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0.24 22:22최종 업데이트 26.10.2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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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청진기 임상시험서 확인된 '도입'과 '활용'의 간극…심부전 진단율 차이 없어

[의료AI 논문] 영국 205개 일차의료기관 무작위시험…실제 사용 환자에선 진단율 높아, 지속적 활용이 과제

올해 주목받은 의료AI 논문들 

의료 AI 논문들이 던지는 질문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AI가 의사 면허시험 문제를 얼마나 맞히는지, 판독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따졌다면, 이제는 실제 환자에게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묻는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올해 의료 AI 분야에서 화제가 된 주요 논문들을 릴레이 형태로 소개한다.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임상시험부터 기대에 못 미친 임상시험, 환자 앞에 선 AI와 챗봇의 부작용까지 폭넓게 다뤄본다. 

①AI 청진기 임상시험서 확인된 '도입'과 '활용'의 간극…심부전 진단율 차이 없어
영국 일차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TRICORDER 연구에서 AI 청진기 도입군과 대조군 간 심혈관질환 신규 진단율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위). 실제 AI 청진기로 검사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탐색적 분석에서는 심부전과 심방세동, 심장판막질환의 진단율이 높게 나타났다(아래). 사진=The Lancet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인공지능(AI) 청진기를 일차의료기관에 도입했지만 심부전 신규 진단율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실제 AI 청진기로 검사받은 환자에서 심부전과 심방세동, 심장판막질환의 진단율이 높게 나타나, 의료현장에서 AI 청진기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미히르 켈시커(Mihir A Kelshiker), 파트리크 베히티거(Patrik Bächtiger) 등 연구진은 영국 일차의료기관에서 AI 청진기의 임상적 효과와 도입 과정의 장애요인을 평가한 TRICORDER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발표했다.

TRICORDER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산하 일차의료기관 205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군집 무작위 대조시험으로, 96곳은 AI 청진기를 도입하고 나머지 109곳은 기존 진료를 유지했다. 연구에 포함된 의료기관의 등록 환자는 총 155만3175명이다.

연구에 사용된 AI 청진기는 미국 에코헬스(Eko Health)의 '에코 듀오(Eko DUO)'다. 에코 듀오는 15초 동안 단일유도 심전도와 심음을 기록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좌심실 박출률 감소와 심방세동, 심장판막질환의 가능성을 분석한다. 심부전 관련 알고리즘은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하로 감소한 환자를 찾아내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특정 심부전 유형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유형의 신규 심부전 진단을 주요 평가변수로 설정했다.

AI 청진기 도입군, 심부전 신규 진단율 증가 없어…병원·지역사회 모두 차이 없어

AI 청진기를 도입한 의료기관에서는 기존 진료기관보다 심부전 신규 진단율이 유의하게 높아지지 않았다. 병원 입원 전에 일차의료기관에서 심부전을 발견하는 효과도 확인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12개월 동안 AI 청진기 도입군에서는 심부전 신규 진단이 1342건 발생했다. 환자 1000명을 1년간 관찰한 기준으로 환산하면 2.58건으로, 기존 진료군의 2.76건(1984건)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의료기관별 차이와 환자 특성 등을 보정한 발생률비(IRR)는 0.94(95% 신뢰구간 0.86~1.02)로 대조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AI 청진기를 통해 심부전을 병원 입원 전에 발견할 수 있는지도 평가했다. 심부전은 병원에 입원한 뒤 진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일차의료기관에서 조기 발견할 경우 적절한 치료를 시작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심부전이 처음 진단된 장소를 지역사회 의료기관과 병원으로 구분해 분석했지만,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역사회에서 진단된 심부전의 보정 IRR은 0.90(95% 신뢰구간 0.75~1.08), 병원에서 진단된 경우는 0.92(0.79~1.07)였다. 다시말해 AI 청진기 도입으로 심부전 진단이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이동하는 효과는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2차 평가변수인 심방세동과 심장판막질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심방세동의 보정 IRR은 0.98(95% 신뢰구간 0.88~1.09), 심장판막질환은 1.00(0.90~1.11)으로 두 질환 모두 도입군과 대조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실제 관찰된 성인 심부전 발생률이 예상보다 높아 신규 진단 건수가 늘었고, 이에 따라 통계적 검정력도 당초 계획보다 높아졌다"며 "따라서 무작위시험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결과를 통계적 검정력 부족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기관 전체를 비교한 무작위시험 결과를 확정적인 근거로 제시하되, 실제 AI 청진기 사용 환자에 대한 분석 결과도 함께 보고했다"며 "이는 AI 청진기가 의도대로 사용됐을 때의 효과와 기기 성능이 의료기관 전체의 진단 성과로 이어지는 데 필요한 활용 수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사용 환자에선 다른 결과…심부전 진단율 2.33배·심방세동 3.45배

다만 실제 AI 청진기로 검사받은 환자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기존 진료를 받은 환자보다 심부전과 심방세동, 심장판막질환의 신규 진단율이 모두 높았다.

연구진은 AI 청진기 검사를 한 차례 이상 받은 환자와 같은 기간 대면 진료를 받은 대조군 환자를 비교했다. 연령과 성별, 기저질환 등 환자 특성을 고려해 성향점수매칭을 적용했으며, 분석 대상은 총 8942명이었다.

분석 결과, AI 청진기 사용 환자군의 심부전 신규 진단율은 대조군보다 2.33배 높았다(IRR 2.33, 95% 신뢰구간 1.28~4.26). 심방세동은 3.45배(IRR 3.45, 95% 신뢰구간 2.24~5.32), 심장판막질환은 1.92배(IRR 1.92, 95% 신뢰구간 1.09~3.40)로 세 질환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진단까지 걸린 시간을 분석한 결과, 높은 진단율은 단순히 진단 시점이 앞당겨진 데 따른 결과가 아니라 실제 진단 건수가 증가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AI 청진기 사용 환자에게 별도의 신속 진단 절차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결과를 AI 청진기 사용 자체에 따른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연구에서 AI 청진기 사용 여부는 의료진의 판단에 맡겨졌으며, 실제 검사받은 환자들은 평균 연령이 높고 고혈압과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 동반질환도 더 많았다.

연구진은 "성향점수매칭을 통해 환자군 간 초기 특성의 차이를 최소화했지만, 잔여 교란과 과도한 보정, 선택 편향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처럼 검사 전 질환 가능성이 높은 환자가 AI 청진기로 검사받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탐색적 분석 결과는 신중하게 해석해야 하지만, AI 청진기가 실제로 사용됐을 때 추가적인 심혈관질환 발견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AI 청진기를 도입한 영국 일차의료기관의 1년간 사용 현황. 도입 12개월 시점에 전체 96개 의료기관 중 38곳(40%)은 기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38곳(40%)은 월 1~9회 사용하는 데 그쳤다. 빨간 실선은 AI 청진기를 이용한 누적 검사 건수를 나타낸다. 사진=The Lancet

도입했지만 미사용 의료기관 40%…진료기록 연동·의료진 사용 부담 '과제'

AI 청진기를 사용한 환자에서는 추가적인 심혈관질환 발견 가능성이 나타났지만, 의료현장에서 기기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도입 12개월 시점에 의료기관 10곳 중 4곳은 AI 청진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또 다른 4곳은 월 사용 횟수가 10회 미만이었다.

연구 기간 의료진 972명이 AI 청진기를 이용해 총 1만2725건의 검사를 시행했다. 도입 12개월 시점에 96개 의료기관 가운데 38곳(40%)은 기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월 1~9회 사용한 의료기관도 38곳(40%)이었다. 월 10~30회 사용한 기관은 14곳(15%), 월 31회 이상 사용한 기관은 6곳(6%)에 그쳤다.

검사 건수 역시 일부 의료기관에 집중됐다. 상위 5개 기관에서 시행한 검사는 4277건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했으며, 이 중 한 기관에서만 약 2450건이 기록됐다.

연구진은 AI 청진기 사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한 원인으로 기존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업무 부담을 지목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AI 청진기는 전자의무기록(EHR)과 연동되지 않아 의료진이 검사 결과를 진료기록에 별도로 입력해야 했다.

의료진 설문에서도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개선 요구가 확인됐다. 전체 사용자 972명 가운데 설문에 응답한 146명 중 61%는 AI 청진기 사용 확대에 필요한 개선 사항으로 EHR 연동을 꼽았으며, 금전적 인센티브를 선택한 비율은 52%였다.

연구진은 "설문 응답률이 낮아 결과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지속적인 사용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은 추가적인 진료 업무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료진은 사용 확대를 위한 개선 사항으로 금전적 인센티브보다 EHR 연동을 우선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진은 "적절한 심전도와 심음 신호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도 AI 청진기의 지속적인 사용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알고리즘의 정확도뿐 아니라 실제 임상에서 얼마나 쉽게 사용하고 기존 진료 과정에 통합할 수 있는지가 지속적인 활용과 임상적 효과에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에 연구진은 향후 EHR 연동을 통해 의료진의 추가 업무를 줄이고,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 AI 청진기를 활용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AI 청진기를 통한 추가 진단이 실제 환자의 건강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AI 청진기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환자들이 이후 치료 과정에서 더 나은 임상 결과를 얻었는지 추가 평가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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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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