치료계획 조정이 하나의 관리체계로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 맞춤형 관리와 의료진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며 "향후에는 성과 기반 보상체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한당뇨병학회 박정환 대정부이사는 CGM을 환자 개인의 혈당관리 도구를 넘어 디지털 건강 인프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CGM 사용이 확대될수록 세계적으로도 가치 있는 실제임상자료(RWD)가 축적될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의료비 지출이 아니라 미래 의료산업과 국민건강을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를 표준화·익명화해 국가 차원의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AI 기반 예측모델과 개인맞춤 치료, 신약·의료기기 개발, 보건정책 수립까지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유정민 과장,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은숙 부장
복지부 "중증도 중심 지원 검토"…교육상담·재택관리 연계 강조
보건복지부는 당뇨병 관리가 병원 중심 치료에서 예방과 재택관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CGM을 포함한 지원체계도 이러한 방향에 맞춰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유정민 과장은 "예방 영역과 병원 밖 재택치료, 신기술을 필요한 환자에게 보다 신속하게 보장하는 새로운 보장성 강화의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당뇨병 환자의 중증 이환을 막기 위한 급여 정책도 우선 검토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대면 진료에서 교육상담을 내실 있게 하고, 집에서 관리하는 환자를 비대면으로 모니터링해 적절한 시기에 개입하는 일련의 사업이 환자 중심으로 연계돼야 한다"며 "기기 지원 확대와 함께 재택관리 시범사업의 외연을 확대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과장은 "기존에는 1형 당뇨병이냐 2형 당뇨병이냐처럼 원인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실제 환자의 중증도를 고려해 보다 중한 환자에게 인슐린 펌프와 CGM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을 설계하고 있다"며 "췌장장애 도입에 맞춰 의료비 지원 강화 정책도 준비하고 있으며 구체화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원 확대에는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 과장은 "다회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를 조기에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인슐린 펌프 지원 확대와 CGM 확대 가운데 어떤 부분을 우선 추진할지, 재정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양비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요양비 제도는 과거 대면진료의 예외 영역이 작을 때 만들어진 제도라 재택관리로 이동하는 치료 패러다임을 충분히 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요양급여화 여부도 환자 관점에서 어떤 방식이 더 좋은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예방 효과가 확인되고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에도 도움이 된다면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급여실 급여지급부 김은숙 부장은 현재 요양비 제도가 과거보다 개선됐다는 점을 설명했다.
김 부장은 "과거에는 환자가 비용을 먼저 부담한 뒤 환급받는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준요양기관에 청구권을 위임하면 병원처럼 본인부담금만 내고 이용할 수 있다”며 “현재 CGM 구매 환자의 약 80%는 위임청구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단은 정책 결정기관이라기보다 제도 운영기관인 만큼 향후 정책이 마련되면 전산 시스템과 청구·심사 체계를 정비하고, 국민들이 제도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부연했다.
추가 토론에서는 CGM과 인슐린 펌프 지원을 놓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의료진의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유정민 과장은 "둘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단계적으로 지원을 확대하려면 제도 정비와 재정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증 이환과 합병증을 예방하고 재정 지속가능성에도 도움이 된다면 CGM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래 이사장은 재정과 지원 우선순위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면서도, 환자를 중심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연속혈당측정기는 혁신적인 기계이고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우리 시스템도 조금 더 빨리 이 기계에 맞춰 따라갔으면 좋겠다"며 "무슨 이야기를 하든 항상 환자가 제일 중심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