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의사회, 응급의료 현장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빠트린 검·경 행태 규탄…신속히 재수사해야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계가 10일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의사 폭행 사건이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재수사를 요구했다. 비슷한 판례가 반복될 경우 응급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이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다.
양산시의사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권역 내에서 발생한 중증외상 응급 환자를 진료하는 기관이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교수는 명백한 응급의료종사자다. 따라서 해당 교수를 권역외상센터에서 폭행한 가해자는 당연히 단순 폭행이 아니라 응급의료법 위반에 준해서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고 전했다.
의사회는 "이런 처벌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져야만 국민들이 응급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을 폭행하면서 응급의료를 방해하는 행동이 매우 위험한 범죄행위임을 인식하게 된다"며 "하지만 명백한 응급의료법 위반 사건마저도 단순폭행 사건으로 축소시킨 검·경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전국의 응급의료 현장은 여전히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치열하게 촌각을 다투는 현장인 응급의료기관과 중증외상센터는 현재 격무와 과도한 소송으로 인해 많은 의료진들이 떠나면서 존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응급의료기관에서 안전한 응급의료가 행해지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응급의료법마저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산시의사회는 "응급의료기관을 폭력에 노출시키는 행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이 나라 전체 응급의료 현장에 남아 있을 의료진은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명백한 응급의료법 위반 사건을 단순 폭행 사건으로 축소시켜, 응급의료 현장을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빠트린 검경의 행태를 규탄한다. 재수사와 제대로 된 기소를 통해 응급의료법 위반 사건에 맞는 처벌을 내려달라"고 덧붙였다.
관련해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도 "실제 현장에선 폭력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경미한 응급의료법 적용이 어려운 일이 많다. 의료진이 응급의료법을 적용시켜달라고 해도 경찰이 말을 듣지 않는다. '기소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단순 폭행죄를 적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K 교수는 지난 1월 부부싸움 중 배우자가 휘두른 식칼에 팔을 다친 환자의 응급 수술을 마친 뒤 대기실에 있던 보호자로부터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
당시 경찰은 가해자에게 병원에서 퇴거 조치를 당했으나, 이후 가해자는 경찰의 경고를 무시하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결국 K 교수는 무방비 상태에서 가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해 타박상을 입었다.
K 교수는 폭행 발생 직후 출동한 경찰에게 '응급의료법 위반이며 선처 의사 없음'을 명확히 했음에도 검찰은 가해자의 폭행을 응급의료법 위반이 아닌 단순폭행으로 판단해 법원에 벌금 100만원의 약식기소를 했다. 결국 사건은 폭행죄만 인정되 벌금 100만원으로 약식명령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K 교수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필수의료 살리기 대책의 본질은 의료진들이 안전하게, 걱정 없이 소신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노고를 알아주는 것은 필요 없다. '덕분에' 따위도 필요 없다. 대신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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