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1.16 06:47최종 업데이트 23.01.16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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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지역 심혈관 응급시술 불가, 환갑 넘어야 당직 면제 ...씨 마르는 심장내과 의사들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배장환 보험이사 "심혈관 응급의료는 말로만 필수…과도한 업무∙소송∙저수가 등 해결책 있어야"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배장환 보험이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심장내과, 그 중에서도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 질환에 대한 중재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 국내에서도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치명적 질환이다. 특히 국내 심근경색 사망률은 OECD 평균에 비해서도 높아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중재시술을 할 의사조차도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배장환 보험이사(충북대병원 심장내과)는 14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심혈관중재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심혈관중재시술 의사의 씨가 마르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 대책’ 중 심뇌혈관 분야에 대해선 일선 권역심뇌혈관 센터에 책임을 떠넘긴 실효성 낮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2030년엔 심근경색 응급시술 '불가' 지역 속출...과도한 업무∙소송∙저수가 등이 원인

학회에 따르면 매년 배출되는 내과 전문의는 550여명 가량이다. 하지만 심장내과를 전공하려는 이들은 꾸준히 감소해 2022년 기준으로 전임의 수는 49명으로 줄었고, 이 중에서도 심혈관중재시술을 하려는 이의 수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1세대 심혈관중재시술 의사들의 은퇴 시기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배 보험이사는 “지금도 중재의사가 상대적으로 적어 전국적인 분포 문제는 이미 체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수가 지원 등을 통해 전문의 확보책을 만들지 않으면 2030년쯤에는 상당수의 지역에서 심근경색 응급시술을 할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실제 영동 지방의 경우 이미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 유일하게 심혈관 응급시술을 담당하던 지역 내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심장내과 의사 4명이 사직하면서 응급시술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의사들 사이에선 영동 지방에서 심근경색을 걸리려면 ‘해가 떠 있는 낮에 걸려야’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배 보험이사는 이 같은 심혈관중재시술 의사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 과도한 업무와 소송 위험을 꼽았다.

그는 “심장내과 의사들 사이에선 환갑을 넘으면 당직을 면해 준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온다”며 “그나마 지역에 있는 심뇌혈관질환센터인 충북대병원은 인력풀이 나은 편인데도, 심혈관중재 의사 4명이서 1년에 90일씩 당직을 선다. 당직한 다음 날엔 바로 외래와 예정된 시술도 들어가야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현재 우리 센터에서 심혈관 중재의사 중 가장 젊은 교수가 48살”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게다가 심혈관중재 의사 대부분은 소송을 당했거나, 의료분쟁조정원에 1~2건이 걸려있다. 법적 소송 등에 휘말릴 위험도 높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합리한 수가체계 역시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배 보험이사는 “현재 국내 보험체계에선 관상동맥을 2가닥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5가닥으로 정의해 수가를 지불하고 있다. 한 가닥 시술할 때마다 시간은 똑같이 더 걸리는 만큼 추가 시술에 대한 행위료를 정상화 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병원 입장에선 시술을 할수록 적자가 되는 구조다 보니 인력 지원 등의 투자를 기피하게 되고, 남은 인력들은 업무가 과중해져서 대학병원을 떠나 2차병원이나 개원가로 떠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응급전원협진망' 구축에 정부∙지자체는 뒷짐...순환당직제도 고민 지점 많아

학회는 이날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당시 복지부는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전국 14개 권역심뇌혈관센터가 수술∙시술 등 최종 치료 역량을 갖추도록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전면 개편한다고 선언했다. 각 지역의 의료기관들이 권역심뇌혈관센터를 중심으로 ‘응급전원협진망’을 구성해 성과를 내면, 그에 따른 보상을 사전 50%, 사후 50% 형태로 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학회는 심혈관 중재시술을 응급의 범주에 포함시킨 점은 의미가 있지만 ‘응급전원협진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응급전원협진망 구성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배 보험이사는 “정부 발표에 따르면 권역심뇌혈관센터의 교수가 직접 민간병원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도록 설득을 해야하는 셈”이라며 “개별 교수가 아니라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야 하는 데 그렇지가 않은 게 문제”라고 했다.

이어 “게다가 이런 노력을 해서 네트워크를 구성해도 사망률이 낮아지지 않으면, 50%의 사후 보상은 받지 못하게 된다”며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그 부분에 대해 추가로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전문의 순환교대 당직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지점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배 보험이사는 “순환당직제에 대해선 특히 지방의 심혈관중재의들도 공감을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현행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순환교대 당직으로 환자를 강제 배정하는 건 의료기관 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민간 의료기관을 어떻게 설득할지, 당직은 어떻게 나눌지 등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가 개입해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순환당직제로 인해 환자가 자기가 치료받을 병원과 의사를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악결과가 발생할 경우, 법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며 “스웨덴처럼 이송을 담당한 구급대원이나 의사에게 면책을 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순환교대 당직제 실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지금이라도 심혈관 중재의에 대한 응급대기 수당을 포함한 현실적 지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응급 심혈관 중재팀 구성 및 운영에 대한 지원도 관련 수가 인상 및 가산율 상향과 별도로 보장돼야 한다. 무엇보다 지원 및 보상 대상이 직접 진료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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