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지난해 하반기 바이오·의료 부문 투자에 훈풍이 불면서 비상장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VC)의 신규 투자가 다시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아직 1분기가 다 마무리되기 전이지만 현재 비상장 기업에 2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자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투자 금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기술에 투자가 계속 집중되는 가운데 바이오 분야에서도 AI 기술 기반 기업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또한 갤럭스, 브리즈바이오,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엘리시젠 등 몇몇 기업은 3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공개(IPO)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
AI 신약개발 갤럭스와 AI 조기 스크리닝 아크, 200억~420억 투자 유치 성공
10일 기준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 받은 기업은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인
갤럭스(Galux)다. 갤럭스는 유안타인베스트먼트, 한국산업은행,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투자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2월 42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은 680억 원에 달한다. 아직 공개된 후보물질이 없음에도 초기 투자자들이 연속해서 투자한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갤럭스는 드노보(de novo, 완전히 처음부터) 항체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규모 디자인만으로도 높은 결합력을 가진 항체를 확보하는데 성공함으로써 기존 대비 수백 배 이상의 설계 성공률을 기록하는 등 기술 고도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과 AI 기반 단백질 설계 기술을 활용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셀트리온, LG화학, 한올바이오파마, 와이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들과도 공동으로 신약개발을 진행 중이다.
AI 기반 만성질환 합병증 조기 스크리닝 개발 기업인
아크(ARK) 역시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해 관심을 모았다.
아크는 부산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형회 교수가 창업한 기업으로, 국립대병원 데이터로 임상 연구 시스템을 활용해 정확한 AI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대표 제품으로는 인공지능 망막질환 진단 소프트웨어 '위스키(WISKY)'가 있다. WISKY는 안저카메라로 촬영한 망막 사진 1장을 3~5초 내 판독해 황반변성, 당뇨성 망막병증, 녹내장 등 3대 실명 질환의 조기 위험 신호를 판별하는 솔루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등급 허가 및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았다.
아크에 따르면 영업 개시 1년 만에 전국 병·의원 1000여 곳으로부터 예약 및 주문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700곳 이상에 제품 공급을 완료했다. 아크 솔루션은 현재 대웅제약과의 유통 협력 체계를 통해 의료기관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
이 외에도 심혈관질환(CVD) 및 만성신장질환(CKD) 위험도 평가, 심박변이도(HRV) 기반 자율신경 검사 등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아크는 지난해 10월 NH투자증권과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고 IPO를 추진 중이다.
AI 기반 폐 기능 검사기 개발 기업
티알(TR)도 25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주력 제품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조기 진단 검사기 '더 스피로킷(The Spirokit)'이 있다. 이 제품은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아니라도 폐 기능 및 질환 검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IoT 기반 네블라이져 '더 넵(The Neb'과 흡입기 보조도구 스페이서 '더 에어로킷(The Aerokit' 등 호흡기 관련 의료기기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 엘리시젠·브리즈바이오에 대규모 자금 쏠려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엘리시젠(Elisigen, 구 뉴라클제네틱스)가 올해 초 50억 원 추가 투자를 받으며 총 42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누적 투자금은 약 884억 원이며, 이연제약이 시리즈A부터 C까지 약 130억 원을 투자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 파이프라인은 이연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 'NG101'이다. 현재 1/2a상 단계이며, 올해 6월 고용량 코호트의 6개월 추적관찰 데이터를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말~내년 초 2b상 임상시험계획(IND)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다른 유전자 치료제 기업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브리즈바이오(BreezeBio, 구 진에딧)가 360억 원 규모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 규모는 1700억 원에 달한다.
진에딧은 유전자 치료제를 특정 장기와 세포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독자적인 나노 입자 플랫폼 '나노갤럭시(NanoGalaxy)'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병에 적용 가능하면서 치료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 제넨텍(Genentech) 등과 협업하고 있고, 현재 가장 앞선 후보물질은 제1형 당뇨병 치료제 'BRZ-101'다.
신약 개발사 가운데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1STBIO)도 317억 원 규모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 유치 금액 1080억 원을 기록했다. 이번 라운드에는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옵션 계약 파트너인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전략적 투자자(SI)로 합류하고, IPO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까지 가세하여 상장 준비 단계에 진입했음을 공식화했다.
퇴행성 뇌질환 및 면역항암제 분야를 중심으로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자체 구축한 AI 기반 신약 발굴 플랫폼을 통해 연구개발 효율과 성공 가능성을 고도화하고 있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HPK1 저해제 'FB849'는 현재 글로벌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퍼스트바이오는 빠른 시일 내 파트너링 성과를 구체화하고 IPO 준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의사 창업 바이오텍, VC들에게 꾸준히 관심…브라이토닉스이미징 115억 시리즈B 성공
의사 창업자가 설립한 바이오텍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이어진다. 아크를 설립한 부산대병원 김형회 교수 외에도 다양한 의사 창업자들이 설립한 바이오텍이 VC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먼저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이재성 교수가 창업한
브라이토닉스이미징(Brightonix Imaging)은 K2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로부터 30억 원으로 추가로 투자 받으며 총 115억 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브라이토닉스이미징은 의료 AI 솔루션과 양전자단층촬영기(PET)를 개발했다.
AI 기반 뇌영상 PET 자동 정량 분석 소프트웨어인 'BTXBrain'은 MR 영상 없이 PET 영상만을 이용해 퇴행성 뇌질환의 정량 분석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로 2022년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또한 2024년 식약처, 202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국내 최초 임상용 디지털 PET 시스템 '파로스(PHAROS)'는 현재 사용되는 의료용 PET 장비 중 가장 높은 해상도를 자랑하며, BTXBrain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출신 의사인 김경훈 대표가 지난해 창업한
더마트릭스(Dermatrix)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더마트릭스는 피부과 병원을 위한 데이터 관리 및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해 왔으며, AI를 활용한 피부임상사진 데이터 관리 솔루션 'CLIMS'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병원용 솔루션을 넘어 환자가 일상에서 자신의 피부 상태를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로 병원과 환자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리소리우스(Risorius)는 서울의대에 재학 중인 배상윤 대표가 마찬가지로 서울의대 재학생인 송동주, 정우석, 송용근 공동 창업자와 함께 설립한 기업이다. 뇌파와 임상 데이터를 결합해 정신 건강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최근 서울대기술지주로부터 프리A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