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석준 이사장 "지역의사제만으론 한계" 지적…이경수 차기 이사장 "공공∙민간 협력 강화 필요"
대한예방의학회 윤석준 이사장, 이경수 차기 이사장이 22일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내년부터 지역의사제가 시행되고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도 추진되는 가운데, 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사 양성뿐 아니라 지역소멸 대응과 환자의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의 의료인력 부족은 지역경제 침체와 인구 유출 등에 따른 결과인 데다,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의료이용 구조도 지역의료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인 만큼 의사를 지역에 배치하는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예방의학회 윤석준 이사장과 이경수 차기 이사장은 22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예방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나 정부의 지역의료 인력 확충 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윤 이사장은 지역의사제와 국립의전원의 정책적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지역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지역소멸이라는 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의료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지역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결과"라며 "의사가 없어서 지역이 소멸했다고 거꾸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지역에 의사를 정착시키는 노력과 함께 환자의 수도권 쏠림에 대응하기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의료전달체계 복원도 조속히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차기 이사장은 지역의사제의 성공을 위해 10년 의무복무 이후까지 고려한 양질의 교육·수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필수서비스의 붕괴를 최소화하는 '스마트 슈링킹(Smart Shrinking)' 전략과 공공·민간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 강화도 주문했다.
다음은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내용.
Q. 내년부터 지역의사제가 시행되고 국립의전원 설립도 추진된다. 정부의 지역의료 인력 확충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윤석준 이사장 지역에서 전문의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건 객관적인 사실이다. 국립의전원이나 지역의사제의 근본적인 정책 목표도 수련을 마친 뒤 수도권 이외 지역에 정주할 전문의를 더 많이 확보하자는 것으로 이해한다. 다만 지금 우리나라의 지역 문제는 의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합적인 문제이므로 지역소멸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지역소멸과 맞물린 문제이며, 의료, 특히 전문의 인력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나 부산 같은 큰 도시들의 인구도 줄고 있다고 하는데, 지역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상황이다.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청년 인구가 유출되는 상황에서 의사만 양성해 배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정주 여건이 맞지 않으면 지역의사제로 인력을 배출해도 전문의가 머물기 어렵다. 지역소멸이 진행되면 의료뿐 아니라 교육 등 모든 분야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지역의 의료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지역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결과라고 본다. 의사가 없어서 지역이 소멸했다고 거꾸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를 설득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지역소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큰 그림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제도가 시작될 때 거시적인 방향에 대한 합의보다 일방적인 추진이 먼저 이뤄지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지역소멸에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큰 방향에서 필요한 전문의와 간호사 등 훈련된 인력이 지역에서 활동하도록 어떻게 할 것인지를 차례로 논의했어야 공감대를 더 넓힐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경수 차기 이사장 지금 우리나라는 사람으로 치면 저혈량성 쇼크로 말초부터 혈액 공급이 줄어 창백해지는 형상과 비슷하다. 이미 작은 지역부터 병원과 의원이 사라지고 응급실이 문을 닫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지역의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모든 지역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의사 양성과는 별도로 축소사회에 지혜롭게 대응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른바 '스마트 슈링킹(Smart Shrinking)'이다.기본적인 정주 여건과 교육·의료에 대한 기본권이 너무 빠르게 약화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
Q. 지역에서 의사를 양성하고 정착시키더라도 환자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지역의료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준 이사장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사실상 무너져 있다. 복원해야 하지만 환자를 강제한다고 복원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암은 수도권 쏠림이 가장 심한 중증질환이지만, 대체로 응급상황과는 성격이 다르다. SRT, KTX 등으로 경주에서 서울까지도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지역주민도 암 진단을 받으면 더 큰 병원에 가고 싶어 할 수밖에 없고, 현재 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그럴수록 연계체계를 더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지역 의료기관과의 연계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 국감에서 한 번만 방문하면 연계된 것으로 집계했다는 취지의 얘기가 있었는데, 그런 방식으로는 어렵다.
서울에 집중된 대형병원도 암 생존자가 10년이 지나도록 계속 방문하면 포화 상태가 된다. 지역민이 서울 대형병원 암센터에서 수술을 받고 초기 진료를 받는 것까지 막기는 어렵다. 대신 그 치료와 연계할 지역 시스템을 구축할 방법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런 체계가 전제돼야 의사도 지역에 남는다는 말이 틀리진 않다. 다만 두 가지 노력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본다. 일부 지역의 전문의 부족은 상당히 심각하다. 그 문제에 손을 놓을 순 없으므로 적극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의사를 정주시키는 노력과 함께 환자의 수도권 쏠림에도 정부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대응해야 한다. 암 환자 문제는 개입 시기를 조금 놓쳤다고 보지만, 심뇌혈관질환처럼 시간을 다투고 환자의 생명과 직결돼 지역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질환부터 주민이 안심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Q. 지역의사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교육·수련체계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수 차기 이사장 단순히 지역에 가서 실습하는 정도만으로는 지역을 잘 이해하고 정신적·경험적으로 준비된 의사를 적절한 곳에 배치하기 어렵다. 교육의 틀을 짜임새 있게 만들어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양질의 교육과 수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10년의 의무복무기간을 채운 뒤에도 어디에서든 뛰어난 의사로 활동할 수 있는 좋은 트랙으로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역을 이해하면서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축소사회에 대응할 역량과 시각을 길러줘야 한다. 행정을 알아야 하므로 행정학도 가르칠 필요가 있고, 경제나 지역학 등도 필요하다. 지금도 지역사회의학 강의를 일부 하지만 이를 더 폭넓고 심층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지역의사 트랙 학생뿐 아니라 모든 의과대학생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지역의사제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
Q.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역할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이경수 차기 이사장 지금은 공공과 민간을 가릴 상황이 아니다. 지역의 모든 역량을 네트워크로 결집해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지방의료원에 가면 공공 환자이고 민간병원에 가면 민간 환자인 것은 아니다. 환자는 필요에 따라 의료기관을 이용할 뿐이다. 복지부가 특정 공공병원만 지원해서는 해법이 되기 어렵다.
병원이 두 곳 있는데 공공병원을 지원하면, 민간병원도 살아남기 위해 비슷한 투자를 해서 지역에서는 오히려 경쟁을 부추기는 현상이 생긴다. 기관만 지원할 게 아니라 국립대병원이나 지방의료원을 지원할 때 다른 민간병원·사립대와의 네트워크, 컨소시엄, 거버넌스를 함께 키워 지역 의료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지역의사를 양성할 때도 이런 관점을 갖고 교육의 논리적 틀과 철학, 기조를 그렇게 잡아야 협력적인 의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