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노·루닛 등 산업계 "제도 개선 체감 어려워…제도 복잡성 해소 위해 제도 통합 등 방안 마련해야"
(왼쪽부터) 뷰노 양장미 이사, 루닛 박승균 최고제품책임자(CPO)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정부가 평가유예 기간을 최대 4년까지 늘리는 등 신의료기술의 특성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대한디지털헬스학회가 개최한 2025년 춘계학술대회에서 진행된 '디지털헬스 시장진입 제도의 정착을 위하여' 세션에서 산업계는 평가유예 신의료기술·혁신의료기술 제도 등 선진입 제도가 가지는 한계를 소개하며,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뷰노 양장미 이사 발표 자료 중.
국내 선진입 제도는 크게 평가유예 신의료기술과 혁신의료기술로 나뉜다.
평가유예 신의료기술 제도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의료기술이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비급여로 우선 시장에서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제도 도입 당시 평가유예 기간은 1년에 불과했으나, 2022년 1월 2년으로 확대됐다. 2025년 3월에는 1회 최대 2년 연장으로, 비급여 사용 기간이 총 4년으로 늘었다. 신의료기술평가시 필수 제출서류인 임상 논문을 위한 데이터 축적과 임상근거 마련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검토 항목은 ▲평가유예 신의료기술의 안전성(부작용 발생현황) ▲평가유예 신의료기술의 임상적 활용도 및 유용성(사용 현황) ▲근거 창출 가능성 및 역량 ▲과정 관리 성실도 ▲기타 평가유예 기간 내 확인된 이슈 사항 등이다.
뷰노 양장미 이사 발표 자료 중.
평가유예 기간 연장으로 산업계는 임상에서의 사용경험과 근거 축적을 기대했으나, 실제 연장된 기간은 최소 1년여 정도에 그쳤다.
뷰노 양장미 이사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는 개정안 시행 이전에 평가유예 종료 예정인 기업의 비급여 사용 기간을 2026년 3월 5일까지 연장했다. 평가유예 기간이 개정안 시행일 이후인 기업은 일괄적으로 1년 연장됐다. 이에 양 이사는 평가유예 신의료기술 연장 관련 위원회의 판단 근거 공개를 요구하고, 개정 취지에 맞도록 '2+2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이사는 "NECA에 문의한 결과 1년 정도가 적합하다는 판단에 승인했고, 평가유예 연장 기간을 일괄적으로 늘리지 않았다고 했다. 기술별로 위원회에서 숙의해 결과가 나왔으며, 마침 일괄적으로 보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며 "평가유예 신의료기술은 보고서가 따로 나오지 않는다. 숙고해 결정된 것이라면 판단 근거가 있을 것이다. 어떤 근거로 연장 기간이 1년으로 결정됐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적인 의료기술이 충분한 임상근거를 쌓기 위해서는 최소 4.8년이 필요하다는 연구가 있다"며 "제도의 목적은 결국 혁신적인 신의료기술을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NECA은 제도 취지에 맞게 충분한 임상 결과를 쌓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양 이사는 "정부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너무 낮아 연구 설계 준비 시 어려움이 많다. 이로 인해 연구를 함께하는 병원 역시 곤란한 상황이다. 또 산업계를 대상으로 한 평가유예 신의료기술 관리지침과 규칙 개정안이 나왔을 때 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한 번도 진행된 적이 없다"며 산업계와의 소통 강화를 당부했다.
이어 혁신의료기술 평가제도가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고 선두 기술에 불이익을 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도 취지가 혁신기술의 신속한 현장 적용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이 기술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의료기술은 안전성은 인정되지만, 임상적 효과에 관한 근거가 부족한 기술 중 잠재적 가치(potential value)가 인정된 신의료기술을 의미한다. 혁신의료기술로 지정되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는 사용 목적과 대상, 기간, 시술(검사)방법 등에 관한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임상에서 3~5년 동안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용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는 의료현장에서 축적한 근거를 토대로 유효성 입증을 위한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유예 신의료기술과 혁신의료기술 모두 '비급여'로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사한 제도로 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인 적용 조건과 운용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혁신의료기술 제도는 사용 대상, 방법, 기관 등록, 동의서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비급여임에도 불구하고 상한액이 설정돼 있어 실질적인 시장 진입에는 큰 제약이 따른다.
루닛 박승균 최고제품책임자(CPO)는 "혁신의료기술은 비급여로 운영되지만, 사용 가격이 상한선으로 제한돼 있어 의료기관에서 기술을 도입할 유인이 떨어진다"며 "시장 진입 제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시장 확산을 가로막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어 "혁신의료기술로 지정되면 환자 동의서 서명, 사전 실시기관 등록, 사용 보고 등 행정적 부담이 상당하고, 병원 내부 절차도 복잡해 실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혁신이라는 이름과 달리 제도가 가진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고 부연했다.
이에 박 CPO는 ▲선진입 제도 통합 ▲선두기술 위한 '브릿지 제도' 마련 ▲소프트웨어 기술 특성 반영 등을 제도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박 CPO는 "평가유예 신의료기술, 혁신의료기술, 통합심사, 즉시진입제도 등 제도의 발전은 긍정적이나 제도마다 실시형태, 사용기간, 비급여 상한액 여부 등이 상이하다"며 "여러 선진입 제도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도간 중복성과 혼란을 최소화하고, 일관된 적용을 위해 제도를 통합하고 정합성을 높여 기업들이 명확한 시장 진입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제도 개선의 수혜에서 선도적인 AI 기술은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며, 불합리한 구조를 지적했다.
박 CPO는 "기존 제도에 따라 어렵게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이, 이후 등장한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선도 기술이 역차별받지 않도록 브릿지 제도 마련과 제도 변경 시 소급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빠르게 발전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술의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 CPO는 "AI 기술은 복합화되고 고도화되며 빠르게 업그레이드되는 특성이 있는데, 그때마다 NECA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해 시장 진입 전략과 기술 개발 방향에 큰 제약을 받는다"며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위축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유연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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