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년 6개월 '유예기간'으로 숨통 트일까…공급망 다변화·재고 확보 등 리스크 대응 전략 모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최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예고해 정책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내각 회의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에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시점에 대해서는 1년 또는 1년 반 뒤를 언급했다. 이는 제약사가 미국으로 제조업을 옮길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관세에 대한 세부사항은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미 상부무 장관인 하워드 루트닉(Howard William Lutnick)은 내각 회의 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의약품과 반도체의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결과가 이달 말 마무리될 예정인 만큼 이후 정책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량 제한이나 고율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 해당 법에 따른 국가안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에는 제네릭과 비제네릭 완제의약품, 공중보건 위기 시 의료 대응에 필요한 품목, 원료의약품, 주요 출발물질 및 관련 파생상품 등이 포함됐다. 미 상무부는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미국 내 의약품 및 원료 수요 현황과 전망 ▲국내 생산 역량 ▲해외 공급망의 역할 ▲외국의 보조금 정책과 무역 관행이 미국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러한 관세 정책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관세 시점이 미뤄진 만큼, 당초보다 정책이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200% 관세는 현실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유예기간 동안 일부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향후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 관세 정책과 관련한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당장 미국의 완제의약품 수출 비중이 크지 않아 관세 정책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의약품 역시 원료의약품을 수입해야 하지만 실제로 미치는 영향은 적다"며 "향후 차질 없는 공급을 위해 생산처를 다양하게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유예기간에 대해 "강력하게 추진되던 정책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1년에서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생긴 만큼 국가 간 논의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유예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은 "미국 의약품 관세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황병 대응 전략을 준비했다"며 "미국 내 의약품 관세 정책이 어느 시점에 어떤 규모로 결정되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내년말까지 준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상시 2년분의 재고를 보유할 계획이다. 중기 전략은 미국 판매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현지 CMO 파트너와 계약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생산시설 보유 회사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현재 검토 중에 있으며, 구체화되는 대로 설명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관세 철회 요구와 함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제약협회(PhRMA)는 의약품 관세 철회를 주장하며 "관세에 지출되는 모든 달러는 미국 제조업이나 환자를 위한 미래 치료제 개발에 투자할 수 없는 달러"라고 강조했다.
PhRMA 홍보 담당 수석 부사장인 알렉스 슈라이버(Alex Schriver)는 "업계는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를 공유하며 최근 수천억달러의 미국 투자를 발표했다. 하지만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러한 노력에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의약품은 비용을 증가시키고,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어 이전부터 관세가 면제됐다"고 말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관세 정책으로 여러 차례 위협했으나 입장을 바꿨다"며 "이번 의약품 관세 부과 역시 200%로 책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제약주는 트럼프 발언 이후 큰 변동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헬스케어 전문 투자은행 리링크 파트너스(Leerink Partners)의 분석가 데이비드 라이징거(David Risinger)는 "관세가 즉시 시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업계에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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