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8.29 05:30최종 업데이트 25.08.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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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 '지방의료 붕괴' 가속화 왜?

영남의대 신경철 교수 "비적합 질환군 교수 이탈∙병원 재정 악화 등 초래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이 지방의료의 붕괴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남의대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신경철 교수는 최근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에 기고한 글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은 지역의료에 또 다른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신 교수는 새로 제시된 상급종합병원 ‘적합 질환군’ 분류 기준을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꼽았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은 전체 환자 중 적합 질병군 비율을 70%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이 경우 비적합군 질환 진료 분야의 축소와 담당 교수들의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비적합 질환군 분야는 입원 없이 외래진료만 보는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교수 확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동일한 학문 분야에 다양한 전공 분야의 교수를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예를 들면 호흡기내과의 경우 ‘만성기도 질환 분야(천식, COPD, 기관지확장증), 호흡기 감염 분야(결핵, 폐렴)’ 전공 교수와 이비인후과의 경우 두경부종양 전공자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비적합 질환군으로 분류돼 진료 자체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전문 인력 양성을 어렵게 하고 진료 능력의 장기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지방엔 상종서 밀려난 환자 받을 의료체계 부족
 
지방의 경우, 구조 전환 사업의 영향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밀려난 환자들을 담당할 의료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수도권과 달리 상급종합병원 외 의료기관들이 대부분 전문병원이라 다양한 복합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지역 내 적절한 진료 능력을 갖춘 2차 병원이 부족하다면 상급종합병원이 2차 진료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지역에선 2차 병원이 3차 진료를 담당하는 때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역의 의료 상황이 수도권과 차이가 큰데 일률적으로 2차 진료와 3차 진료를 기계적으로 구분하면 지역의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인구 감소 직면 지방병원, 중증∙희귀∙응급질환​ 한정에 재정 악화 우려
 
상급종합병원이 담당할 환자를 중증∙희귀∙응급질환으로 좁힐 경우 인구 감소에 직면한 지방 상급종합병원들의 재정 상태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신 교수는 “중증∙희귀∙응급질환 중 (병원에)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질환은 암이다. 대부분의 희귀질환은 수익성이 없으며, 응급질환의 경우 인력과 장비, 공간이 많이 필요해 유지 비용이 높다”며 “전문의 중심 병원, 환자 대비 간호사 비율 증가 등으로 고정 경비 지출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인구가 감소하고 외부로부터 환자 유입이 없는 지방의 경우 암 환자는 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증가만 있을 뿐”이라며 “지방대병원은 대부분 사립인데 상급종합병원 기준은 충족하더라도 재정적 적자가 지속되면 견딜 수 없다”고 했다.
 
획일적 병상수급관리계획, 지방 사정도 고려해야

신 교수는 끝으로 획일적 ‘병상수급관리계획’도 지방의료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역 완결 의료체계를 만들어 대부분 질병을 지역에서 치료해야 하는데, 지방은 병상을 더 늘릴 수 없어 현 상태에서 지역의료는 움직이기 어렵게 돼 버렸다”며 “구조 전환 사업에 따라 지역의료 능력 향상이 시급한데, 특히 지역 포괄 2차 병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재고돼야 할 정책”이라고 했다.
 
이어 “지역의료에 이바지할 수 있는 2차 병원은 어느 정도 규모가 갖춰져야 하기에 병원 신설을 원천적으로 막는 건 지역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환자의 수도권 집중을 유도할 우려가 있다”며 “의료전달체계를 고려할 때 지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비수도권 포괄 2차 병원 정도의 규모는 허락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병상 규제를 하기 전 실제 기능을 하는 병상에 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기존 병의원은 병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혀 기능하지 않는 병상은 실제 병상수에서 제외해야 한다. 정형외과, 비뇨기과, 외과 등은 의원급이라도 많게는 수십 개의 병상을 보유한 곳도 있다. 이들 때문에 신규 개원 자체를 못할 수 도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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