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이 임신중지의 허용 범위와 절차에 관한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며 안전성과 태아 생명권 문제를 제기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불법 유통된 임신중지 의약품으로 여성 건강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정부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의료기관 내 사용과 의사의 관찰·사후 관리를 전제로 한 보수적인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미프진 도입 검토를 지시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윤 의원은 “아직 임신중지 제한에 관한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통령과 총리, 장관이 국가권력을 동원해 미프진 도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어 한 총리에게 “우리나라가 낙태 약물을 도입해 태아의 생명을 죽이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사안이냐”며 미프진 복용에 따른 출혈과 여성의 심리적 충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미프진을 복용하면 태반이 분리돼 배출되는 과정에서 출혈이 동반된다”며 “여성이 잠든 하얀 침대가 피로 물들고 그 안에서 죽은 태아의 모습을 보게 될 수 있다. 여성이 겪을 심리적 충격을 생각해 봤느냐”고 말했다.
한 총리는 미프진이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승인돼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더욱 엄격한 관리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도입할 때는 가장 보수적인 방식으로 의사의 진료를 거치도록 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임신 주수도 해외 기준 가운데 보수적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병원 입원 환자만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묻자 한 총리는 “약국에서 바로 구매할 수 없도록 설계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안에서 단계별로 의사가 관찰하고 복용 이후에도 진료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의원 “불법 유통 이유로 허용하면 마약 합법화 논리와 같아”
윤 의원은 불법 유통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프진을 제도권에 도입해야 한다는 정부 논리도 문제 삼았다.
한 총리는 “불법으로 약물을 구매한 여성들이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얼마나 복용해야 하는지, 언제 복용해야 하는지, 어느 임신 주수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약물을 복용했다가 결국 병원을 찾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정부가 계속 방치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윤 의원은 “마약을 하는 국민들이 있다고 마약을 합법화하지는 않는다.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으니 마약을 풀자는 것과 임신중지 약물을 불법 수입하는 사람이 있으니 약물을 허용하자는 것은 같은 논리”라고라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두 사안은 굉장히 다르다”며 “약국에서 누구나 아무 때나 구매해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의 관찰과 사후 관리를 전제로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미프진 도입 결정 과정에 제약회사의 청탁이나 로비가 있었는지도 물었다.
그는 “혹시 이 대통령도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처럼 ‘오빠’라고 부르는 그 누군가로부터 청탁이나 로비를 받은 것 아니냐”며 “제약회사로부터 부정한 청탁이나 로비를 받은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날 질의에서 관련 근거나 정황을 별도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한 총리는 “이 사안은 제가 책임지고 진행하고 있다”며 “그렇게까지 몰고 가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방법으로 약물을 복용했다가 태아와 여성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를 풀고 있다”며 “어떤 단계로 도입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 의사단체와 논의하고 있으며 관련 가이드라인도 의사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책임 있는 어른들이 젊은 여성들을 위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후속 법률 정비는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관련 입법을 기다린 뒤 미프진을 허가해도 늦지 않다고 맞섰다.
그는 “우리 모두는 운 좋게 낙태당하지 않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뿐”이라며 “정부가 저출산 탓만 하지 말고 태아 생명부터 지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여성 건강 문제를 정부가 7년 동안 방치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 의원은 “죽어가는 태아에게 먼저 사과하라”고 답했다.
여성단체 “미프진을 마약에 빗댄 것은 부적절”
한편, 윤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15일 성명을 내고 “의학 정보가 아닌 공포를 앞세워 여성의 몸을 정치적 선동의 도구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미프진은 마약이 아니라 의사의 진료와 임신 주수 확인, 금기사항 점검, 복용법 안내와 부작용 대응이 필요한 의약품”이라며 “미프진을 마약에 빗대는 것은 의약품 허가와 마약 합법화의 차이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품목허가는 오남용을 방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출처와 성분을 알 수 없는 약물이 불법 유통되는 상황을 제도권 의료체계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미프진의 품목허가와 임신중지의 구체적인 허용 범위·절차에 관한 입법은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별개의 과제”라며 “정부는 안전사용 체계를 마련하고 국회는 장기간 이어진 입법 공백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