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1.02 05:00최종 업데이트 18.01.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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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을 위한 알기 쉬운 유전체의학 지상 특강⑤

[칼럼]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

유전자 변이 정보를 활용한 진정한 맞춤의료 시대 도래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에서는 유전체 의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유전학 박사인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김경철 본부장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1편>  미래의학이 다가오고 있다 
<2편>  유전체 의학의 기초, 변이(variants)가 무엇인가?
<3편>  유전체 분석 방법, 플랫폼의 소개
<4편>  임상에 적용하기 (1) 질병예측(Prediction): 유전자를 통한 질병 예측은 근거가 있는가?
<5편>  임상에 적용하기 (2) 맞춤치료(Personalized)
<6편>  임상에 적용하기 (3) 정밀의료(Precision)
<7편>  빅데이터와 AI 
<8편>  액체생검 
<9편>  영양과 유전, 영양유전체
<10편> 영양과 유전, 후성유전학 
<11편> 약물과 유전, 약물유전체
<12편> 유전의학의 발달과 윤리 문제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그리스 신화의 거인 이야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거인은 그리스 아티카에 사는 강도로 아테네 교외의 언덕에 집을 짓고 살면서 강도질을 했다고 전해진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었는데,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히고는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고 전해진다. 그의 침대에는 침대의 길이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가 있어 어느 누구도 침대에 키가 딱 들어맞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그림 1]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출처: www.Giphy.com)
 
필자 역시 의사 생활 초창기에 진료실에서 같은 경험을 했다. 골다공증 약제인 포사맥스를 처방하는데 어떤 사람은 일년이나 복용을 했는데도 골밀도가 전혀 높아지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약을 복용하자마자 감기 몸살 같은 심한 통증 증상(flu-like syndrome)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와서 주사를 맞기도 했다. 포사맥스와 같은 비스포스네이트 약제는 평균 5% 내외에서 골밀도를 올린다고 하는데, '왜 누구는 1%, 다른 누구는 10%의 차이가 날까?' 그리고 '왜 누구에겐 약물 부작용이 심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곤 했다. 이런 질문은 임상을 하는 한 계속 된다. 왜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겪고 태어나는가? 왜 같은 B형 간염 보균자인데 누구는 암이 되고, 누구는 건강한 보균자로 남는가? 왜 누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사를 못하고 누구는 더 먹게 되는가? 왜 누구에겐 홍삼이 잘 듣는데, 누구에겐 오히려 부작용만 생길까? 이런 개인의 차이(Individuality)가 치료 현장에서는 근거에 의한 표준 치료(Evidence based Medicine)에 익숙한 젊은 의사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훗날 더 경험이 쌓여 바로 이 개인의 차이를 파악하고 그 차이에 따라 다른 처방을 낼 수 있어야 명의가 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미 사람들에게는 고유 체질이 있음을 관찰하고, 체질에 따라 약한 장기가 있고 음식의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해 체질의학을 완성했다.

현대의학에서 이런 체질의학과도 같은 개념을 확산시킨 것이 바로 유전체의학(Genomics)의 발전이다.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을 통해 인간은 99.7% 유전체가 동일하지만 나머지 0.3%, 즉 대략 1천만 개의 위치에서 사람마다 다른 염기의 변이가 있으며 이 변이가 개인의 특성을 결정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게놈 학문의 발전은 개인간 질병의 차이뿐만 아니라 습관, 성격, 취향 등의 차이도 설명하게 됐고 약물과 음식에 대한 반응의 차이도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유전체에 따른 개인의 차이를 임상에 적용하는 것이 개인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이라 하고, 마치 기성복이 아닌 내 몸 사이즈에 맞춰 재단하는 맞춤 양복과 같아 맞춤재단의학(Tailored Medicine)이라 부르기도 한다. 유전체의 변이에 따른 개인 특성의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당신이 술을 못 마시는 이유

필자는 술을 참 못 마신다. 맥주 한 잔도 마시기 힘들어하고, 소주를 마시면 그날 다 토해내야 한다. 나같이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주변에 꽤 있다. 이렇게 술을 마시기 힘든 것은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에탄올이 ADH(Alcohol dehydrogenases) 및 ALDH(Aldehyde dehydrogenases) 두 단계를 거쳐 대사가 되는데, 이 중 ALDH 유전자의 변이가 있으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체내에 오래 머물면서 안면 홍조를 일으키고 구토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홍조(Asian Flushing)라고도 불리는 이 유전자 돌연변이는 서양사람에겐 거의 없고 아시아인에게서 유독 변이가 많다(30% 가량 된다). 실제 환자들에게 처방해보면 약 3분의 1에서 이 유전자 변이가 나타나는데, 물어보면 필자처럼 술을 못 먹거나 얼굴이 바로 빨개지는 홍조 현상을 호소하곤 한다. 그러나 한국적 회식 자리는 아무리 술을 못 먹는다고 손사래를 쳐도 먹다 보면 술이 세진다고 막무가내로 술을 먹이는 문화이다. 그런데 문제는 술 먹고 토하는 데만 있지 않다. 이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데도 계속 술을 마시게 되면 식도암 및 두경부암이 상당히 증가하고, 술 관련 질환이 늘며, 심장병까지 걸릴 수 있다(알코올 리서치, 2012). 예전 환자 중에 유전체 검사를 시행한 후 알코올분해 효소의 변이가 있어서 술을 가능한 한 마시지 않는 게 좋다고 말씀드렸다. 회사 사장이던 그분은 술을 계속 마실 수밖에 없었다며 이미 몇 년 전에 식도암에 걸린 적이 있다고 했다. 태어난 그대로, 유전자에 순응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것을 거스른 결과라 생각한다.
 
[그림 2] 알코올 대사 분해와 암의 상관 관계(출처: Pinterest.co.kr)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중엔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한 숨도 못 자기에 가능한 커피를 피하려 애쓴다. 똑같은 커피 용량인데 왜 사람마다 다를까? 이 경우는 커피를 대사하는 CYP1A2 유전자의 변이가 영향을 준다. 간에서 1차(phase 1) 대사를 담당하는 CYP1A2의 변이가 있는 경우 커피의 대사가 느려지고 커피의 체내 농도가 높아져 카페인 효과가 더욱 커지게 된다. 한 연구에서는, CYP1A2에 변이가 있는 경우 카페인 효과가 커져서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압이 올라가고 심근경색이 더 발생한다고 보고했다(JAMA 2006).

한편, 커피는 유방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CYP1A2에 변이가 있는 경우 유방암의 발생 빈도가 줄었음을 보고한 연구도 있다(암 역학 바이오마커, 2007). 앞서 술의 예처럼 커피를 마시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고 단순히 기호를 떠나 질병과도 연관되는 것이 흥미롭다.
 
음식과 영양소의 개인차도 이 유전자의 변이에 기인한다. 물론 대사와 효소의 과정은 매우 복잡해 한 효소에 변이가 있어도 다른 길로 우회하면 되도록 우리 몸은 건강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효소 중에는 비가역적이며 결정적 역할을 하는 효소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MTFHR과 FADS 효소이다. MTHFR은 엽산의 대사와 관련된 효소로서 엽산을 분해해서 DNA의 구조가 되는 염기를 만들고, 후생유전학에서 중요한 메틸화를 결정한다. 이 효소 단백질에 유전적 변이가 있는 경우 호모시스테인이 증가되고 심혈관 질환 및 암, 치매, 신생아 기형 등이 증가한다. 677번째 아미노산의 변이가 있는 경우가 한국인에서는 약 20% 정도인데, 이 경우는 엽산, 비타민 B6, B12 등의 영양소가 필수적이다.

FADS 유전자는 지방산의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로 오메가 3가 대사되는 과정에서 결정적(late-limiting)인 효소이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 중성지방이 증가하고 심근경색과 뇌졸중이 증가한다(Int J Clin Exp Pathol, 2015). 한국인의 경우에 이 유전자의 변이가 약 15% 정도인데, 이 경우는 오메가 3의 섭취가 필수적이다.
 
개인 유전자의 변이에 따른 활용에서 대표적인 것이 약물 유전체이다. 대부분의 약은 간에서 대사가 되고 신장 등으로 배출되는데, 약을 대사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은 'Cytochrome P 450'라는 효소에서 담당한다. 우리가 복용하는 약물이 어떤 사람에겐 잘 듣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유달리 부작용만 심한 경우가 있는다. 이러한 현상들, 특히 약물 부작용은 이 효소의 변이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와파린'이라는 항응고제는 뇌졸중에 흔히 사용하는 약제로 피의 응고를 막기 위해 사용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민감하게 작용해 출혈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도 한다. 따라서 이 약은 사용할 때 초회 투여 후 혈중 와파린의 농도를 재면서 용량을 결정할 정도로 매우 민감한 약제인데, 약물 농도를 결정하는 개인의 차이는 VKORC1, CYP2C9 라는 효소의 유전적 변이에 의해 결정된다. 이 두 유전형의 조합에 따라 약물의 체내 농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10배까지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미국 FDA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와파린 용량을 아래와 같이 조절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표 1] VKORC1, CYP2C9 유전자 조합에 따른 와파린 투여 농도 권고안(출처: 미국 FDA 홈페이지)

환자 중에 한 분이 유전자 검사 후 상담을 하던 중에 몇 년 전 위출혈로 수술을 했던 경험을 얘기했다. 그분은 당시 '클로피도겔(Clopidgel)'이라는 항혈소판제를 복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심근경색 환자에게 흔히 투여하는 이 약제가 왜 유독 자신에게 위출혈을 일으켰는지 모르기에 답답했던 것이다. 유전체 분석 결과 이 분의 유전자 중 CYP19C라는 유전자에 심한 변이가 있는데, 이 유전자는 클로피도겔 약물을 대사하는 유전자인데 이 환자의 경우 이 약제가 매우 느리게 대사되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즉, 이 분은 다른 사람보다 이 약제의 약물 농도가 체내에서 3~4배나 높게 유지돼 출혈 위험이 있었던 것이며, 이 효소로 대사가 되는 다른 약제를 함께 복용했을 때 이 농도가 더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이 분의 경우에는 이 효소가 아닌, 변형이 없는 다른 효소로 대사할 수 있는 약제(디스그렌)를 추천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개인의 신체 특성, 질병 민감도를 연구하고 발표한 예는 무수히 많다. 자신의 유전적 변이를 알고 싶어 하고, 이에 따른 처방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의료 소비자의 본능이다. 이러한 덕분에 산업계가 이런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제일 먼저 발벗고 나섰다. 대표적인 서비스 제공 회사들은 다음과 같다.

 
DTC의 선두주자 23앤드미(23andMe)

의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한다는 의미를 갖는 'DTC(Direct to Customer)'의 대표 주자는 '23앤드미'(23andMe)이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전 부인인 앤 워짓스키가 공동 창업한 23앤드미는 2007년 5월 구글 벤처스의 막대한 투자(360만 달러)를 받으며 개인유전자 분석서비스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해 타임지로부터 올해의 베스트 이노베이션으로 선정되며 화려하게 데뷔하는데 성공한다. 창업 초기 천 달러($1,000) 가까이 하던 유전자 검사 비용을 2013년에는 99달러($99)까지 파격적으로 낮추고, 타액을 이용해 유방암을 비롯한 질병과 신체특성에서부터 족보에 이르기까지 250여 종에 달하는 분석을 제공했다. 그 결과 2013년에 벌써 50만 명의 사용자가 개인 유전체 검사를 받았다.

승승장구하던 23앤드미는 2013년 결국 암초를 만난다. 미국의 FDA에서 23앤드미에게 판매중지 명령을 한 것이다. FDA는 질병 위험도 및 약물 민감도 분석의 정확도와 오남용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판매중지 명령을 했다. FDA는 14번의 대면회의 및 원격회의, 수백 번에 걸친 이메일 교환, 수십 번의 서면자료 교환에도 불구하고 '판매 중인 DNA 검사키트에 대한 의학적 검증자료를 하나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질타한 것이다. 이후 23앤드미는 FDA의 지적사항을 대부분 인정하며, 향후 FDA와 함께 DNA 검사키트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하고, 개인 조상 찾기나 웰니스(Wellness) 등 비의료적인 검사만 실시하게 됐다. 그리고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등의 대형 제약사와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꾸준히 질병 예측 서비스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준비해왔다.

23앤드미는 FDA의 판매중지 명령 이후 처음으로 2015년에 블룸 증후군(Bloom Syndrome)의 유전적 질병에 대한 위험도 예측검사 승인을 받았다. 이후 낭성섬유증, 겸상적혈구빈혈, 유전적 난청, 지중해성빈혈 등 36개 유전질환과 관련해 개인 유전자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PGS를 미국에서 199달러에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7년 6월에는 알쯔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등의 비교적 흔한 질환 및 셀리악병 등 8개의 유전질환에 대해 추가적인 서비스 승인을 얻었다. 특히 APOE 유전자를 통한 치매 질환 예측 서비스는 지금까지의 희귀성 질환이 아닌 분야에서 서비스가 재개됐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23앤드미는 갖은 악조건 속에서도 2017년 현재 누적 서비스 이용자가 200만 명에 달하고, 기업가치는 1조 달러나 되는 등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림 3] 23앤드미 제품 소개(출처: 23andMe 홈페이지)

의사 처방을 통한 서비스, 패스웨이 지노믹스(Pathway Genomics)

샌디에고에 본사를 둔 패스웨이 지노믹스(pathway genomics)는 2008년에 세워졌으며, DTC 중심의 23앤드미와 달리 의사 처방 중심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5만여 개의 유전자 마커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행하며, 이 중 심혈관 질환, 암 질환 등에 대한 예측 서비스, 통증 및 정신과 약물 등 2천여 개의 약물 유전체 서비스 등을 공급하고 있다. 또 '파노라마'라는 모바일 앱을 통해 유전자 서비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유전자 변이에 따른 개인 맞춤 식단, 운동, 비타민 등을 권고하며 비만, 식탐 유전자 등을 분석하고 대사증후군을 예측하는 서비스인 '패스 핏'(pathway fit)을 통해 맞춤형 라이프 스타일 개선을 선도하고 있다.
 
[그림 4] 패스웨이 핏 안내책자(pathway fit Booklet) (출처: pathway genomics 홈페이지)
 
미국 MIT가 선정한 유망한 기업, 소피아제네틱스(Sophia Genetics)

미국의 MIT 테크놀로지는 해마다 50대 유망한 기업을 선정하는데, 2017년 30위에 '소피아 제네틱스(Sophia Genetics, 이하 소피아)'라는 스위스 유전체분석 스타트업이 선정됐다. 소피아는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을 적용한 유전체 분석 및 분자진단 전문 기업이다. 의료기록, 유전체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통합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빠르게 분석함으로써 의료진이 지식을 서로 공유하고 환자의 진단 및 치료법 제시 등에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소피아는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위해 3가지 인공지능(AI) 기반의 알고리즘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일염기다형성(SNP)과 인델(Indel)을 검출·분석하기 위한 '페퍼(Pepper)', 유전자복제수변이(CNV)를 검출하는 '무스캇(Muskat)', 변이에 대한 해석(advanced variant annotation)을 제공하는 '모카(Moka)' 등이다. 또 의료기관의 임상데이터와 유전자 변형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탐지해 의료진이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53개국 340개 병원의 진단검사과, 병리과, 종양학과 등에서 소피아가 자체 개발한 유전체 해석 솔루션을 도입해 월평균 약 9000개의 생식세포와 체세포 샘플을 분석하고 있다.
 
[그림 5] 소피아 제네틱스의 서비스 개요 (출처: 소피아 제네틱스 홈페이지)
 
BRCA 유전자의 미리어드제네틱스(Myriad Genetics)

미리어드 제네틱스(이하 미리어드)는 1991년에 설립됐으며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본사를 두고 있는 분자 진단 회사다. 주로 미국에서 예측의료, 맞춤형 의료를 개발해 마케팅하고 있다. 자회사인 미리어드 RBM을 통해서 생물지표 발견과 관련 진단 서비스를 제약업체, 생명공학, 의학연구 산업에 제공한다. 헐리우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 절제 수술을 해서 유명해진 BRCA 1, 2 유전자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해당 유전자 검사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다 2013년 미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하며 더욱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2009년 미국자유총연맹 등에서 미리어드가 가진 BRCA 유전자의 유방암, 난소암에 대한 독점적 특허권을 취소하는 소송을 냈는데, 미국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간 긴 소송 끝에 '자연적으로 발생한 유전자 변이는 특허 대상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받으며 미리어드는 2013년 6월 패소했다. 이를 계기로 전세계 많은 기업이 BRCA 유전자 검사를 하며 비용을 절반 가량으로 낮출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미리어드의 시대는 이제 끝난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미리어드의 2016년 매출은 미국 대법원 판결이 있던 2013년(6억 1300만 달러)보다 17.9% 늘었다. 미리어드는 100만 명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의 BRCA 검사 정확도는 98% 선으로, 경쟁사의 정확도가 70~80% 수준인 것에 비하면 정확성이 매우 높다. 미리어드는 그동안 축적된 광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한 예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여전히 유방암, 난소암 예측 서비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대륙의 힘, 베이징게놈연구소(BGI), 우시 넥스트코드(WuXi Nextcode), 아이카본엑스(iCarbonX)

중국의 베이징게놈연구소(BGI)는 1999년 인간게놈프로젝트 컨소시움에 참여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신발공장을 개조해 만든 비영리 연구조직이었다. 당시 유전체 해독의 1%를 맡았는데, 인간게놈프로젝트 종료 후 2007년에 BGI-심천(BGI-Shezhen)을 설립하며 유전체 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중국 개발은행으로부터 15억 달러를 투자 받아 4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일루미나로부터 156대의 NGS 장비를 도입했다. BGI는 현재 전세계 유전체 분석 시장의 20%를 장악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2년에는 미국의 유전체 분석 장비업체인 컴플리트 제노믹스(Complete Genomics)를 인수해 직접 NGS 플랫폼을 제작하며 일루미나와 대립적인 시장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1월에 열린 제33회 JP 모건 헬스케어 회의에서 임상시험 중인 비침습적 태아 기형검사(NIPT), 암패널(TumorCare), 100만 명 오믹스 프로젝트 등의 사업을 발표한 바 있다. 2016년에는 학술지 네이처가 중국 과학, 특히 BGI를 중심으로 한 오믹스 연구의 놀라운 성장에 대해 다뤘다. 중국 정부의 15년 정밀의학 계획은 미국의 정밀의학 이니셔티브와 유사하다 할 수 있으며, 개인 맞춤형 진단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BGI 외에도 중국에는 주목할 만한 유전체 회사들이 더 있다. 글로벌 제약회사 암젠과 중국의 가장 큰 기업 알리바바가 대규모 투자를 한 우시 넥스트코드(WuXi Nextcode)가 그 중 하나이다. 최근 많은 자금이 유전체 관련 기업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시 넥스트코드는 올해 3분기에만 약 180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해 같은 시기에 투자를 진행한 70여 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중 단연코 최고를 기록했다. 우시 넥스트코드가 투자사인 세콰이어의 주도 하에 시리즈 B 투자로 모은 총액은 2700억 원이다. 현재 우시 넥스트코드에 투자된 총금액은 약 3200억 원 정도이며, 기업가치는 약 1조 원 정도로 예상된다.

우시 넥스트코드는 2013년 아이슬란드의 디코드 제네틱스(deCODE genetics)에서 분사(spin off) 했다. 이미 60만 명 정도 되는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2020년까지 200만 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할 예정이다. 우시 넥스트코드는 국가 유전체 프로젝트, 임상진단, 타깃 발굴, 임상시험 등을 통해 추가적인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고, 그 일환으로 이미 영국(지놈 잉글랜드), 아일랜드, 카타르, 싱가포르 그리고 아이슬란드 등의 국가 유전체 프로젝트에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또 우시 앱택의 고객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회사, 미국과 중국 내 병원 및 연구소와 함께 파트너십으로 공동연구와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유전체 기업 BGI의 CEO였던 준 왕(Jun Wang)이 2015년 10월 중국 심천(Shenzhen)에 설립한 아이카본엑스(iCarbonX)는 설립한 지 6개월도 안 돼서 회사 가치가 1조 이상인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4월 중국의 기술 대기업인 텐센트(Tencent)로부터 받은 약 1700억 원을 비롯해 총 67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인공지능 기반의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 세계 스타트업을 통틀어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투자금과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설립자 준 왕은 BGI의 최고경영자(CEO)로 있을 때 컴플리트 지노믹스를 인수하며 일루미나를 상대로 경쟁한 것으로 유명했다. 이 후 BGI를 나와 아이카본엑스(iCarbonX)를 설립했다. BGI의 게놈만 읽는 서비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단백질, 대사체, 신체적 특징 및 행동 등의 다양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 여기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유전체 정보 및 진료정보, 개인라이프로그를 통합해 질병을 예측하는 개인 맞춤형 의료정보 플랫폼을 계획하고 있다. 
 

악조건 속에 선전하고 있는 한국의 유전체 기업들

한국의 유전체 분석 시장은 어떨까? 한국 바이오 회사들의 공통적인 어려움은 바로 규제이다. 의료법, 생명윤리법, 개인정보법 등의 국내 규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복잡한 것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면, 2007년 대통령령으로 14개의 항목과 관련된 22개의 유전자는 검사가 금지됐고, 5개 항목과 관련된 6개의 유전자는 처방이 엄격히 제한됐다. 여기에 해당하는 유전자가 LDL 유전자, 렙틴(Leptin), PPAR-gamma(비만), BRACA(유방암), APOE(치매) 유전자 등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됐을 뿐만 아니라 상용화된 이들 유전자 검사(미국에선 APOE 유전자는 DTC에서 검사를 하는 항목이다)가 금지되거나 제한된 이유는 당시 남용되고 과장해서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이들 유전자 검사에 대한 규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또한, 각 회사에서 사용 가능한 유전자 서비스도 사전에 일일이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처리 속도가 매우 느리고 범위가 제한돼 유전체 분석 서비스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의 유전체 분석 회사들은 비교적 규제가 자유로운 연구 분야나 해외 시장 등에서 선전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유전체 분석 회사로는 다음과 같다.

마크로젠은 서울의대 교수였던 서정선 박사가 1997년 창업해 올해 20년 된 기업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에 지사를 두며 글로벌 5위 수준의 유전체 분석 장비와 바이오인포매틱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 150여 개국 18000여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분석 서비스 경험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유전체 정보 분석은 물론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개인 맞춤형 의료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필자가 소속된 테라젠이텍스는 세계에서 5번째로 인간 게놈지도를 분석하고 2013년 6월에는 세계 최초로 한국인 위암 유전자를 규명했다. 2014년 1월에는 세계 최초로 밍크고래 게놈지도를 완성해 네이쳐 제네틱스 표지를 장식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전장유전체, 전사체, 후성유전체 등을 해독하는 연구용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질병의 민감성, 신체적 특성, 약물에 대한 반응 등 개인맞춤 유전정보서비스 '헬로진' 을 650여 개 의료 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의 전장유전체를 분석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저장 및 활용하는 '진뱅킹' 서비스도 도입했다. 아울러 맞춤형 면역 항암제를 목표로 일본에 CPM(Cancer Precision Medicine)이란 회사를 세웠고, 자회사인 '지놈케어'를 통해서는 비침습적태아기형검사(NIPT) 서비스 및 착상전 유전자돌연변이검사(Preimplantation Genome Screen) 서비스를, 그리고 자회사 '메드펙토'에서는 유전자 기반의 항암치료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대표적인 한국의 유전체 분석 기업으로는, 한국인 칩 과제 등 연구 중심의 실적을 꾸준히 내며 성장해온 'DNA 링크', 모바일 앱 중심의 게놈 서비스인 마이지놈박스(MyGenomeBox)를 시장에 선보여 호평을 받은 '이원다이그애노믹스(EDGC)', 맞춤형 유전체 검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메드젠휴먼케어', 희귀성 유전질환 서비스를 하는 '3 빌리언' 등이 있다.
 

개인 맞춤 의학과 산업의 발전

앞서 언급한대로 짧은 기간에 유전체 분석 회사가 급속도록 발전한 것은 놀라울 정도이다. 마켓앤마켓(Market & market)에서 보고한, 앞으로의 개인 맞춤 의학 시장의 발전은 아래 <그림 6>과 같다. 전체 유전체 분석 시장의 규모는 2014년 25억 달러(약 3조)에서 2020년에는 무려 88억 달러(약 10조)로 해마다 23.1%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개인 맞춤의료(Consumables) 시장의 성장은 30% 정도로 단연 가장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은 성숙된 시장(matured market)으로 발전했고, 중국 등이 무섭게 따라가는 성장형 시장(emerging market)을 형성하고 있다. 각국에서는 이런 거대한 시장의 성장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산업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많은 규제와 투자의 부족 등으로 인해 성장이 더뎌서 아쉬움이 크다.
 
[그림 6] 유전체 산업의 발전 현황(출처: market & market)

개인 맞춤 유전체의학의 발전은 산업적인 측면 외에도 의학과 진료 분야에서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기존에는 광범위한 보건자료와 임상시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근거중심의 의료(Evidence based medicine)가 의학의 근간이었으나, 그것은 평균적인 진단과 치료를 의미하므로 각 개인에게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유전적 변이 정보 등을 통한 개인의 고유 특성에 맞춘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는 진정한 맞춤의료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특히 정밀의학(Precision)의 발전으로 인해 의료계가 가히 혁명의 시대를 맞고 있는데, 이는 다음 시간에 다룰 예정이다. 변화의 시대에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변화의 흐름을 선점해 더욱 경쟁력을 갖추는 독자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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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식 기자 (colum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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