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정갈등 당시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인력 공백이 이어진 기간, 서울대병원 내 심정지 환자에 대한 장기 심폐소생술(CPR) 시도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자발순환회복(ROSC) 없이 소생술을 중단할 위험도 유의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ROSC율과 생존율 등 최종 예후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구현준 중환자의학과 교수 등 연구진은 지난달 미국의사협회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을 통해 관련 연구(In-Hospital Cardiac Resuscitation During Widespread Resident Resignations in South Korea)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장기화된 의료인력 부족과 이에 따른 소생 체계 변화가 소생술 중단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들은 2023년 3월 1일부터 2025년 2월 28일까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병원 내 심정지(In-Hospital Cardiac Arrest, IHCA)로 CPR을 받은 만 18세 이상 환자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총 383명의 환자에서 발생한 469건의 심정지였다.
사진=JAMA Network open
분석결과, 심정지 발생률 자체는 두 시기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입원 1000건당 심정지 발생은 사직 이전 2.30건, 사직 이후 2.50건이었다. CPR 중위 지속시간도 두 시기 모두 8분으로 같았다.
그러나 35분을 넘긴 CPR은 사직 이전 289건 중 38건(13.1%)에서 시행된 반면, 사직 이후에는 180건 중 12건(6.7%)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연구팀은 35분을 장기 CPR의 기준으로 삼았는데, 이는 기존 연구에서 병원 내 심정지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확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지는 시점과 관련이 있다.
특히 사직 이후에는 의료진이 ROSC 없이 소생술을 중단할 위험이 높았다. ROSC 없는 소생술 중단 위험은 사직 이전과 대비해 66% 높았다.
연구팀은 전공의 사직 사태가 단순한 인력 감소를 넘어 소생팀 구성 자체를 바꿨다는 점도 눈여겨 봤다.
실제로 사직 이전에는 중환자실 소속 전공의 4명이 CPR팀을 구성해 소생술을 담당했다. 그러나 의정갈등 기간에는 전공의 공백 때문에 고급심폐소생술(ACLS) 교육을 받은 전임의 4명이 이를 대체했다.
신속대응팀(RRT)도 평일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훈련된 간호사와 중환자의학과 전문의가 운영했고 전공의 참여는 없었다. 일반병동과 중환자실 병상 규모도 일부 축소됐고, 전임의들이 전공의를 대신해 병동 진료와 당직 업무를 직접 맡았다.
연구팀은 입원 환자의 중증도를 뜻하는 case-mix index(CMI)가 두 시기 간 차이가 없고, 심정지 발생률도 비슷했다는 점을 근거로, "소생팀 구성 변화는 환자 구성 변화보다 소생술 수행 및 중단 과정의 변화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장기 의료인력 부족이 소생술 중단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의료 위기 상황에서도 일관된 TOR(소생술 중단) 판단 기준과 기록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