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1.15 05:00최종 업데이트 18.01.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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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을 위한 알기 쉬운 유전체의학 지상 특강⑥

[칼럼]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

정밀의학과 빅데이터가 의료와 산업을 바꾼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에서는 유전체 의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유전학 박사인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김경철 본부장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1편>  미래의학이 다가오고 있다 
<2편>  유전체 의학의 기초, 변이(variants)가 무엇인가?
<3편>  유전체 분석 방법, 플랫폼의 소개
<4편>  임상에 적용하기 (1) 질병예측(Prediction): 유전자를 통한 질병 예측은 근거가 있는가?
<5편>  임상에 적용하기 (2) 맞춤치료(Personalized)
<6편>  임상에 적용하기 (3) 정밀의료(Precision)
<7편>  암과 정밀의학 동반진단에서 액체생검까지
<8편>  산부인과 영역에서의 정밀의학
<9편>  장내미생물이 인간을 지배한다, 마이크로바이옴
<10편> 환경이 DNA를 바꾼다, 후성유전학
<11편> 약물 유전학과 영양 유전학의 발전
<12편> 게놈산업의 발전과 규제 그리고 윤리적 이슈
 (부록) 더 깊은 공부를 위한 게놈 사이트 및 해외 학회 소개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최근 의학계와 의료계에선 정밀의학,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화두다. 각 의과대학이나 대학병원마다 정밀의학 센터 또는 빅데이터 센터를 앞다퉈 설립하고 있고, 각 학회에서도 관련 주제들이 넘쳐 난다. 관련 산업계도 주목을 받으며 성장하고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임상의사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낯설고 두렵기만 하다. 정보가 쏟아지고 이들 정보를 소화하기도 전에 인공지능이 주치의 자리를 대신 차지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간단하게나마 정밀의학이 어떤 개념인지, 그리고 그 정밀의학을 가능하게 하는 인체에서 얻은 대규모 정보인 빅데이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다루고자 한다. 그동안 비교적 다루기 쉬운 적당한 양의 정보를 적당한 환자들에게 평균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익숙했다면, 한 사람에게서 얻어지는 빅데이터 정보를 다시 한 사람에게 맞춤형으로 적용하는 것이 토탈오믹스를 기반으로 하는 정밀의학의 핵심이다. 오늘 강의를 통해 정밀의학이 무엇인지, 그리고 빅데이터 즉, 토탈오믹스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국가와 산업계에서 이들 빅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 보고자 한다.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이란?

이 다소 낯선 단어를 사용하기 전에는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서 질병을 예방, 예측, 치료하는 것을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이라 불렀다. 정밀의학은 이런 유전적 정보를 포함해 단백질체(Proteomics), 전사체(transcriptomics), 대사체(metabolomics) 등의 각종 인체 유래물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보다 정확하게 접근하는 포괄적인 방법이다. 한마디로, 정밀의학은 개인의 유전정보, 환경정보 및 임상정보를 총망라해 보다 적절한 시간(right time)에, 적절한 대상(right person)에, 적절한 치료 (right treatment)를 실시하는 것이다. 정밀의학은 <그림 1>에서 보듯이 게놈 데이터 중심의 맞춤 의학 데이터를 포함해 더 많은 생체 유래 정보를 이용한다. 다시 말해, 개인에게 보다 맞춤형(Personalized) 진단 및 치료를 하기 위해서 그동안 다루지 못했던 규모의 거대한 임상자료, 유전체 자료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다시 개인에게 적용하는 등의 거시(macro)와 미시(micro)적 교차점에 정밀의학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생체 유래 정보 중 다양한 방식의 유전체 정보를 토탈오믹스(Total-omics)라 부르는데, 토탈오믹스에는 다음과 같은 유전체 정보들이 있다.

 
[그림 1] 맞춤의학과 정밀의학의 차이(출처: University of Melbourn)

토탈오믹스(Total-omics)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유전체 정보에는 아래 <그림 2>처럼 전장유전체 (Whole Genome), 엑솜(exome) 혹은 타깃 시퀀싱 유전체, 전사체(Transcriptome), 후성유전체(Epigenome), 단백질체 (Proteomics), 대사체(metabolomics) 등이 있다.
 
[그림 2] 토탈오믹스의 종류 (출처: 테라젠이텍스)

우선, 전장유전체 분석(Whole Genome Sequencing, 이하 WGS)은 말 그대로 1번 염색체부터 23번 성염색체까지 전체 염기 서열을 읽어 분석하는 방법이다. 같은 리드(read)를 30번 읽는 방식(X30)을 통해서 전체 염기를 99.9%를 커버하는데, 이 경우 한 사람 당 약 120Gb의 데이터를 생산하게 된다. WGS는 현재 일루미나 Hiseq 10X 등의 플랫폼을 이용할 때 약 1천 달러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2017년 9월 중국의 BGI에선 BGISEQ-500을 이용해 600 달러 정도의 가격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였다. 일루미나의 CEO인 프란시스 데사우자(Francis deSouza)는 차세대 시퀀서인 노바식(Novaseq)을 통해 수년 내 100달러 정도로도 낮출 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WGS는 앞으로 가격이나 분석 시간이 더 빨리 떨어지겠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단백질로 전사되는 엑솜(Exome) 부위만 시퀀싱하는 엑솜시퀀싱(Whole Exome Sequencing, 이후 WES)을 선호한다. 엑솜 부위에 해당하는 염기서열은 전체 30억 개 염기 중 약 4천 5백만 정도이고, 해당 하는 염기를 99.9% 커버하기 위해 같은 리드(read)를 100번 읽는 방식(X100)으로 개인 당 약 8Gb의 데이터를 생산한다<그림 3>.
 
[그림 3] 전장유전체 분석(Whole Genome Sequencing, WGS)과 엑솜시퀀싱(Whole Exome Sequencing, WES) (출처: 일루미나 홈페이지)

타깃 시퀀싱(target sequencing)은 말 그대로 보고 싶은 부위를 집중적으로 시퀀싱하는 방식으로, 주로 임상에서 많이 사용한다. 전사체(RNA 또는 Transcriptome)란, 특정한 조건 하에 있는 세포 및 조직에서 발현되는 mRNA, 비단백질코딩 RNA, microRNA를 포함한 small RNA 등을 모두 포함하는 전사체의 총체를 말한다. 즉 유전자의 구조적 변이를 분석하는 DNA의 유전체학(genomics) 연구에 비해 유전자의 기능, 특히 발현(Gene expression)을 분석하는 RNA 연구를 통해 기초과학 연구뿐 아니라, 의학 연구를 비롯해 신약 개발을 포함한 많은 연구가 가능하다. 그리고 발현된 전사체가 속해있는 유전자의 기능들이 다양하므로 추가적인 KEGG 같은 경로분석을 통해 유전자 기능을 분류해주는 후속 분석을 한다.

후성유전학 (Epigenetics)은 선천적인 유전적 변이가 아닌, 음식이나 스트레스 등 후천적인 환경의 영향에 의해 야기돼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DNA의 기능적 이상을 보는 학문이다. 염기 중 하나인 사이토신(cytosine)의 다섯번 째 탄소에 메틸기(-CH3)가 붙는 현상인 DNA 메틸화(DNA methylation)가 대표적인 현상으로, 전장 유전체의 DNA 메틸화를 분석하는 것을 후성유전체(Epigenome)라고 부른다(후성유전학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다루기로 한다).

그 외 LC-MS/MS등의 장비를 사용해 얻을 수 있는 단백질체(Proteomics) 및 대사체(metabolomics) 등도 인체 유래물에서 얻을 수 있는 생체정보, 즉 토탈오믹스의 주요 정보들이다. 최근에는 수조 개에 달하는 장내 미생물 정보(metagenome 혹은 microbiome)까지 인체 유래물의 토탈 오믹스에 포함 시킨다.

이런 정보들은 모두 질병 발생, 발현 정도, 질병의 예측 및 예후 등과 연관돼 있다. 그래서 대규모 오믹스 정보를 확보하고 임상 정보와 연관해 활용하는 것은 최근 주요 선진국 정부의 빅데이터 정책이며 주요 유전체 관련 기업들의 목표다. 다음에서는 주요 국가의 빅데이터 확보를 위한 프로젝트 및 기업들간의 경쟁적인 서비스를 연이어서 살펴보고자 한다.

오바마의 정밀의학 이니셔티브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1월 30일 미국 백악관의 연두교서 발표에서 미국이 총 2억 15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자해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 이니셔티브에 착수할 것임을 공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소아마비를 없애고 인간유전체 프로젝트를 수행한 미국이 의학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린제이 홀스트 백악관 공보관은 "현재 대부분의 치료는 평균 환자들을 위해 설계 됐다. 그러나 일부 환자의 성공적인 치료가 다른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며 "정밀의학은 각각에 맞는 치료법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림 4] 2015년 연두교서에서 강연하는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 (출처: whitehouse archives)

이 계획은 100만 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대규모 코호트를 구축해 개개인의 유전체, 임상 진료, 생활환경 및 습관, 직업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병과 그것의 원인 및 치료방법을 발굴하고, 새로운 약제 개발의 기반을 마련하는 '정밀의학사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 진행의 대부분을 국립보건원(NIH)과 식품의약국(FDA)에서 총괄하며, 기존에 이뤄지고 있었던 연구활동을 통해 얻은 환자들의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정밀의학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의 단기 목표는 게놈 정보를 이용해 더 많은 암에 대한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하도록 암 유전체학의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정밀의학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의 장기 목표는 더 큰 규모의 종합적인 과학지식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중요한 과학 및 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개발하기 위해 재능과 기술을 보유한 과학자들의 전국 네트워크 구축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인 1만 명 이상의 국가 코호트 연구를 통해 건강과 질병의 이해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미국은 NHGRI(National Human Genome Research Institute) 및 JGI(Joint Genome Institute)를 중심으로 264개소의 유전체 센터를 운영해 질병의 치료와 진단을 위한 실용적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렇게 대규모 투자를 선언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나라에서도 국가주도의 정밀의료 프로젝트를 속속 발표했다. 
 
정밀의학 분야의 1인자로 부상하는 중국의 굴기(崛起,rising)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3월 26일,  2015년 하반기 또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15년 동안 600억 위안(약 92억 달러) 규모를 정밀의학에 투자하는 정책인 '정준의료계획(精準醫療計劃)'을 언급했다. 미국 정밀의료 프로젝트의 40배나 되는 규모이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알려진 중국 정밀의학 프로젝트의 핵심 인력인 쟌 치민(Zhan Qimin) 중국공정원 원사의 언급에 따르면, 이 계획은 유전체를 분석하고 임상자료를 모으기 위한 수백 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으며 각 프로젝트마다 수천만 위안에서 1억 위안 이상의 지원이 뒤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계획을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칭화대와 푸단대, 중국의학과학원은 정밀의학센터 설립을 서두르고 있으며, 쓰촨대의 화서 의원은 미국이 계획하고 있는 정밀의학 구상과 맞먹는 1백만 명의 유전체 분석을 자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국이나 미국은 의료기관이 각각 개별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통합을 하기가 쉽지 않은 반면, 중국은 의료자원이 중앙정부의 통제 내에 있고 특정 병원에 특정 질환을 담당하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암 분야의 경우만 보더라도 중국은 자국 내 최고 수준의 300여 개 병원에 70%의 암환자가 집결돼 있어 정밀의료 데이터 공유 면에서는 오히려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다.

베이징게놈연구소(BGI), 우시넥스트코드(WuXi Nextcode), 아이카본엑스(iCarbonX), 노보젠(Novogen) 등 이미 규모 면이나 경험과 실력 면에서 세계적인 중국 기업들이 협력해 정밀의료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1등을 할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오래전부터 유전체 코호트를 구축해 온 유럽

영국은 유전체와 임상 데이터를 연계해 암과 희귀 질환에 관한 정밀의학 연구를 위해 1억 파운드(1억 3천억 달러)를 투자해 지노믹스 잉글랜드(Genomics England)를 설립했다. 그리고 2017년까지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등록된 환자 10만 명의 30억 개 전장유전체를 분석하는 유전체 프로젝트(100,000 genome project)에 3억 파운드(약 4억 달러)를 투자하고, 암과 희귀 유전 질환과 관련된 혈액 및 조직 샘플을 채취해 유전체 분석을 통한 정보를 구축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2014년 11월에는 이를 기반으로 2020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구상 프레임워크 보고서를 발표하고, 정밀의학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정밀의학 프로젝트의 핵심은 대규모 코호트 확보인데, 영국의 40~69세의 성인 50만 명이 등록된 UK 바이오 뱅크에서 얻어진 DNA를 영국이 개발한 칩을 통해 유전체 정보를 확보하면 질병 연관 유전변이 발굴 가속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바이오 뱅크에서 당뇨, 심장질환, 암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유전 인자를 발굴하고자 아피메트릭스(Affymetrix)는 엑시옴(Axiom) 커스텀 칩 개발을 완료했으며, 총 82만 개의 프로브가 컨텐츠로 포함돼 있다.

영국은 이 외에도 웰컴트러스트생거인스티튜트(Wellcome Trust Sanger Institute)와 BBSRC, TGAC 외 45개소를 운영하며 유전체와 질병의 상관관계 규명을 위한 국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 말고도 이미 유럽은 오래전부터 대규모 유전체 코호트를 구축해왔는데, 대표적인 나라가 아이슬란드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초안이 발표되기 전인 1996년 무렵, 디코드 제네틱스(deCODE Genetics)라는 아이슬란드의 벤쳐 회사가 미국 내 자본의 도움을 받아 설립됐다. 이 회사는 전국민(40만 명)을 상대로한 유전체 분석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이 타당했던 이유는, 아이슬란드는 9세기 북유럽에서 2만 명 가량이 이주해 시작된 국가이면서, 지리적인 고립으로 인한 유전적 변이가 적은 유전적 모델로 적합한 인구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슬란드는 이주 이후로 가족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후세에게 물려주는 등 가족력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디코드제네틱스는 아이슬란드의 풍부한 가족력 정보와 유전적으로 균일한 인구집단이라는 이점을 이용해 유전체 연구를 하는 것이 질병이나 형질에 대한 유전적 기여도를 찾는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디코드 제네틱스는 아이슬란드인 2500명 이상의 WGS 데이터와 40만 명 이상의 마이크로어레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의 우씨 넥스트코드(Wuxi Nextcode)에 인수 합병됐다.
 
한국 정부의 유전체 코호트 및 빅데이터 정책

한국 정부도 세계 정부가 추진하는 유전체 기반의 빅데이터 구축 흐름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대처해 왔다. 대표적인 유전자 코호트 구축이 질병관리본부의 한국인 칩 과제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2011년부터 2012년 사이에 수행한 학술연구용역사업을 통해 생산한 한국인 수백 명의 염기서열 정보와 6만 샘플 이상의 기 보유 유전변이 칩 정보, 유전변이 칩 분석을 통해 확보한 다수의 복합질환 연관 유전변이 정보가 활용 가능해졌다. 즉, 동양인과 한국인에서 나타나는 공통유전변이 정보를 충분히 확보했다. 상기 공개 염기서열 정보와 한국인 염기서열 분석에서 발굴된 유전변이 정보 활용을 통해 한국인 특이 유전체칩(한국인 칩)이 이미 제작됐다. 국제적 유전체 연구 방향을 고려해 국가 유전체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인 만성질환 예측·예방을 위한 대규모 인구집단 유전체 연구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인 맞춤형 유전체칩을 제작하고 한국인 유전체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정부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20만 명의 한국인 칩 기반의 유전체 코호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아래 그림처럼 칩 기반의 코호트로는 영국의 50만 명 바이오뱅크에 이어 두번 째로 큰 규모이다.

또 다른 대표적인 유전체 코호트로 안성, 안산 지역사회 유전체 코호트가 있다. 이는 2천 명 이상을 대상으로 10년 이상 추적 중인 대규모 코호트이다. 여기에서 생성된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이미 2009년에 혈압 등 7개 표현형질에 대한 GWAS 결과를 보고했다. 이를 시작으로, 일본, 중국, 타이완 등 아시아 국가들이 모여 유전체역학네트워크, AGEN(Asian Genetic Epidemiology Network)을 구성하고, 지금까지 혈압, 당뇨병, 대사증후군, 비만, 신장기능 관련 형질에 대한 유전인자를 발표했다. 이 코호트는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하고 있다. 그 외 도시 코호트(17만 3천 명), 쌍둥이 코호트, 국내 이주자 코호트 등의 유전체 기반 코호트가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나 중국 정부가 전장유전체(WGS) 기반의 대규모 연구와 빅데이터 구축에 수억 달러를 쏟아내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 정부의 투자는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한국의 보건의학적 경쟁력 중 하나가 건강보험공단이 소유하고 있는 거의 모든 국민의 국가건강검진 데이터이다. 2년마다 축적된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의 공동 데이터인데 아직 이 데이터베이스와 유전체 정보의 결합이 없는 상태다. 또한, 한국 의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전세계에 유래 없는 종합검진 시장이다. 즉 CT를 포함해 혈액검사와 내시경 검사 정보 등 데이터가 규모나 질 면에서 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의 다양한 고급 데이터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많은 검진센터들도 유전체 정보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각 병원마다 데이터 표준이 다르고 전산으로 통합이 안돼 있어 이들 자료를 어떻게 통합하고 유전체 데이터와 연결하는가 등이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림 5] 칩 기반의 인종 특이적 코호트 구축 (출처: 테라젠 제공)

이처럼 국가적인 차원의 유전체 코호트 및 빅데이터 구축과 더불어 이미 많은 회사들이 개인의 유전체 기반 빅데이터를 분석해주고 결과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개인의 게놈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

토탈오믹스 중에서 산업계가 가장 먼저 상품으로 만들고 있는 데이터는 게놈 데이터이다. 개인의 질병 특성뿐 아니라, 알코올 대사나 영양소의 대사와 같은 비의료적 개인 특성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자신의 인종적 뿌리 찾기(조상 찾기)를 위한 유전체 검사 등도 인기가 높은 서비스 중 하나이다. 게놈 데이터 기반의 빅데이터를 마이크로 어레이 칩(70~80만 개 마커)을 사용하느냐, 천 만개 정도의 WGS(전장유전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서비스 가격은 달라진다. 전자의 경우 100 달러에서 500 달러 정도인 반면, 후자의 경우는 의사 상담료를 포함해 1000~2500 달러 정도의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마이크로 어레이 칩 기반의 서비스로 대표적인 곳이 지난번에 소개한 23앤드미(23&me)이다. 이 회사는 십수 년 동안 축적된 수백만 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주요 질병의 예측 모형을 만들어왔고, 주요 개인의 특성들을 발굴해왔다. 보수적인 미국 FDA 심의를 뚫고 희귀질환 및 치매, 파킨슨병 같은 주요 만성 질환까지도 의사의 처방 없이 소비자가에 바로 처방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증거를 수집하려는 회사의 노력과 이에 호응하는 대규모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가 합쳐진 결과로 이를 가리켜 4P(Personalized, Prevention, Prediction 등)의 마지막 개념인 참여(participatory)라 부른다. 국내에선 이원다이애그노믹스의 마이지놈박스(My genome Box)가 칩 기반의 게놈 사업을  앱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DTC 상품을 칩으로 분석하고 DTC 외 나머지 항목을 앱에서 유료로 볼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 구조인데, 이들 추가 항목이 국내에서는 규제 대상인 경우가 많아서 회사 자체를 미국에 설립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마크로젠과 테라젠에서도 비슷한 개념의 마이크로 어레이 칩 기반의 유전체 상품을 내놓고 있다.
 
반면, WGS(전장유전체) 중심의 서비스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개인 게놈 전체를 분석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놈(Knome)은 USB에 고객의 염기서열 분석결과를 담아서 정보를 업데이트해 주고 있다. 염기서열 해독 작업은 중국의 베이징 게놈 연구소에 맡기고 해독된 데이터를 받아 분석한다.

일루미나에서 제공하는 언더스탠드유어지놈은 2900 달러의 서비스 비용에 개인유전체 분석 서비스 1200개를 제공하는데 이 중 질병 관련 예측 검사 및 12개 약물 반응에 대한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일루미나는 액체생검을 통한 질병의 조기 진단과 예측에 대해 1조 원의 펀딩을 받아 그레일(Grail)이란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 이야기는 다음 강의 때 다룰 예정이다.

슈어지노믹스는 시퀀싱 비용을 2500 달러에 제공하고, 6개월마다 150 달러씩 업그레이드 비용을 별도로 받는다. 유전체의학의 대가인 조지 처치(George Chuch)가 설립한 베이타스지노믹스는 999 달러의 시퀀싱 비용으로 100여 개의 유전질환을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나 이 비용은 시퀀싱 자체만 해당되는 것으로 의사 상담, 유통 등의 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비용이다.
 
2018년 현재 게놈 서비스는 업체에 따라 1000 달러에서 2900 달러의 서비스 비용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그림 6>에서 처럼 전장유전체(WGS, X30배) 기준으로 시퀀싱 비용이 2024년에는 100 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장유전체 분석을 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의 정밀의학 이니셔티브에선 2020년 전체 세계 인구의 7분의 1인 약 10억 명이 이 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림 6] 게놈 서비스의 가격 변화(출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한국에선 아시아 최초로 테라젠에서 개인의 전장유전체 분석 서비스인 진뱅킹 서비스를 2017년에 론칭했다. 개인의 전장유전체 분석은 한 번만 받으면 되는 궁극적인 유전체 검사이므로 평생 다시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병원을 통한 처방으로 국내에서 허가한 질병 관련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고, 개인에게 전장유전체를 변이 데이터 형태로 저장(FastaQ, 약 500 MB 이하)해 나머지 보고 싶은 데이터는 앱을 통해서 볼 수 있게 한다. 물론 연구가 더 진행됨에 따라 주기적으로 더 많은 개인의 특성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뱅킹의 개념이다. 특별히 개인이 선천적 유전변이(germline variants)의 데이터 베이스를 가지게 되면, 암 질환처럼 후천적 변이(somatic mutation)가 생겼을 때 레펀런스 데이터베이스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림 7] 진뱅킹의 개념(출처: 테라젠 제공)

자신의 게놈을 알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처럼 개인이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가지게 되고 자유롭게 활용하는 시대가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서 말한대로 1천만 개의 변이 속에는 매우 드물지만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는 다수 돌연변이가 포함된다. 누구에게는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70% 이상임을 BRCA 변이를 통해 알려줄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희귀질환 보인자 여부를 알려줄 수 있다. 미국의 유전체분석 전문기업인 카운실의 보고에 의하면, 전체 고객의 약 2.1%는 부부가 같은 희귀질환 보인자라 확률적으로 4분의 1에서 희귀질환을 가진 신생아를 나을 위험이 있다. 이 경우를 미리 알면 부부는 인공 수정을 통해 희귀질환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난자를 택해서 시험관 아기로 아이를 낳을 것이다. 이것을 착상전배아선별검사(Preimplantation Genetics Screen)라 부른다(이 부분은 8번째 강의 '산부인과 영역에서의 정밀의학'에서 보다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유전성 암이나 희귀 질환은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만 비교적 드문 유전변이다. 흔하면서 비교적 약한 영향력을 가지는 만성질환이나 암 질환 등에 대해서는, 더 많은 유전자 변이들이 예측 모형을 만들어내고 생활습관까지 같이 계산돼 특정 질환에 대한 개별적인 질병 감수성을 말해줄 수 있다. 이런 자료를 기초로 자신에게 맞는 검진 및 맞춤형 헬스케어들이 추천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특정 약물의 대사가 너무 느려서 그 약이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할 수도 있다. 아마 곧 다가 올 미래의 어느 시점에선 새로운 약을 처방하려면 모바일 앱을 통해 자신의 유전형이 그 약물과 맞는지부터 검색하게 될 지 모른다(이런 현상은 이미 부분적으로나마 일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특정 음식의 특이 체질적 알러지를 미리 알고 피할 수 있게 되고,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찾아서 마실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연히 맞춤형 영양제, 맞춤형 화장품, 맞춤형 헬스케어 및 식단 관리 등의 산업이 발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시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 정부와 산업계가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임상정보를 연결해서 산업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다.
 
다음 강의부터는 실제 이런 토탈오믹스 정보들이 어떻게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보다 정밀하고 개인 맞춤화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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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식 기자 (colum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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