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전국위탁의료기관협의회(현 전국의사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2월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 방안에 반대하는 시위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전국의사협의회가 보건복지부의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을 “일차의료를 무너뜨리는 현대판 의료 고려장”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의협은 28일 성명을 통해 “이번 개편은 단순한 수가 조정이 아니라 동네의원의 기본 진료와 조기진단 체계를 약화시키고, 특히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의 생명 안전망을 훼손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복지부는 검체검사 위·수탁 시장의 투명성과 질 관리를 이유로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검사료 내에서 위·수탁기관별 수가를 분리해 청구하는 방식의 보상체계 개편을 추진·의결했다. 정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검체검사 위·수탁 시장은 약 3억4000만 건, 2조6000억 원 규모다.
이에 대해 전의협은 정책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전의협은 “동네의원이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를 의뢰하고 결과를 확인하며 이상 소견을 추적 관리하는 기본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며 “검사 접근성이 떨어질 경우 가장 큰 피해는 고혈압, 당뇨,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어르신들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어 “어르신들은 대학병원이 아니라 가까운 의원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조기에 위험 신호를 발견해 건강을 유지해 왔다”며 “정부는 이를 ‘보상체계 왜곡’ 문제로 단순화하며 일차의료의 검사 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정책은 조기진단 기회를 줄이고 질환을 중증화시켜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과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과 의료계 인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전의협은 “복지부가 마치 동네의원 의사들이 검체검사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해온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며 “정당한 진료 행위를 부도덕한 수익 구조로 몰아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체검사는 당뇨 환자의 신장 기능 확인, 간질환 추적, 빈혈·염증 확인, 암 의심 소견 발견 등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수 진료 행위”라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절감 재원을 진찰료 등 저보상 분야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진찰료 인상을 명분으로 검체검사 기반을 약화시키는 것은 본질을 가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질 관리나 부당 거래 문제가 있다면 해당 구조를 정밀하게 개선해야지, 전체 일차의료를 규제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의협은 이번 정책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들은 “재정을 이유로 조기진단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은 결국 국민의 검사 접근성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피해는 의사가 아니라 어르신과 만성질환자, 조기 암 발견이 필요한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전의협은 ▲보상체계 개편 즉각 중단 ▲위탁검사관리료 폐지 및 분리청구 방안 재검토 ▲의료계와의 공개적 재논의 ▲의사 집단에 대한 부정적 여론 조성 중단 ▲고령자·만성질환자 검사 접근성 보호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