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전북 남원에 국립의학전문대학원(국립의전원) 설립을 확정한 가운데, 굳이 4년제 의학전문대학원 형태로 설립해야 하는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립의전원이 기존 의과대학과 달리 진료 역량뿐 아니라 보건의료정책 기획·관리 역량까지 갖춘 의사를 양성해야 하는 만큼, 4년의 교육기간은 부족할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국립의전원이 기존 의사 양성체계와 차별화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정원 100명 중 매년 10명 정도의 예방의학자를 배출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옥민수 교수는 23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예방의학회 학술대회 '의과대학 신설, 어떻게 할 것인가' 세션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국립의전원 설립과 관련한 연구과제를 수행 중인 옥 교수는 이날 국립의전원의 설립 목적과 인재상, 교육과정 등을 담은 교육 모형안을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오는 11월 또는 12월 초 마무리할 예정이다.
옥 교수는 "본교가 남원에 들어선다면 굳이 의전원이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있다"며 "애초에 (공공의대가) 의학전문대학원 형태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수도권 대학 신설 제한이 이유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처음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을 논의할 때는 수도권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본교가 남원으로 정해졌다면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옥 교수는 "의학전문대학원이 더 낫다거나 6년제 의과대학이 더 낫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4년 동안 필요한 역량을 모두 기르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옥 교수는 국립의전원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진료 역량 ▲전문직업성 역량 ▲기획 및 관리 역량 ▲교육 및 연구 역량 ▲소통 및 협력 역량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국립의전원은 기존 의과대학과 달리 공공보건의료 현장의 문제를 조정하고 정책을 기획, 관리하는 역량을 갖춘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이 생기면 수준이 낮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진료 역량을 갖춘 상태에서 다른 역량을 더해야지 진료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 밖의 역량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했다.
현재 검토 중인 교육과정은 2년씩 나누는 '2+2' 모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다만 설립준비위원회에서는 '1.5+2.5', '1+1+1+1' 등 다양한 모형을 논의 중이며, 최근에는 임상교육 시점을 앞당기는 '1.5+2.5' 모형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옥 교수는 인문사회의학과 의학연구, 건강정책 등 특성화 교육을 전 교육과정에 걸쳐 반복적으로 배치하고, 학생들이 1학년부터 의무복무지역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립의전원 설립 목적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선 졸업 이후 진로와 교육과정의 연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립의전원이 기존 지역의사제와 차별화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이미 지역의사제가 도입된 상황에서 단순히 지역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별도의 의대를 설립할 필요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의사제가 있는데 왜 또 설립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했다"며 "법률이 통과될 때에도 특수한 직역의 인력 수요를 담당하는 데 더 초점이 맞춰졌다고 이해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교정, 소방, 경찰, 산재, 보훈 등 특수 진료영역의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의료현장에서 직접 진료할 의사뿐 아니라 보건의료정책을 기획하고 관리할 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 배치되는 국립의전원 졸업생은 의료기관에서 진료하는 역할뿐 아니라 지역의 보건의료정책을 기획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옥 교수는 "정책을 기획할 사람조차 부족하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단순히 인력만 투입하면 되는 것인지, 전체를 조정하고 기획할 인력도 필요하지 않은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국립의전원을 통한 예방의학 분야의 인력 양성 필요성도 강조했다.
옥 교수는 "정원 100명 가운데 매년 10명 정도는 예방의학자가 나올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재 전국에서 수련 중인 예방의학 전공의는 모두 4명이다. 매년 10명 정도를 수련해 배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은 기존 인력 양성체계와 다른 형태로 가야 한다"며 "특히 보건의료정책 분야의 인력 수요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