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내과의사회가 21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비대면진료 관련 하위법령이 환자 안전장치를 무력화하고 비대면 중개 플랫폼의 사업 확장을 조장한다며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의사회는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비대면진료 본사업 시행에 대한 참여 전면 거부를 포함한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복지부는 지난 19일부터 11월 9일까지 '의료법 시행규칙'과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오는 12월 24일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에 따라 일반 비대면진료와 초진 비대면진료의 대상 환자, 실시 기준, 의약품 처방·인도 방식 등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러나 내과의사회는 이번 하위법령이 ‘대면진료 원칙·재진 환자 중심·의원급 중심·비대면 전담기관 금지’라는 의료법의 기본 틀을 사실상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플랫폼에 대한 제재는 미흡한 반면, 환자 확인과 비대면 비율 준수 등의 책임은 의료기관에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이 질병명, 진료 이력, 처방 내역 등 민감한 건강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판매할 경우에도 처음에는 영업정지 6개월 수준의 제재에 그치고, 세 번째 위반에야 신고수리 취소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며 "감경 대상에 신고수리 취소가 포함돼 사업자 퇴출을 피할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번 유출되면 회복할 수 없는 건강정보를 판매한 사업자에게 반복 기회와 감경 혜택을 주는 제도는 환자 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며, 건강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판매한 플랫폼은 1회 위반으로도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플랫폼이 경제적 대가를 받고 특정 의원을 검색 상단에 부당 노출하거나 환자를 강제 배정하는 행위를 제재할 처분 기준이 없다"며 "플랫폼의 시스템 오류나 부당한 유도로 생긴 위반까지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비대면진료 비율과 초진 범위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개정안은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비율을 전체 진료의 30% 이내로, 의사 1인당 월평균 500건 이내로 제한한다. 그러나 평일 오후 8시 이후, 토요일 오후 6시 이후, 휴일 진료는 비대면진료 건수와 전체 진료 건수 산정에서 모두 제외된다.
의사회는 "야간·휴일만 진료하는 기관의 경우 30% 상한과 500건 기준이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 구조"라며 "이를 통해 비대면 전담기관 난립을 합법화할 수 있다. 해당 산정 제외 조항의 즉각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초진 비대면진료의 처방일수는 원칙적으로 7일 이내다. 다만 해당 질환의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료인이 기존 치료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다른 의료기관의 이력까지 포함해 1회에 한해 최대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초진 비대면진료는 환자 주소지와 의료기관 소재지가 같은 시·도인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허용된다. 내과의사회는 경기도처럼 인구가 1300만 명을 넘는 광역 행정구역 전체를 하나의 ‘지역’으로 보면, 이상 소견 발생 시 대면진료로 신속히 연계한다는 취지가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내과의사회는 대체조제 사후통보 시스템의 확인 공백도 비대면진료 확대와 결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약사들이 대체조제 사후통보 지원 시스템에 입력한 308만 878건 중 처방 의사가 시스템에 접속해 확인한 건수는 1만 1308건, 전체의 0.37%였다.
의사회는 "약사의 대체조제 입력이 처방의사에게 별도로 알림되지 않고, 의사가 심평원 사이트에 직접 로그인해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라며 "환자 혼란과 부작용 원인 파악의 공백이 발생한다. 복지부가 실시간 알림 방식 개선을 예고했지만 시행 시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비대면진료 본사업 백지화 요구를 유지하면서도, 정부가 시행을 강행하겠다면 입법예고 기간 안에 ▲야간·휴일 산정 제외 조항 삭제 ▲건강정보 판매 플랫폼 원스트라이크 아웃 ▲초진 30일 처방 예외 철회 및 시·군·구 단위 지역 제한 ▲플랫폼 제재 체계 구축 ▲대체조제 사후통보 개선을 즉시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단체는 "이 최소한의 조건조차 반영되지 않은 채 12월 24일 시행이 강행되면, 이는 국민을 위한 비대면진료가 아니라 플랫폼을 위한 비대면진료가 될 것”이라며 “전 회원의 뜻을 모아 비대면진료 참여 전면 거부를 포함한 총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