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연초 업계의 관심이 쏟아질 초대형 거래는 없었지만 제약사들은 새로운 후보물질을 도입하기 위해 더 많은 계약을 체결하고,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가별 거래에 따른 수익 규모는 미국이 중국에 비해 2배 이상 앞섰지만, 올해는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라이선싱 및 인수합병(M&A) 거래 규모는 1월 215억 달러, 2월 400억 달러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270억 달러, 90억 달러 규모의 거래에 그쳤다.
제약사 중에서는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바쁘게 움직였고, GSK 역시 주요 HIV 치료제 특허 만료 이후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자산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행보를 보였다. 모달리티별로는 이중항체와 CAR-T 치료제에 대한 투자금이 높았다.
릴리, 다양한 자산 확보 위한 다수 계약 체결…GSK, 특허 만료 이후 파이프라인 강화 준비
릴리는 독일 심리스 테라퓨틱스(Seamless Therapeutics), 중국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 미국 오르나 테라퓨틱스(Orna Therapeutics), 호주 CSL 등 4개 기업과 거래를 체결하고 유전자 편집, 항체 치료제, CAR-T 세포 치료제 등 후보물질을 추가했다.
릴리는 지난해 국내 바이오 기업은 올릭스(OliX)와 알지노믹스(Rznomics), 에이비엘바이오(ABL Bio)를 포함해 20곳이 넘는 바이오 기업들과 거래를 체결하며 RNA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저분자 화합물, 이중항체, 융합 단백질, 분자 접착체, 방사성 의약품 등 다양한 모달리티의 후보물질을 확보했었다. 에이비엘바이오 등 몇몇 기업엔 라이선스 계약과 함께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올해는 이노벤트와의 계약이 눈길을 끈다. 이번 계약은 양사 간 일곱 번째 협력이기 때문이다. 이노벤트는 16개 제품을 시장에 출시했고, 허가 신청 단계 후보물질 2개, 3상 또는 주요 임상 단계 후보물질 4개, 초기 임상 단계 후보물질 15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계약 관련 구체적인 후보물질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양사는 종양학 및 면역학 분야에서 신약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노벤트는 중국에서 신약 구상 단계부터 임상적 효능 입증(2상 임상시험 완료)까지 개발을 주도하고, 릴리는 중화권 이외의 전 세계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개발 및 상용화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가진다. 이노벤트는 선급금 3억5000만 달러와 함께 마일스톤으로 약 85억 달러를 지급받을 수 있다.
이노벤트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유(Michael Yu) 박사는 "이번 제휴는 기존의 라이선스 계약을 넘어, 이노벤트의 신속한 신약 발굴 및 초기 개발 역량과 릴리의 광범위한 글로벌 규모를 결합한 완벽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경을 넘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효율적인 모델을 제시한다"면서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이노벤트의 연구 개발 역량을 입증하고, 파트너와 함께 과학적 발견을 영향력 있는 글로벌 의료 솔루션으로 빠르게 전환해 궁극적으로 전 세계 환자들에게 최고 수준의 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GSK는 랩트 테라퓨틱스(RAPT Therapeutics)와 35파마(35Pharma)를 인수해 식품 알레르기 예방을 위한 장기 지속형 항 IgE 항체 '오주레프루바르트(Ozureprubart)', 폐동맥 고혈압(PAH) 및 박출률 보존 심부전으로 인한 폐고혈압(PH-HFpEF)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액티빈 신호 전달 억제제 'HS235' 등을 확보했다.
프론티어 바이오테크놀로지스(Frontier Biotechnologies)와는 소간섭 RNA(siRNA) 파이프라인 제품 두 가지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구체적인 적응증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두 치료제 모두 신장 질환 환자의 치료 결과 개선에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단계에 있고, 다른 하나는 전임상 단계에 있다.
또한 자회사 테사로(Tesaro)를 통해 국내 기업인 알테오젠(Alteogen)과 2억85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테사로는 하이브로자임(Hybrozyme) 기술이 적용된 ALT-B4를 사용해 PD-1 면역관문억제제 젬퍼리(Jemperli, 성분명 도스탈리맙)의 피하주사(SC) 제형 개발 및 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권을 확보했다.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은 정맥투여(IV) 의약품을 피하주사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술로, 현재까지 MSD,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 산도즈(Sandoz), 인타스(Intas) 등 여러 다국적 제악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MSD는 ALT-B4를 활용한 키트루다 피하주사제형(미국 제품명 Keytruda Qlex)를 지난해 9월과 11월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아 시판을 시작했다.
빅파마들, 이중항체·생체 내 CAR-T·BBB 셔틀에 꾸준히 관심
모달리티별로 거래 내용을 살펴봤을 때, 이중항체 분야에서는 애브비(AbbVie)와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이 중국 기업과 손을 잡았다. 애브비는 레미젠(RemeGen)으로부터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PD-1/VEGF 이중항체 'RC148'을 도입했고, 베링거는 심시어 자이밍(Simcere Zaiming)으로부터 염증성 장질환(IBD) 치료제로 개발 중인 TL1A/IL-23p19 이중항체 'SIM0709'을 도입했다.
CAR-T 치료제 분야에서는 생체 내(in vivo) CAR-T 세포 치료 기술을 가진 기업의 인수가 진행됐다. 생체 내 CAR-T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외부로 꺼내 조작한 뒤 다시 주입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환자 체내에서 면역세포가 직접 CAR를 발현하도록 유도하도록 만든 치료제다.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는 CAR-T 치료제 개발 기업 아셀엑스(Arcellx)를 인수했다. 길리어드는 2022년부터 자회사인 카이트(Kite)를 통해 아셀엑스와 아니토셀(anito-cel)을 공동 개발 및 상업화하기 위해 협력해왔다. 현재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위한 4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했고, 올해 말까지 허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길리어드는 아니토셀의 올해 출시 가능성을 넘어 아셀엑스가 가진 D-도메인 CAR 기술 플랫폼에 주목하고 있다. 이 기술이 차세대 CAR-T 세포 및 이중특이성 치료제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니토셀의 D-도메인 BCMA 결합체는 생체 내 세포 치료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해 종양학 및 염증 분야에서 잠재력을 강화시켜줄 것으로 기대한다.
길리어드는 이미 지난해 생체 내 CAR-T 치료제 개발사인 인터리우스 바이오테라퓨틱스(Interius BioTherapeutics)를 인수하고, 중국의 프리진(Pregene)과 최대 16억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 분야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릴리 역시 오르나를 인수하며 생체 내 CAR-T 치료제 시장에 진출했다. 오르나는 유전자 조작된 원형 RNA와 새로운 지질나노입자(LNP)를 결합해 환자의 체내에서 세포 치료제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계열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오르나의 원형 RNA 플랫폼은 치료 단백질을 보다 지속적으로 발현할 수 있게 해 기존의 RNA 또는 세포 치료 플랫폼으로는 불가능했던 치료법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력 프로그램인 ORN-252는 B세포 매개 자가면역 질환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CD19 표적 CAR-T 치료제로 임상시험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이번 계약으로 릴리는 생체 내 CAR-T 치료제 개발의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확보하게 됐다.
뇌에 약물을 전달하는 혈액뇌장벽(BBB) 셔틀 기술에 대한 빅파마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노바티스(Novartis)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중국 사이뉴로(SciNeuro)와 계약을 맺었다. 사이뉴로는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는 바이오텍으로, 치료제의 뇌 전달의 향상시키는 독자적인 셔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초기에는 노바티스의 연구 자금 지원을 받아 공동으로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한 뒤, 노바티스가 개발을 주도하고 상업화 단계로 나아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