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1.27 17:55최종 업데이트 25.11.27 17:55

제보

국민 57% 성분명처방 책임소재 몰라…의협 '성분명처방 철회·의약분업 선택제' 요구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절차적 위법성·전문가 배제…2년간 혼란 초래한 책임자 민·형사 소송 검토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 사진=대한의사협회 유튜브 생중계 영상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국민 절반 이상이 성분명처방 시 부작용 등에 대한 책임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대한의사협회는 성분명처방 법제화 철회와 의약분업 선택제 도입을 요구했다. 또한 감사원 감사에서 의대정원 증원 과정의 절차적 위법성과 전문가 배제가 확인되면서, 의협이 혼란을 초래한 책임자에 대한 민·형사 소송 검토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가 2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이 발표한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성분명처방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의대증원 민낯 공개 "법적책임 물어야"…지역의사제·비대면진료법 등 '졸속 추진' 우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금일 감사원이 발표한 결과는 협회가 5월 감사청구를 제기했던 핵심 문제점 대부분이 사실로 확인됐음을 보여준다"며 "앞서 의협은 ▲정책 결정과정의의 절차적 위법성 ▲전문가 협의 과정의 왜곡 ▲부당한 업무개시명령 ▲국민 혈세 및 재정낭비의 원인 제공 ▲필수의료 저해 및 의료생태계 붕괴 원인 제공 등의 내용으로 보건복지부의 감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감사원이 지적한 모든 절차적 문제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의료 현안에 대한 어떠한 중대 정책도 의료계를 포함해 충분한 협의와 논의 과정을 거쳐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의정협의체를 점검·개선하고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하는 등 의료계와의 폭넓은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변인은 "의협은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에 참여해 합리적 결과 도출에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전문가 의견 반영이 미흡하다"며 "의협은 정부가 정책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제도 설계와 정책적 타당성을 확보해, 나아가 의료계와 협력해 무너진 의료체계를 바로 세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2년간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에 법적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청문회 자리에 나가 '책임을 지겠다', '본인이 결정한 사안이다'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감사 보고서를 보면 그렇지 않았다"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앞에서 위증한 내용에 대한 법적 책임은 당연히 물어야 한다. 그간 발생한 민사적 문제, 결정 과정에서의 흠결에 대한 절차적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이에 의협 법제팀이 형사·민사 소송을 진행할지 살피고 있다. 빠르면 다음주 저희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대변인은 법사위 통과 법안에 우려를 표했다. 11월 26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지역의사제법, 비대면진료법, 안경사법의 심의 과정에서 의료계의 여러 우려와 지적이 나왔지만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최근 의료계가 지적하고 있는 많은 법안이 국회의 입법 절차 단계를 빠르게 통과하고 있다"며 "여러 우려가 제기됐지만 특정 국회의원의 강행 의지와 여당의 다수 의석이라는 정치적 요인이 크게 작용해 통과한 측면이 있다. 이같은 졸속 추진 법안은 우리나라 의료제도와 국민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그 파급효과와 책임의 무게가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의사제를 우려하는 의협과 의료계를 직역 이기주의로 규정하는 언론 보도가 이미 하나의 프레임으로 굳어지고, 의사의 문제 제기가 반발심리로 치부되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의료진이 근무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방 의료 위기는 지역 의사가 아니라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의가 없는 것"이라며 "문제 본질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님에도 기존의 정책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인력 공급에 초점을 맞춘 제도 설계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법에 대하서는 "향후 하위법령 개정 논의과정에서 4대원칙(대면진료 원칙, 재진환자 중심,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비대면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을 명확하게 구체화해 비대면진료 자체의 부작용과 회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플랫폼에 대한 시장질서 교란 등 법사위 논의과정에서 플랫폼에 대한 제도적 보완 등 강력한 규제 필요성이 강조됐고,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대면진료 원칙하에 비대면진료가 보조적 수단으로 통제될 수 있도록 표준지침상에 원칙과 기준 등을 명확히 설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안경사법과 관련해서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제1조의2제3호)은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점이 일부 반영됐다"면서도 "여전히 포 괄적인 굴절검사를 안경사의 업무로 규정해 진료행위인 굴절검사 전반을 허용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할 여지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검체수탁과 관련해 건정심 보고가 지연되고 있다는 질의에 "시간을 벌었다"며 "그 기간 동안 의견수렴해 좋은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또 감사 보고서에서 나온 것처럼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는지, 근거에 기반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검체수탁 고시가 나온다면 그걸 따르기 보단 고시 내용이 합리적인지,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살필 것"이라고 답했다.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 홍보위원회 황규석 위원장. 사진=대한의사협회 유튜브 생중계 영상

국민 70% '의사 처방 약' 선호…의협, 성분명처방 법률제정 철회·의약분업 선택제 도입 요구

이어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 홍보위원회 황규석 위원장은 성분명처방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11월 18일부터 3일간 진행됐으며, 국민 1007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황 위원장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이 성분명처방의 위험성을 깊이 우려하고, 의사의 전문적인 처방을 신뢰하고, 나아가 환자 선택권이 보장되는 새로운 제도를 열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성분명처방에 대한 법률제정 즉각 철회와 의약분업 선택제 도입을 요구했다.

황 위원장에 따르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성분명처방 법안을 들어본 적이 있거나 잘 안다는 응답은 55.5%지만, '잘 알고 있음' 응답은 15.4%에 불과했다. '전혀 모름' 응답은 44.5%로 약 60%의 응답자가 성분명처방 법안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조제에 대한 제도 인식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전체적인 인지율은 60%에 육박하지만 실제 상세 인지층은 20% 내외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대체조제에 대해 '잘 알고 있음'으로 응답한 비율은 17.5%, 대체조제 고지 의무 인식에 대해 '잘 알고 있음'을 응답한 비율은 22.7%로 확인됐다.

황 위원장은 "국민 대다수가 제도에 대한 피상적인 정보만 접할 뿐, 제도가 나의 건강과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절차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보의 비대칭 상태에 놓였다"며, 성급한 제도 추진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응답자의 57.1%가 대체조제 부작용 시 의사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음을 전혀 모르고 있다"며 "책임소재에 대한 공백이 있는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이 강행되면 억울한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의료현장은 책임 공방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 위원장은 "'제한적 성분명 처방 의무화가 국민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법무부의 우려에 대한 공감도를 확인한 결과 62.4%가 우려에 동의했다"며 "의약품 선호도를 확인했을 때도 70.2%가 '의사가 처방한 약'을 선호했다"고 부연했다.

황 위원장은 "감염병 팬데믹이나 약 품절 사태 등 위기 상황 시, 의사가 직접 약을 조제하는 '원내 조제' 허용에 대해서는 70.0%가 찬성했다"며 "국민은 경직된 분업 제도보다는, 위기 시 내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유연한 의료 시스템을 원하고 있다. 약을 구하기 힘들 때는 병원에서 바로 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상식적인 요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약분업 선택제 도입에 대해 조사한 결과, 환자가 병원 조제와 약국 조제 중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에 찬성한 응답자는 74.2%에 달했다"며 "강제 분업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난 현재, 국민은 규제와 불편함 대신 나의 선택권과 편의성을 돌려받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효동등성이 80~125% 범위면 성분명처방을 가능하게 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견에 "약효가 최대 50% 가량 차이 나는 걸 동일한 약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이는 위헙한 접근"이라며 "사람마다 서로 맞는 약이 다르다. 그래서 주치의가 있고 항상 다니던 병원에서 내가 처방받던 약을 받아서 그 약을 먹는다. 성분이 같다고 바꿔버리면 결국 그로 인한 고통이나 불편함은 전부 국민의 몫이 된다"고 경고했다.

성분명처방 도입 시 매년 8조원에 달하는 약품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대한약사회 주장에는 "국민의 건강을 논의함에 있어 국가 정책을 비용으로 논해서는 안 된다"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어떠한 투자도 아끼지 말라고 했다. 그런 약을 비용으로 고려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1년에 약국 처방전료로 5조3000억원이 나간다. 병원에서 약을 받으면 나가지 않을 돈"이라며 "1년에 약값이 20조가 안 된다. 오리지널이나 제네릭이나 큰 차이가 없는데 무슨 근거로 약사회에서 약 3분의 1이상인 8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황 위원장은 "환자들은 병원에서 비용 내고, 약국 가서 돈을 또 내는데, 사실은 조재료가 더 비싸다"며 "아이들의 해열제가 약국에서 사면 9000원, 만원이지만 실제 병원의 건강보험 약가는 20원, 30원 수준이다. 이는 대한민국 약가 정책 제도의 문제며, 이러한 차이가 필수의약품을 부족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