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감] 임신중지약 도입에 김재연 회장 "법 개정 먼저"…'대통령 하명' 놓고 여야 공방까지
산부인과의사회, FDA 추가 안전성 검토·합병증 대응체계 강조…정부도 법 개정 필요성 인정
사진=국회방송 중계 영상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지미소'의 국내 도입을 둘러싸고 안전성 검토와 관련 법률 개정 필요성이 국정감사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도입 추진 배경을 놓고는 대통령 지시에 따른 정책 변화라는 야당의 주장과 장기간 논의해 온 정책이라는 여당의 반박이 이어졌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 품목허가 진행 상황과 안전성 관리 방안, 임신중지 관련 법률 정비 필요성 등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됐다.
앞서 정부는 임신 9주 이내에 미프지미소를 사용하도록 하고,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는 단계적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계는 단계적 도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약물 사용에 따른 합병증 대응체계와 표준진료지침, 의료인의 법적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의료계 "의약품 도입 전, 법 개정·안전성 검토 선행돼야"…현대약품, 11월 보완자료 제출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미프지미소 도입에 앞서 약물의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합병증 발생 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체계와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해외에서 약물의 효능이 확인됐더라도 안전성 문제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추가 안전성 검토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특히 미국에서 비대면 처방 등 약물 사용 환경의 변화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재검토되고 있다"며, 충분한 검토 없이 허가 절차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도 FDA의 승인 여부만으로 약물의 안전성을 단정할 수 없다며 국내 허가 심사에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약물 사용 이후 추가 수술이나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대한 관리체계도 보완 과제로 지목됐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미프지미소 사용 후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의료 현장과 충분한 협의 없이 도입 절차가 추진되고 있다"며 "당사자들과 상의 없이 어떤 형태로 진행됐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 회장은 남 의원이 9월 산부인과 관련 단체들이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는지 묻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률이 개정된 이후 단계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현재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낙태죄에 대한 처벌이 무효화된 상황"이라며 "형법이나 모자보건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형법은 법무부가 준비하고 있고, 총리 주재 부처 회의에서 법 개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모자보건법은 여러 의원이 개정안을 제출한 만큼 정부 대안을 마련해 법안 심의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대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9월 요구한 위해성 관리계획(RMP) 보완자료를 11월까지 제출할 계획이다.
현대약품 이상준 대표는 "서둘러 준비하고 있으며 늦어도 다음 달 안에는 무조건 제출할 생각"이라며 "약물이 출시된 이후 위험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식약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에서도 보수적이고 조심스럽게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여러 의견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하명에 식약처 입장 바뀌어" vs "오랜 입법·정책 논의 결과"
미프지미소 도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놓고는 식약처의 입장 변화가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인지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식약처가 과거 관련 법률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대통령의 도입 검토 지시 이후 허가 심사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은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각 부처가 허겁지겁 따라가는 것밖에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절차를 지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배숙 의원도 식약처가 기존에 관련 법률 개정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을 거론하며 "식약처가 갑자기 입장이 돌변한 것은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이 대통령 지시만으로 추진된 것이 아니라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지속된 입법과 정책 논의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이수진 의원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부가 움직인다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관련 입법을 발의하고 복지부와 식약처에 거의 2년 가까이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이 꾸준히 요청했고 정부 부처와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진행했기 때문에 늦었지만 이제 응답이 있었고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병훈 의원도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관련 법률 개정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며, 정부의 정책 추진을 대통령의 하명에 따른 것으로 규정하는 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