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처방 정답 아니다' 비판에 복지부 "성분명 처방만 답 아니지만 다양한 수단 함께 검토 중"
복지부 강준혁 약무정책과장 "성분명처방 이외에도 의약품 생산·유통·사용 등 각 단계 맞춰 필요한 대응책 마련할 것"
보건복지부 강준혁 약무정책과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성분명 처방 정책으론 수급 불안 의약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료계 주장에 보건복지부가 수급 불안정 의약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분명 처방 이외에도 다양한 대안을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공급 중단 의약품이 121개, 공급 보조 의약품이 94개에 달하는 등 총 215개다. 이에 성분명처방 제도가 의약품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강준혁 약무정책과장은 29일 '수급불안정 의약품 성분명 처방 국회토론회'에서 "정책 속도도 중요하지만 정교함이 더 중요하다. 정부가 정책 추진을 시작하면 예측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전문가들이 성분명처방 정책이 수급 불안정 의약품 문제 해법이 되느냐고 한다. 정부는 성분명처방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는 생산과 배급사 문제, 유통 상의 왜곡, 실제 사용하는 현장의 문제 등도 있다"며 "각 단계마다 원인에 맞춰 정부는 필요한 여러 옵션을 갖고 필요할 때 그 원인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수단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도 '성분명 처방만이 답이다'가 아니라 생산 단계에서도 대책이 있다. 정부는 산업의 육성 측면에서는 제약 기업이나 생산 기업에 지원을 했다"며 "생산 문제 등 모니터링도 중요한데 이제 식약처가 제약사 공급 모델을 보고 받아 공급을 강화하고 중간 보고도 새로 신설하는 등 모니터링 측면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급 불안에 대한 기여도 측면을 앞으로 고려해서 정부 정책 방향은 수급 불안의 원인을 다양하게 보고 각 원인별 필요한 방식과 대안들을 검토해 도입하는 것이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지금까지 수급 의약품 협의가 사실상 부재했다. 그러나 이제 약사법을 개정하면서 거버넌스를 개편했다. 정부 부처, 복지부, 식약처, 의사·약사단체, 제조, 유통, 환자단체가 들어와 논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수급불안정 의약품 성분명 처방 국회토론회 모습.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선 성분명 처방 제도가 수급 불안정 의약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기 보단 여러 부작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먼저 토론회를 주최한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성분명처방은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의사로서 현장을 경험해 본 결과 성분 약이 같더라도 환자의 연령, 기저 질환, 동반 질환에 따라 약효와 부작용, 흡수율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차이는 특히 고령자, 중증 질환자, 면역 저항 환자에게 중대한 임상적 결과로 이어질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청소년 처방이 의사의 전문적 판단보다 가격 경쟁을 앞세우는 구조로 흐르는 것은 의약품 공급의 생태계와 보건의료 체계 전반에 의도치 않은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과 안전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 역시 성분명처방 의무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도 "의약품의 수급 불안정 자체가 문제다. 이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근본적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일부 의원들에 의해서 대안으로 성분명처방이 제시되고 있다"며 "성분명처방이 필요한 이유로 재정 절감이 거론되는데 국민 건강을 담보로 재정 절감을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 한미애 대의원회 의장은 "신중한 검토 없이 처방권을 제한하는 강제적 성분명처방은 의료현장 혼란과 환자 안전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분명히 바로잡고 넘어가야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충기 정책이사.
성분명처방이 아닌 의약품 안정 수급을 위한 생산 기반 확충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구체적 제언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김충기 정책이사는 "미국과 유럽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제조기반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반면 국내 정책은 시장기능의 실패를 보완하는 행정적 관리 등에만 머물러 있어 자국 내 생산 기반 확충을 위해 전략적 모멘텀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우리나라 가장 큰 장점은 데이터다. 데이터 기반의 의약품 수급 가시성 플랫폼을 만들고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한 4주전 품절 경보 및 골든타임을 확보해 공급망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며 "공급망 전 주기 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전환해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위험 징후 포착 시점을 조기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벤치마킹 구조론 일본의 '이층 구조(Two-Tier)' 사례가 꼽힌다. 이는 전문가 판정이 행정의 근거가 되는 시스템으로 임상 전문가가 참여해 개별 의약품의 의료상 필요성과 대체 가능성을 판정한다. 이후 후생노동성은 관계자 회의를 통해 전문가 판정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김충기 이사는 "행정의 자의성은 배제하고 임상 전문가의 판단을 법적 정책의 근거로 치환하는 일본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며 "개별 약제와 품목 단위 수급은 한계가 있다. 치료의 연속성 측면에서 전문가 판단에 기반한 의약품 수급 위험도를 평가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범부처 통합 컨트롤타워를 통한 보상, 조달, 비상 대응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금의 의약품 부족 사태는 예외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의존, 낮은 약가, 취약한 생산 인센티브로 인한 상시화된 구조적 현상이다. 특히 성분명처방으로 약국이 사정에 따라 매번 다른 제약사의 제네릭을 처방하게 되는 '비의도적 교체'가 빈번하다. 이 경우 제레릭 간 교체로 인해 약 동등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