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2.23 08:10최종 업데이트 20.02.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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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응급실 폐쇄와 선별진료소 환자 폭증...정작 중증환자 진료 공백 우려

코로나19에 발목잡히는 의료시스템…"의심환자 동선 차단하고 코로나 치료병원 지정해야"

사진=서울대병원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의료기관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 주요 의료기관 응급실 폐쇄가 잇따르는가 하면 선별진료소에 의심환자가 폭증하면서, 중증환자 진료에 어려움을 느끼는 대형병원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확진자 접촉에 따른 의료진 격리까지 줄줄이 이어지고 병원 내 의료진 감염이 이어져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의료시스템 자체가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응급실 폐쇄 사태 수도권‧대구경북 지역 잇따라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주요 의료기관 15곳 이상이 응급실 문을 닫거나 외래 진료를 중단했다.
 
우선 수도권의 경우, 16일 고대안암병원 응급실 폐쇄를 시작으로 19일 한양대병원에서는 응급실이 폐쇄와 더불어 호흡기내과 외래도 중단됐다. 아주대병원과 동국대일산병원도 20일 각각 의심환자가 내원하며 긴급하게 응급실을 폐쇄해 하루동안 지역응급의료가 마비됐다. 21일 은평성모병원에서도 환자 이동을 돕는 이송요원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으며 모든 외래진료와 검사가 중단된 상태다.
 
응급병상 공백이 가장 심한 곳은 대구 경북지역이다. 20일 하루에만 10곳의 병원 응급실이 폐쇄돼 병상 공백이 160병상을 웃돌았다. 대구에서만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병원, 계명대동산병원, 삼일병원, 구병원, 대구보훈병원 등 응급실이 잠정폐쇄됐다. 부산에서는 음성판정으로 곧 재개되긴 했지만 부산백병원, 해운대백병원, 양산부산대병원이 각각 응급실을 폐쇄했다.
 
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들도 고심이 늘었다. 서울시 재난관리과 관계자는 "응급실 폐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여타 병원에서 응급 환자 과부화가 우려되고 있다"며 " 최악의 상황에는 응급환자 이송 대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북구 소방서 관계자도 "구급상황 관리센터를 통해 병원 당 수용 가능한 병상 수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다. 이외에도 긴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훈련을 통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서울대병원

어쩔 수 없는 병원 VS 폐쇄까지는 과도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각 병원들도 감염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가이드라인에 따라 출입자 통제와 발열체크, 환자 여행력 조회 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확진환자는 물론, 의심환자만 나타나도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문을 닫아야 하는 게 현실라 병원들 입장에서도 속이 탄다는 입장이다.
 
고대안암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폐쇄 당시 근처 병원에서 응급환자가 몰리는 등 '응급환자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구급대원들의 우려를 들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응급의료가 고비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응급실이 폐쇄된 A병원 관계자는 "의심환자가 생기면 추후 음성판정이 나오더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하면 병원의로서 타격이 막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병원 관계자도 "외래나 응급실 폐쇄로 인한 병원 손해도 있고 의료 공백도 우려된다. 그러나 진찰결과에 따라 의심 환자 소견이 나오면 병원도 어쩔 수 없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현재 소독은 마친 상태로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후속조치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병원들의 응급실 폐쇄가 과도한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러스 위험성을 넘어선 대처로 인해 오히려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평균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사람 간 전파가 확산돼 바이러스 박멸이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 내 감염을 막는 것과 폐쇄로 인한 2차피해 사이의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는 응급실 폐쇄 없이 적절한 소독만으로도 합리적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이성순 원장은 19일 코로나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에서 "응급실 폐쇄와 외래 진료 중단은 물론, 의료진이 14일 격리되는 것도 수정돼야 한다"며 "중증 환자들은 이전에 보던 의사가 아니라 처음 보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요양병원에서 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하는 사례도 늘면서 정부가 빠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요양병원 폐렴환자 상당수가 대학병원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조항석 대한요양병원협회 정책위원장(연세노블병원장)은 "최근 대학병원들이 요양병원 노인환자들의 응급실 전원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이 쏟아지고 있다"며 "정부는 요양병원 의심환자의 선별진료 대책, 요양병원에서 확진자 발생 시 대처방안(격리시설 마련 등)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설치된 선별진료소의 모습

선별진료소로 몰린 의심환자로 중증환자 치료 어려워
 
너무 많은 의심환자들이 선별진료소로 몰리면서 대형병원들도 고충을 겪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18일 기준으로 이 병원 선별진료소를 이용한 사람은 총 154명이었다. 이들 중 검사가 필요 없었는데 단순 불안감으로 방문한 인원이 60명으로 전체 3분의 1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평균 감염내과 교수는 "의심환자가 선별진료소에 방문해 검사를 진행하고 나면 소독 후 일정시간 장소를 비워야 한다. 검체채취 수가 한정돼 있다"며 "현재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선별진료소에 몰리며 많은 의료진이 여기에 매진하고 있다. 오히려 중증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고 털어놨다.
 
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단순한 걱정 때문에 선별진료소를 찾지 말고 주거지 인근 보건소를 방문해 검사받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모두에게 효율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인들이 중증환자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조치 변경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호흡기 진료 기관과 코로나19 치료병원을 별도로 두고 일반 환자들과 동선이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는 “고위험 환자들이 일반 의료기관에서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발열-호흡기 선별진료를 전담하는 의료기관과 코로나19 치료병원 지정 및 지원을 촉구한다. 아울러 응급환자, 노인, 만성질환 환자의 진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건강보호대책을 수립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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