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먹는 임신중지약 ‘미프진’ 도입 자체를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법적 보호를 위해 국회가 관련 입법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5년 넘게 이어진 입법 공백을 행정부 지침이나 개별 의료기관의 판단만으로 메워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6일 정부가 추진 중인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복합제, 이른바 미프진 도입과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5년 넘게 이어진 입법 공백을 지적하며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법적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현재 정부가 임신중지와 미프진 도입 문제를 개별 의료기관의 판단이나 행정부 지침에 맡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11일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해당 조항은 2021년 1월 1일 효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임신중지 허용 범위와 절차, 의료인의 책임 등을 규정하는 후속 입법은 현재까지 마련되지 않았다.
의사회는 “입법 공백의 책임은 오롯이 국회에 있다”며 “국회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임신중지 관련 규율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프진 도입에 앞서 불완전유산과 과다출혈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 안전망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사회는 “임신중지약은 불완전유산이나 과다출혈 등 합병증이 발생하면 후속 수술적 처치와 응급의료 연계가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이라며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하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신중지약을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요건을 마련하고, 합병증 발생 시 후속 수술과 응급이송이 가능하도록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후속 처치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수가 보상 등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인의 형사처벌 우려를 해소할 법적 근거도 요구했다. 현행 입법 공백 상태에서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임신중지약을 처방하면 의료인이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사회는 “행정지침만으로 의료인의 법적 보호를 담보할 수 없으며 법적 근거 없는 의료행위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임신중지약 처방에 참여하는 의사의 형사처벌 우려를 해소할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사의 양심에 따른 임신중지약 처방 거부를 보호할 방안도 제도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사회는 국회에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한 임신중지 관련 규율 명확화 ▲임신중지약 허가·처방·조제·투약·부작용 보고에 관한 법적 근거 마련 ▲후속 수술과 응급이송이 가능한 의료기관 요건 및 수가 보상 마련 ▲참여 의료인의 형사처벌 우려 해소 ▲의사의 양심에 따른 처방 거부 보호 등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임신중지 문제와 미프진 도입은 개별 의료기관의 판단이나 행정부 지침만으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5년 넘게 이어진 입법 공백은 국민의 건강과 의료인의 법적 지위를 담보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해 현실적이고 안전한 제도를 설계하는 데 협력하겠다”면서도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법적 보호를 담보하지 않는 어떠한 도입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