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 중증도 50%인데...상급종합병원 질환 아니라는 이유로 심평원 평가 0%"
한강성심병원 허준 병원장, 2차병원 제도 개선 전에 필수의료 보상체계와 기피 문제 해결 촉구
허준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장.
[메디게이트뉴스 인턴기자 최지민 고려의대 본2] 전문병원 제도 개선 전에 필수의료 보상과 기피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백종헌·서미화·한지아 의원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재명 정부의 의료개혁, 어디로 가야 하나” 세미나를 통해 전문병원 강화를 통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논의했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허준 병원장은 이날 세미나 토론자로 참석해 “전문병원을 통한 세부 전문화가 정말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건 ‘의료개혁’이 아니라 보건의료 정책 또는 건강보험 정책 개혁으로 불러야 맞다”고 비판했다.
허 병원장은 먼저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포괄2차 종합병원이란 경증·중증의 중간 단계 환자를 포괄적으로 치료하는 2차병원으로, 5월 보건복지부는 ▲포괄+거점형 2차병원 ▲필수특화기능 전문화형(화상, 수지접합, 분만, 소아, 뇌혈관)의 투 트랙으로 포괄2차 종합병원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허 병원장은 이에 대해 "2차병원은 진료과를 포괄하는 식이 아니라 오히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진료과를 둬야 한다. 일반 응급실은 전문 분야를 두지 않고 1차 의료를 담당하고, 상급종합병원은 오히려 세부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허 병원장은 전문병원, 대학병원, 종합병원의 기능을 모두 가진 한강성심병원의 사례를 들며 보상 체계의 문제점를 짚었다.
그는 중증환자를 맡는 한강성심병원의 적자 상황을 언급하며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하지 않는 화상 환자를 맡는 4차 병원”이라며 “병상 가동률을 100% 유지해도 연간 수십억 원의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산 수가는 바닥 수준이고 중환자실은 특히 최하 점수를 받는다”며 “중환자실 환자 중증도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의 목표가 15%인 반면 한강성심병원은 50%로 운영 중이다. 그런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는 중증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하는 질환이 아니다’는 이유로 중증도 점수를 0%로 평가했다. 이의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응급실 뺑뺑이의 현실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고열이 나면 8곳 응급실을 뺑뺑이 돌게 된다. 대부분 감기가 원인인데, 감기는 치료약이 없어 링거와 해열제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것은 의사라면 누구나 다 해줄 수 있는 조치로, 상급종합병원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작 화상 분야에는 전공의가 사라진 지 15년이 넘었다. 그만큼 오래도록 기피돼 온 분야지만, 여전히 왜 오지 않는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은 없다”고 지적했다.
허 병원장은 "지난해 2월부터 의료정책에 반발해 전공의와 의과대학생들이 현장을 떠났는데도 정부는 이들을 어떻게 복귀시킬지만 고민하고 있다”며 “회유책이 아닌, 왜 떠났는지에 대한 구조적인 원인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는 화상 분야의 인력 공백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의료개혁, 어디로 가야 하나' 세미나 토론.
한편, 이어진 토론에서 국회보건의료발전연구회(국보연) 정재훈 회장은 “상급병원 역할을 하는 중독 전문병원이 필수 특화 기능 사업에서 빠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진 평가 지원금이 급여 환자에게만 적용됨으로써 상급종합병원에서 과거에는 한 7~8% 정도 보던 급여 환자를 3% 내외로 줄였다”며 “전문 병원에서는 급여 환자를 차마 내칠 수 없어 평균 10% 이상 진료하고 있고, 특히 알코올 같은 정신과 전문병원은 한 40% 이상이 의료급여 환자다”라며, “예외 조항을 마련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의료대란으로 인해 의료인을 구하기가 어렵다”며 “복수기관 근무 허용이 현재 상근 주 40시간, 전속 주 32시간, 비상근 20시간 이상으로 돼 있으나 를 줄여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은 “뇌혈관 전문병원이 필수 특화 병원에 포함되면서 응급의료 전달체계 내 역할을 하게 된 것이 가장 의미 있었다”며, “현재 4개소에 불과한 뇌혈관 전문병원을 최소 10개 이상으로 확충해야 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천환 한사랑병원장은 “지자체가 대학병원 유치에만 집중하고 전문병원에는 관심이 없다”며, “보상 체계뿐 아니라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병원 회송 시스템 운영 현황과 사회적 영향에 대한 심층 조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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