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2025년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50건이 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전반적인 글로벌 바이오 기술거래에서는 저분자 화합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던 반면, 중국 기업들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이중항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개된 자료 기준 중국 기업들이 지난해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 총 규모는 817억 달러(약 117조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또는 다중특이항체 후보물질과 ADC에 대한 거래가 각각 11건,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저분자 화합물 8건,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4건, 단클론항체 3건 등이었다.
AZ, 로슈 등 상위권 제약사 대부분과 계약 체결…GSK와 17조원 규모 단일거래도 눈길
국가별로는 미국 기업과 체결한 계약 건수가 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영국, 스위스, 덴마크 등 유럽 기업들과도 17건 계약을 체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로슈(Roche), MSD(Merck & Co), 화이자(Pfizer), 애브비(AbbVie), BMS(Bristol Myers Squibb), GSK(GlaxoSmithKline), 릴리(Eli Lilly and Company), 노바티스(Novartis),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사노피(Sanofi), 다케다(Takeda) 등 글로벌 상위권 제약회사 대부분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는 CSPC 제약그룹(CSPC Pharmaceutical), 하버 바이오메드(Harbour BioMed), 시네론 바이오(Syneron Bio), 자코바이오 파마(Jacobio Pharma) 등 4개 기업과 20억~50억 달러의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CSPC와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경구용 저분자 치료제를 포함해 만성질환 전반에 걸쳐 질병 치료 가능성이 있는 여러 표적에 대한 전임상 후보 물질을 발굴 및 개발하기로 했다. 계약 규모는 53억3000만 달러에 달한다.
하버와는 차세대 다중특이성 항체 발굴 및 개발을 위해 전략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총 계약 규모는 45억7500만 달러이며 여기에는 1억500만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가 포함됐다. 지분 투자는 시네론에도 진행한다. 시네론과는 만성질환 치료를 위한 거대고리 펩타이드 약물을 개발할 예정이다.
GSK는 항서제약(Hengrui Pharma)과 120억 달러(약 17조3000억 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호흡기, 면역학 및 염증, 종양학 분야에서 최대 12개 혁신 의약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GSK는 해당 후보물질들이 베스트인클래스 또는 퍼스트인클래스(first-in class) 잠재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버, 항서제약, CSPC, 심시어 등 다수 계약 체결…저분자부터 ADC, 다중항체까지 확장
기업별로는 하버와 항서제약이 각각 4건 계약을 체결하며 가장 많은 거래를 성사시켰다.
하버는 아스트라제네카 외에도 BMS, 오츠카(Otsuka),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과 다중항체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하버의 독자적 항체 기술 플랫폼인 하버 마이스(Harbour Mice)는 전통적인 H2L2 형태는 물론 중쇄 단독(HCAb) 형태 모두에서 완전 인간 단클론항체를 생성한다. HCAb 기반 면역 세포 결합체(HBICE) 이중항체 기술은 기존 병용요법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종양 살상 효과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HCAb 기반 이중특이성 면역세포 길항제(HBICA) 기술로 면역 및 염증 질환을 위한 혁신적인 생물학적 제제를 개발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오츠카와는 자가면역 질환 치료를 위한 BCMAxCD3 이중특이 T세포 활성화제 HBM7020를 개발하기로 했고, BMS와는 차세대 다중항체를 발굴할 예정이다. 또한 인실리코의 AI 기술을 기반으로 항체를 발굴하고 개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협력한다.
항서제약은 GSK에 이어 MSD와 2상 임상 중인 경구용 저분자 지단백(a)(Lp(a)) 억제제인 HRS-5346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미국 브레이브하트 바이오(Braveheart Bio)와 심장 미오신 저분자 억제제 HRS-1893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나아가 인도 제약사인 글렌마크 파마슈티컬스(Glenmark Pharmaceuticals)와는 ADC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해당 후보물질은 항서제약이 자체 개발한 HER2 표적 ADC인 트라스투주맙 레제테칸(Trastuzumab Rezetecan, 프로젝트명 SHR-A1811)이다. 중국에서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로 승인된 첫 중국 개발 ADC다. 항서제약은 이 외에도 10개 이상 ADC 분자를 임상 개발 중이며, 그 중 6개 이상이 3상 이상 단계에 있다.
CSPC는 AI 기반 신약 개발 외에도 경구용 GLP-1 작용제, 이중항체 등에 대한 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SYH2086는 전임상 단계 경구용 저분자 GLP-1 작용제이자 올포글리프론 유도체로, 미국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가 21억2000만 달러에 라이선스를 도입했다. 마드리갈은 이를 통해 핵심 자산인 레즈디프라(Rezdiffra, 성분명 레스메티롬)에 기반한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 복합제를 개발하고자 한다.
심시어 제약 그룹 자회사로, 다중항체와 ADC를 개발하는 심시어 자이밍(Simcere Zaiming)은 애브비, 입센(Ipsen), 넥스트큐어(NextCure) 3개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각각 다발골수종 치료를 위한 삼중특이항체, LRRC15 표적 ADC SIM0613, CDH6 표적 ADC SIM0505을 개발하기 위한 계약이다.
시장조사기관 클래리베이트(Clarivate)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제약 시장에서는 최근 혁신 리더십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여전히 최첨단 고성능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중국 내 혁신 기업의 약진이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2026년 유력 후보로 꼽히는 상위 6개 주요 의약품 중 4개가 중국 혁신 기업에서 나온 파이프라인으로, 기존에 제네릭이 주도하던 시장이 이제 자체 개발 혁신 치료제로 선진국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도전하는 단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흐름은 중국이 단순한 제조 거점을 넘어 제약 혁신 분야에서도 글로벌 주도권을 확대해 나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